그꿈들, 시와

그꿈들 2015. 4. 10. 05:41

 

 

0.

 

 시와의 노래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가까운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거. 여기 냉이로그에만 해도 더러 글을 끄적여 노래를 붙여놓곤 할 때 가장 자주 올려둔 것도 역시 시와의 노래. 이천팔년이었나, 풍경소리와 함께 시작하던 <길상사에서>를 듣고, 세상에 이런 가수가 있다니, 마치 보석이라도 찾아낸듯, 찾아듣고, 즐겨듣고, 그리고 좋아하는 이들과 같이 있을 때면 함께 들었다.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얼마나 반가웁던지, 당신의 노래는 어느 한 곡도 실망시키지를 않아.

 

 

 

 

1.

 

 메일 계정에서 보낸편지함을 열어보니 11월 1일이었구나.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중딩고딩 팬레터도 아니고, 메일이라는 걸 쓰게 되다니. 그러나 그땐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어. 감자를 낳고 열엿새, 그러니까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이틀째 되던 날. 집 안에는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시와의 곡들이 흘러나오게 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 처음에는 콧물을 들이키는 소리로 시작이더니, 나중엔 참지 않고 흘려보내는 울음소리까지. 달래가 울고 있었어. 순간, 혹시 나는 내가 어떤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가슴이 철렁. 혹여나 내가 어떤 말 실수 같은 거라도 하여 서운커나 서러운 마음이 들게 했을까, 몰까, 왤까. 조심스레 물어보았더니, 그때가 생각나서 그렇다는 거. 이 노래들, 시와의 노래들이 들려오니 그때가 생각 나 울컥 올라오더라는.

 

 

 

 

8.

 

 하여 다음 주 주말에는 시와가 함께 하는 북콘서트라는 게 열린다. 작가 화가가 하는 인사말까지 하여 두 시간 예정이라니, 서너 곡 불러주고 내려가는 무대가 아니라, 아마 시와가 그 시간을 모두 이끌어주는 그야말로, 콘서트가 될 거.

 

 시와가 함께라니, 그리고 에개해 언니가 함께. 어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9.

 

 이번엔 달래와 감자도 함께 올라가기로 하였다. 그러니 감자에게는 처음 비행기를 타게 되는 일. 달래 또한 감자를 낳은 뒤로는 처음 타게 되는 비행기.

 

 

 

 

10.

 

 싱긋벙긋 며칠이 지나도록 웃음이 그치지를 않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근이는 그게 이상했던 모양이지. 어떤 가수냐고 물어. 음반을 찾아듣는 이들이 아니라면 잘 모를 순 있으니까. 뭐라고 대답을 하면 좋을까. 으이그, 감자네 집에서 맨날 틀어놓고 있는 노래 있잖아, 라고 코를 찡긋거리며 그렇게 얘기를 했다. 으응, 시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착해지는 거 같애. 적어도 이 노래들을 듣고 있는 순간만이라도.

 

 갑자기 물어보는 거에 갑자기 대답하는 거였는데도, 해놓고 나니 그 대답이 마음에 들어. 정말 그런 것 같거든. 착해지게 해주는 노래, 고요하게 해주는 노래들. 

 

 

 

 (몇 사람이 벌써 묻더라구. 요 포스터엔 30명이라는 말이 써있는데, 초대권을 구할 수 있느냐고. 아니, 이 포스터는 알라딘에서 이벤트를 하면서 만든 거라, 거기에서 초대하는 숫자가 그렇다는 거고, 이날 북콘서트가 열릴 곳은 300석이나 되는 공연장이라지. 초대권이 없어도 되긴 하지만, 쫌 일찍 오긴 해야 할 거야. 시와 팬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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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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