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

냉이로그 2013. 12. 23. 08:33



 지난 금요일, 익산 미륵사지 복원 현장에서 석장님 시연회가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들이 해마다 한 번씩 하도록 되어있는 공개 시연. 이번에 준비한 시연은 세 가지. 한 가지는 이마대와 두루강을 써서 무거운 석재를 들어옮기는 과정이고, 또 한 가지는 망개를 이용해 말뚝을 박는 거를 재현하는 거였다. 그리고 정으로 쪼아 석재를 가공하는 것과, 목도를 하여 가공한 석제를 나르는 것까지. 




 
 석장님은 언제나 먼저 안부를 묻기 전에 먼저 전화를 걸어오곤 하셨다. 제자라 하기에는 너무도 민망하지만, 민망한 마음 든다는 걸 오히려 죄송스럽게 만들기까지 하는, 고마운 분. 익산까지 다녀오는 길이 적잖이 부담스럽기도 하였지만, 지금처럼 쓸쓸하고 황량한 때일수록 초라하고 외로운 걸음 하나가 더 아쉬운 법일 거라. 일찌감치 집을 나섰고, 눈 덮힌 금마 땅에 닿았다. 지난 해 숭례문 복구 현장에서 잔치처럼 벌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 그래, 하필이면 난데없이 눈이 내려 온통 빙판 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애써 핑계를 찾자. 하필이면 그 먼 곳에서 행사를 열어 발길 닿기가 쉽지 않았던 때문이라 생각해버리자. 그 황량함과 쓸쓸함은 문화재판이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도 아니요, 문화재 일을 하는 사람들이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닐 거라고. 그건 그저 날씨 때문이었고, 거기가 너무 먼 데여서 그랬을 뿐이었을 거라고. 

 그래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우, 하고 몰렸다가는 쉽게 얼굴을 바꾸어 등을 돌려버리는 사람들. 손뼉을 치던 그 손으로 금세 손가락질을 해대기 바쁜 사람들. 그러나 세상의 조명과 상관없이 그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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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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