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익산 미륵사지 복원 현장에서 석장님 시연회가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들이 해마다 한 번씩 하도록 되어있는 공개 시연. 이번에 준비한 시연은 세 가지. 한 가지는 이마대와 두루강을 써서 무거운 석재를 들어옮기는 과정이고, 또 한 가지는 망개를 이용해 말뚝을 박는 거를 재현하는 거였다. 그리고 정으로 쪼아 석재를 가공하는 것과, 목도를 하여 가공한 석제를 나르는 것까지.
석장님은 언제나 먼저 안부를 묻기 전에 먼저 전화를 걸어오곤 하셨다. 제자라 하기에는 너무도 민망하지만, 민망한 마음 든다는 걸 오히려 죄송스럽게 만들기까지 하는, 고마운 분. 익산까지 다녀오는 길이 적잖이 부담스럽기도 하였지만, 지금처럼 쓸쓸하고 황량한 때일수록 초라하고 외로운 걸음 하나가 더 아쉬운 법일 거라. 일찌감치 집을 나섰고, 눈 덮힌 금마 땅에 닿았다. 지난 해 숭례문 복구 현장에서 잔치처럼 벌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 그래, 하필이면 난데없이 눈이 내려 온통 빙판 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애써 핑계를 찾자. 하필이면 그 먼 곳에서 행사를 열어 발길 닿기가 쉽지 않았던 때문이라 생각해버리자. 그 황량함과 쓸쓸함은 문화재판이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도 아니요, 문화재 일을 하는 사람들이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닐 거라고. 그건 그저 날씨 때문이었고, 거기가 너무 먼 데여서 그랬을 뿐이었을 거라고.
그래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우, 하고 몰렸다가는 쉽게 얼굴을 바꾸어 등을 돌려버리는 사람들. 손뼉을 치던 그 손으로 금세 손가락질을 해대기 바쁜 사람들. 그러나 세상의 조명과 상관없이 그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
돌 위에 놓여있는 철물이 두루강이라는 도구. 무거운 석재를 들어올릴 때 석재의 가운데에 홈을 내어놓은 뒤, 그 철물을 고정한다. 홈은 돌 안쪽을 더 넓게 파놓아. 그 세 개의 철물 가운데 양쪽 두 개를 먼저 박아넣고, 그 사이에 있는 철물을 마치 쐐기를 박듯 단단하게 박아넣으면, 세 개의 철물이 한덩어리가 되면서 석재의 홈에 단단히 물리게 된다.
석재에 두루강을 끼워넣고 단단히 물리게 한 상태.
두루강을 설치한 석재를 이맛대 사이에 설치한 도르레 끝에 잡아맨다. 현장에서는 이맛대라는 말을 더 흔하게 쓰는데, 그것은 일제 때부터 굳어온 이름, 우리 말로는 두기둥이 되겠다.
석재를 떠올릴 위치에 두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 위아래로 도르래를 걸어 석재를 잡아맨 뒤, 도르래에 감은 줄은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한 회롱틀에 감겨있다. 석공몇 사람이 이 회롱틀을 함께 돌리며 석재를 매단 줄을 원하는 높이까지 감아올리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뒤 조심스럽게 줄을 풀어 내려놓는다. 배에서 닻을 내리거나 올릴 때도 이것을 사용.
작업할 돌을 중심으로 두기둥을 세우고, 두루강을 사용해 돌을 잡아맨 뒤, 두기둥 위아래의 도르레를 거쳐 회룡틀에 감아맨 모습. 여기까지는 돌을 제자리에서 수직방향으로 들어올리거나 내릴 때 사용하는 기법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렇게 하여 들어올린 돌을 수평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두기둥의 기울기를 조절한다. 다시 말해 두기둥의 양쪽으로 팽팽하게 매어놓은 줄을, 어느 쪽은 풀고 어느 쪽은 당기면서 살짝 기둥을 넘어뜨리듯이 하는 것. 그러므로 기둥을 높이 설치할 수록 이동거리는 길게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이와 같은 작업을 크레인이나 호이스트 같은 장비를 사용하지만, 그와 같은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탑이나 석축, 성곽 등에 무거운 석재를 떠올릴 때 이러한 기구와 기법을 써왔다. 지금도 장비가 올라갈 수 없는 산비탈 위에서는 여전히 이와 같은 전통기법을 쓸 수밖에 없는.
이건 위에서 본 두기둥(이맛대)와 엇비슷해 보이지만, 그것과는 다른 '양구라' 라는 틀. 석장님도 이 이름을 우리말로 어떻게 바꾸면 좋겠는지 아직 찾지를 못했다 하시는데, 암튼 저렇게 설치한 틀 가운데로 줄을 매어 300근의 망개를 매달아둔다. 그 아래는 땅 속 깊숙히 때려박을 말뚝이 세워져 있어. 그러니까 이 기구는 연약 지반에서 지내력을 보강하기 위해 말뚝지정을 할 때, 말을 박기 위해 쓰는 거라 할 수 있다.
이 말박기 시연은 지난 해 봄, 숭례문 복원 현장에서 연 시연회에서도 재현을 하셨는데, 전승되고 있는 말박기 소리를 소리꾼인 느티 아저씨를 불러 매기는 소리를 해주기도 했다. 석장님은 그것까지 되살린 것이 아주 좋으셨는지, 이번 미륵사지 시연 때에도 느티 아저씨에게 소리를 청해, 다시 한 번 그 때의 그 장면을 연출하였다.
구전되어오고 있는 그 소리들을 채록해놓은 가사를 가만 살펴보면 그 노랫말들에 참 재미가 있다. 정말로 그렇게 농이 섞인 말들을 섞어가며 한바탕 웃어가며 힘을 썼겠구나 싶은.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영남 지방 소리와 호남 지방 소리는 곡조도 다르고 장단도 다르고, 매기는 소리 받는 소리가 아주 다르지만, 두 지방 소리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노랫말이 한 가지 있다. 지나가는 할매(아주머니)를 불러 세우며 과년한 딸 있거들랑 사위 좀 삼아달라 눙을 치는 소리. 그러고나면 바로 그 뒤에 할머니(아주머니)의 대답이 나오는데, 그 대답까지도 어쩜 그리 똑같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