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하나없이 한가롭게 맞이한 한가위 아침. 며칠 전 제주로 여행을 내려온 달래 후배가 집으로 들렀다. 우리집엔 커피콩 갈아내는 기구 하나 없어, 여행 보따리에서 커피콩도 꺼내고, 가는 것도 꺼내고, 내려먹는 것도 꺼내와서는 찾아온 손님이 집 주인을 대접해. 정말 맛도, 향도 좋은 커피라 하더니 콩을 갈 때부터 고소함에 침이 삼켜졌다. 달래 후배는 아주 유쾌하고 씩씩한 아가씨, 곁에 있던 나는 새색시처럼 손을 가리고 웃기만.
한가위 아침, 소길리 감자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