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 길을 다니다보면 길가 곳곳에 자동차들이 서 있곤 한다. 유람다니는 사람들 사진찍기에 좋을만한 자리가 아닌데도, 차들이 줄지어 서 있기도 해. 자연유산센터로 가는 길에서, 옆에 앉은 김반장님이 말씀하시길, 저렇게 까닭없이 차들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고사리를 껑는 데라고. (왠지 고사리는 꺾는 게 아니라 껑는다 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아 ㅎㅎ)
반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중산간 도로에는 곳곳으로 자동차들이 띄엄띄엄 서 있다. 고사리고사리고사리, 제주에 내려와 봄이 되면서 하도 많이 듣고 있어서, 이 섬사람들은 봄이면 누구라도 고사리 껑는 손이 바쁘다는 걸 알았다. 심지어는 고사리철이 되면 육지 사람들도 고사리를 하러 건너와 아주 며칠씩 지내기도 한다고. 그런 만큼 제주에는 고사리가 많기도 하거니와, 그 맛도 여느 곳의 것보다 좋다면서 말이다.
(고사리 선생님이 되어주신 김반장 아저씨 ^ ^)
그런데 고사리라고는 반찬그릇에 올라온 것밖에 알지 못하는 까막눈인지라, 내 눈에는 도무지 고사리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유산센터에서 현장으로 돌아오는 길, 쉬야를 보기 위해 잠깐 차를 세우고 내리니, 김반장 아저씨가 금세 고사리 올라와 있는 걸 찾아 보여주었다. 너무 습한 곳은 말고, 양지가 좋아 따뜻한 곳에, 저렇게 굵은 둥치의 나무 숲이 있는 곳 말고, 가시나무 같은 잡목이나 억새들이 엉겨 있는 곳에, 그 밑둥 쪽을 보면 올라와 있을 거라고. 애기가 손가락을 모으고 있는 것처럼 하여 그 끝이 살짝 꼬부라져 있다고, 그렇게 하나가 보이면 그 둘레로 많이 있을 거라고, 지금쯤이면 고사리 장마가 올 때인데 아직 비가 내리지 않아 껑충하게 자란 것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러나 비가 한 번씩 오면 밤 사이에 한 뼘씩 올라오게 되고, 그렇게 해서 꺾어가면, 그 담날 또다시 그만큼 올라오고, 그렇게 아홉 번은 꺾어 먹을 수가 있다고…….
처음에는 암만 눈을 씻고 들여다보아도 내 눈에는 고 조고만 애기손 같은 고사리가 보이질 않았다. 그랬으니 그저 김반장님 뒤만 졸졸 쫓아. 김반장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그제서야 몸을 굽혀, 와아아, 정말 애기손이네! 와아아 고사리야, 반가워! ㅎㅎㅎ
그러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내 눈에도 아기 고사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 그 다음부터는 반장 아저씨 꽁무니를 쫓지 않고도 가시나무 밑둥을 기어다닐 수 있게 되어. 아하하, 나도 이 섬에서 고사리를 했다, 야호!
아가들 손을 보며 고사리손이라 하는 말이, 아기 손이 고사리를 닮아서일까, 고사리가 아기 손을 닮아서일까. 정말 아기 손처럼 귀엽게 오므리고 있는 고사리를 만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에 싱긋싱긋 하다보면, 달래 뱃속에 있을 감자가 떠오르곤 해. 감자도 지금 엄마 뱃속에서 저렇게 손을 오므리고 있을까, 손가락도 하나하나 모양을 갖추었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 ㅎㅎ
고사리를 알게 되어, 숨을 쉴 수 있던 하루였다. 고마웁다, 고사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