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노래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가까운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거. 여기 냉이로그에만 해도 더러 글을 끄적여 노래를 붙여놓곤 할 때 가장 자주 올려둔 것도 역시 시와의 노래. 이천팔년이었나, 풍경소리와 함께 시작하던 <길상사에서>를 듣고, 세상에 이런 가수가 있다니, 마치 보석이라도 찾아낸듯, 찾아듣고, 즐겨듣고, 그리고 좋아하는 이들과 같이 있을 때면 함께 들었다.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얼마나 반가웁던지, 당신의 노래는 어느 한 곡도 실망시키지를 않아.
1.
메일 계정에서 보낸편지함을 열어보니 11월 1일이었구나.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중딩고딩 팬레터도 아니고, 메일이라는 걸 쓰게 되다니. 그러나 그땐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어. 감자를 낳고 열엿새, 그러니까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이틀째 되던 날. 집 안에는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시와의 곡들이 흘러나오게 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 처음에는 콧물을 들이키는 소리로 시작이더니, 나중엔 참지 않고 흘려보내는 울음소리까지. 달래가 울고 있었어. 순간, 혹시 나는 내가 어떤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가슴이 철렁. 혹여나 내가 어떤 말 실수 같은 거라도 하여 서운커나 서러운 마음이 들게 했을까, 몰까, 왤까. 조심스레 물어보았더니, 그때가 생각나서 그렇다는 거. 이 노래들, 시와의 노래들이 들려오니 그때가 생각 나 울컥 올라오더라는.
2.
그러니까 그 때. 감자를 낳던 서른여섯 시간 산통의 시간. 우리에게 감자가 찾아주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연출산이라는 걸 준비할 때, 거기에는 음악에 대한 얘기가 곧잘 있곤 했다. 자연출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가장 편안한 상태, 몸을 최대한 이완하는 것. 그렇기에 산통이 시작하고 아기를 몸밖으로 내보내는 시간동안에는 평소 즐겨듣곤 하는 음악을 켜두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거. 감자를 맞이하던, 힘겨웁던 서른여섯 시간의 진통, 조산원의 그 어둔 방 안에서 달래와 나는 평소처럼 시와의 노래들을 그 긴 시간 내내 돌려들었다. 따로 씨디를 준비해가지는 못했지만, 내 휴대폰에는 모든 앨범의 노래가 담겨 있었으니 전화기를 틀어 그 어둔 방 가득 시와의 목소리, 그 노래를 흐르게 해두고 있었어.
3.
조리원에서 보름을 보낸 뒤, 감자를 안고 세 식구 집으로 돌아온 이튿날 아침. 평소처럼 마음을 고요하고 맑게 해주는 시와의 노래들을 흘러나오게 하고 있었는데, 달래가 울음을 터뜨린 거. 감자를 낳던 그 순간, 그 길고 긴 고요와 고통의 시간이 떠올라 절로 눈물이 나오더라지. 난 또 내가 무슨 잘못을 한 줄 알았다고, 말을 하며 웃으니 그제서야 달래도 함께 웃어. 노래 바꿀까, 했더니 그건 아니. 그냥 두래. 싫어서는 아니야. 그냥 그때 그 힘겨움 뿐 아니라 그 감격까지도 함께 떠올라 그런 거라며.
8.
하여 다음 주 주말에는 시와가 함께 하는 북콘서트라는 게 열린다. 작가 화가가 하는 인사말까지 하여 두 시간 예정이라니, 서너 곡 불러주고 내려가는 무대가 아니라, 아마 시와가 그 시간을 모두 이끌어주는 그야말로, 콘서트가 될 거.
시와가 함께라니, 그리고 에개해 언니가 함께. 어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9.
이번엔 달래와 감자도 함께 올라가기로 하였다. 그러니 감자에게는 처음 비행기를 타게 되는 일. 달래 또한 감자를 낳은 뒤로는 처음 타게 되는 비행기.
북콘서트 계획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달래, 감자가 함께 가겠다는 계획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계획을 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아직은 엄두를 내지 못해. 게다가 15,~16일엔 감자와 함께 세 식구 배를 타고 완도로 건너가 진도 팽목항으로, 거기에서 하루를 묵고 오기로 약속을 하고 있었으니 그 담담날 다시 먼 길을 나선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싶었다. 배를 타고 건너가 진도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는 것만 해도 다소 모험같은 일이라 여기고 있으니, 그것과 연이어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어딜 간다는 건 ㅠㅠ
그런데 시와가 함께 할 거라는 소식에 달래는 나도나도! 갈 거라고 했고, 감자에게 무리가 될 거라던 예측은, 아니, 그 정도는 다녀올 수 있을 거야, 로 마음이 바뀌고 말아 ㅎㅎ 나 혼자 다녀오기로 하고 예매해둔 비행기표도 다시 물러 감자네 세 식구가 다 같이 탈 수 있는 걸로 바꾸어놓고, 감자와 하룻밤을 지낼 게스트하우스의 조그만 방도 예약을 해. 그렇게 감자네 식구는 시와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어.
감자가 세상에 나오면서 처음 듣던 목소리,
달래가 그 눈물겹던 시간을 내내 함께 하던 노래.
10.
싱긋벙긋 며칠이 지나도록 웃음이 그치지를 않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근이는 그게 이상했던 모양이지. 어떤 가수냐고 물어. 음반을 찾아듣는 이들이 아니라면 잘 모를 순 있으니까. 뭐라고 대답을 하면 좋을까. 으이그, 감자네 집에서 맨날 틀어놓고 있는 노래 있잖아, 라고 코를 찡긋거리며 그렇게 얘기를 했다. 으응, 시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착해지는 거 같애. 적어도 이 노래들을 듣고 있는 순간만이라도.
갑자기 물어보는 거에 갑자기 대답하는 거였는데도, 해놓고 나니 그 대답이 마음에 들어. 정말 그런 것 같거든. 착해지게 해주는 노래, 고요하게 해주는 노래들.
(몇 사람이 벌써 묻더라구. 요 포스터엔 30명이라는 말이 써있는데, 초대권을 구할 수 있느냐고. 아니, 이 포스터는 알라딘에서 이벤트를 하면서 만든 거라, 거기에서 초대하는 숫자가 그렇다는 거고, 이날 북콘서트가 열릴 곳은 300석이나 되는 공연장이라지. 초대권이 없어도 되긴 하지만, 쫌 일찍 오긴 해야 할 거야. 시와 팬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