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에 몸을 실은 언니가 보내온 공책 두 권. 환하게 웃는 할매들. 어디 할매들 뿐이겠나, 그 땅에서 두 손이 갈퀴가 되도록 일하며 살아온 어르신들, 그곳을 터전삼아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 얼굴이, 하나같이 소박하게 웃고 있어.
삶을 바꾸는 것에 그 길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불어오는 바람 앞에 가지만 흔드는 게 아니라 땅 속으로 내린 뿌리로 가닿을 수 있는, 생의 연대. 그것으로 더 근본일 수 있고, 궁극이어야 하는, 그리하여 결국은 그것으로 그 오래된 미래에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거라 믿었다. 다른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저마다 그 올가미를 벗어버리고 몸을 바꾸어내는 것에서 비롯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정작 나 사는 모습은 세상과 얼마나 연대하고 있는지. 가지가 아니라 뿌리로 가닿기를 바라였지만, 어쩜 지금 내 모습은 내릴 자신도 없는 뿌리를 핑계대며 그나마 남아있던 가지마저 다 잘라내기만 한 건 아닌지. 몸을 바꾸는 것으로 더 근본이며, 더 직접적으로 그에 손을 잡는 세상의 일원이 되고자 하였으나, 어쩌면 그나마 손 끝으로 닿아있던 것들마저 다 저버리면서 점점 세상을 등져 가고만 있는지도……. 정직하게 스스로 물어야 한다. 벗어버리겠다는 그 올가미가 너무도 달콤하여, 어쩌면 그 안으로 몸을 더 밀어넣으며, 그 안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에, 알아챌 새도 없이 젖어들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정녕 나 자신이 버리고자 하였던 것이 무엇이었으며 끝내 버린 것이 무엇인지. 삶이라 말하고, 일상이라 말하였지만, 과연 그 무엇을 바꾸었는지.
아무래도 그 질문은 평생의 것이 되겠지만, 올 겨울 그 오두막에서 끌어안고 가야할 숙제이겠다. 하물며 저 나이 어린 학생들도 안녕들, 하시냐며 안부들을 묻고 있을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