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조물 조물딱거려 모형만들기를 했다. 도면을 그리면서 주어진 필지의 경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에 따라 성토와 절토를 어떻게 하면서 기단 높이를 어떻게 가져갈지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못했다는 것이, 땅 위에 건물을 앉히면서 새삼 느껴졌다. 그래서 지형의 경사를 살린 자유로운 공간감이나 깊이감 같은 것은 전혀 고려를 하지 못해. 그저 일정한 높이로 대지를 높여, 그 위에 집을 앉혔을 뿐.
우드락과 하드보드지, 아이스핑크라는 스티로폼과 골판지, 목공본드. 이건 뭐 어렸을 적 방학숙제를 하듯 조물조물 조물딱이었다. 손끝에 본드가 달라붙으니 만지는 재료들에도 끈끈하게 때를 묻혀. 으, 지저분해라. 골판지로 지붕을 얹는데, 도무지 앙곡, 안허리곡을 넣는 게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 몇 번이나 씌웠다 벗겼다를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이쑤시게를 잘라 네 귀퉁이에 추녀를 걸었다. 그래놓고 평연 쪽과 선자연 쪽을 아예 하나하나 자로 재어 가면서 오리고 구부려 붙였더니 그나마 지붕곡을 살리기는 했다.
디테일을 살리려면 손이 더 가야할 곳들이 아직 까마득이지만, 이 정도로만 해서 과제 제출에 통과나 하고 보겠다는 심보. 아, 요렇게 째그만 것들을 가지고 쪼물딱거리는 건 도무지 적성에 맞지를 않아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