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냉이로그 2013. 12. 22. 22:34



 마지막 과제는 공공시설물. 애초 계획된 교육과정에서는 저마다 나누어받은 필지 위에 살림집 하나씩을 설계하는 것이었고, 또 한 가지는 마을회관이니 보건소니 어린이집, 도서관 같은 그 마을에 들어갈 공공건물 하나씩을 계획하는 거였다. 또는 거기에는 건물이 아니어도 좋고,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입구, 놀이터 같은 공간들의 구조물에 전통건축의 요소를 살려 창의적으로 계획하는 것까지 포함. 그러니까 말하자면 한옥이라기보다는 한스타일의 어떤 공공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이 그 두 번째 과제인 셈인데,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 시간에 무리가 따랐다. 그래서 학교측에서 그것을 대체하여 전통건축에 어울릴만한 실내 소품을 설계하는 것으로 과제 내용을 조정해주었다. 

 이 두 번째 과제물로 내가 해 간 것은 너와 포장마차. 꼭 술을 파는 포장마차가 아니더라도, 엿장수가 밀고 다니는 가판대여도 좋겠고, 악세사리 기념품을 파는 노점일 수도 있는 그런 거. 집을 설계하는 것도 그러했지만, 이것 역시 갑자기 궁리해낸 건 아니. 예전에 한옥학교에서 처음 기둥을 깎고 사개맞춤을 하고, 그 위로 창방, 도리 거는 걸 배워가면서 길가 포장마차를 보다가 상상했던 거. 하하하, 집짓는 연습삼아 저 손수레 위에다 기둥을 얹고 도리와 보를 걸고, 서까래까지 걸어 지붕을 얹어보면 어떨까…….

 마침 공공시설물 설계라는 과제가 하나 더 있다기에, 오래 전 상상해보던 그것을 두 번째 과제물로 삼으면 되겠다 싶었다. 기와보다는 너와로 지붕을 얹는 것이 노점 가판대에 더 어울리겠다 싶었고, 기왕이면 그 안에 전통 민가에서 찾을 수 있는 모티브들을 많이 차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어차피 거기에 쓸 기둥이라면 부재를 가늘게 가야 할 테니, 기둥머리에는 민가에서 사용하던 상투머리맞춤을 가져오면 어떨까 싶었고,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차양이 필요하기도 할 테니 그것도 근거를 제주 민가의 풍채에서 가져오면 좀 더 의미가 살겠다 싶었다. (막 갖다 붙이기 ㅋ)

 어쨌든 그리하여, 하루를 남기고 해가야할 마지막 과제를, 하룻밤을 새벽까지 더 눈을 부비며 꾸역꾸역 만들어다 내었다. (헐, 그런데 다시 보니 글자 하나를 잘못 쓴 게 있네 ㅠㅠ 반 쯤은 잠에 취해 가물가물이더니, 이패 시장이래  ㅠㅠ) 이리하여 이번 교육을 받는 동안 과제로 받은 것들을 모두 다 마쳤다. 히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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