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서울에 올라갔을 때 더블유라는 엠비씨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라크 어린이 가장, 무스타파>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폭탄 테러 사고로 장애인이 된 아버지를 대신해 여덟 식구의 가장이 되어 살아가는 여덟 살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었다. 그 때 중간 뒷부분부터 밖에 보지 못했던 것을, 바끼통 운영자에게 올려달라 부탁해 처음부터 다시 볼 수 있었다. 아파, 아파, 마음이 너무 아파……. 무스타파야, 힘 내라. 그리고 내가 아는 그곳의 무스타파들, 핫산들, 살람들. 여기 이 블로그의 문패처럼 있는 사진 속 아이 이름도 무스타파.
미국은 재판을 하고 난 뒤 백 시간도 지나지 않아 후쎄인에 대한 사형집행을 했다. 재판에서 다룬 것은 후쎄인이 시아파 사람들 148명을 죽인 이른바 두자일 학살(1982년)이었다. 진정 후쎄인이 저지른 반인륜의 범죄들을 밝히고자 했다면 그 뿐 아니라 쿠르드족 사람들을 10만명 이상 죽게한 안팔 작전(1988년)을 비롯 그이의 집권 시절 저지른 일들을 모두 다루어야 했을 것이다. 그 안팔 작전이라는 것을 따지고 들다보면 어쩔 수 없이 미․영의 역할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미국은 그것을 영원이 묻어두고자 했을 것이다. 이번 후쎄인에 대한 사형집행을 두고 31년 전 이땅의 독재정권이 저지른 인혁당 사건 사형집행에 빗대어 그 숨은 뜻을 말하는 <한겨레 기사> 를 보면서, 그들의 방식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진보정치>에 실린 만평 또한 이번 사형 집행이 얼마나 승자의 재판일 뿐인가를 꼬집어 보여준다. 지난 경제제재부터 하여 백만 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미국의 권좌가 148명을 죽인 독재자의 목에 동앗줄을 매는 모습.
부시 행정부는 기어코 이라크에 군대를 2만명 넘게 더 늘려 보내기로 했다. 선거에서 진 것도, 여론의 저항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에 따라 이라크 안의 여러 정치세력, 저항세력들의 입장이나 움직임들에 대한 기사들이 있었는데, 기사글 하나하나를 읽어보면서 어느 대목에서는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1월 6일 한겨레 기사를 보면 이라크 총리인 알-말라키는 미군의 증파 계획에 대해 못마땅해 하면서, 미국이 압력을 넣는 메흐디 민병대 해체에 대해 거듭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그 전까지 알고 있다시피 알-말라키는 알-사드르의 지원을 받아 총리직에 올랐고, 메흐디 민병대는 알-사드르가 이끄는 것이기 때문일 터이다. 때문에 미국이 메흐디 민병대를 폭력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하더라도 총리로서는 자신의 정권을 뒷받침하는 세력의 군사조직이기에 그것의 해체 요구를 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지나 1월 12일 경향 기사 를 보면 미군 증파 계획을 계기로 결국 알-말라키 총리가 알-사드르와 결별을 선언했다는 내용을 전해준다. 물론 경향 기사에도 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알-말라키가 미군의 증파를 계속 반대해 오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며 말이다.
이제 이라크에서는 시아와 수니, 쿠르드족의 종족 사이 갈등 뿐 아니라 그 개별 종족 내에서도 친미와 반미로 더욱 복잡하게 나뉘어 나가는 것 같다. 시아파만 보더라도 두드러지게는 ‘반미’와 ‘자치’를 중심으로 하는 알-사드르를 따르는 이들과 알-사드르와 결별하며 미군의 정책에 협력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알-말라키 총리 쪽의 세력, 그리고 미군 병력 증파를 적극 찬성하고 있는 알-하킴(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 SCIRI)쪽 세력으로 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힘이 있는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만 본 것 뿐일 테고, 그야말로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반 백성들의 마음까지 다 대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사를 보면서 놀라운 것 가운데 하나가 미군 증파가 안전을 가져다 줄 거라 기대하면서 수니파 사람들 대부분이 그것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전까지 내가 알기로 오히려 미국은 시아파에 당근을 물리는 쪽으로 하며(물론 알-사드르는 강하게 반발하는 쪽으로 돌아섰지만), 후쎄인의 배경이 되었던 수니파와 바트에게는 강한 채찍을 휘두르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이번 후쎄인 사형 집행만 보더라도 무슬림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다는 희생제 기간에 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마침 수니파의 희생제는 12월 30일이 시작이고, 시아파의 희생제는 하루 늦게 12월 31일이 시작이라는 점, 그것을 두고 언론은 미국이 수니파의 ‘기’를 꺾기 위해 일부러 그리했을 거라 보고 있는 것이다.
수니파가, 시아파가, 그리고 시아파의 어느 세력은 어떻고, 또 어느 세력은 어떻고… 하고 나오는 기사들이 진정 하루하루를 죽음과 죽음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이라크 민중들을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세력의 문제 같은 것으로 보자면 어느 누구보다 수니파 사람들이 미군 점령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를 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수니파가 미군 증파 계획을 환영하고 있다니… 기사에서는 그 까닭으로 수니파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아파의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살아 남는 일 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살아 남는 것, 그것밖에. 마치 이 땅에서 국방군이 올라오면 태극기를 흔들고, 인민군이 내려오면 인공기를 내걸 수 밖에 없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듯.
이번 주 한겨레21에 있는 기사들에서는 이라크인들이 처한 삶의 모습을 아주 가깝게 취재했다. 암만에 있는 김동문 목사가 그리로 건너와 있는 난민들을 만나며 그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한 전쟁과 점령으로 찢겨지고, 헤어지고, 쫓겨난 그네들의 식구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맨 앞에서 얘기한 엠비씨 방송의 무스타파 이야기와 함께 마치 <<몽실언니>>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시 읽는 것처럼…….
이라크전쟁 관련 기사모음 (2006.12.31~ 2006.1. 12)
[한겨레21]갈가리 찢겨나간 가족들, 제643호, 2007.01.12.
[한겨레21]독재자 가도 여전한 ‘상실의 시대’, 제643호, 2007.01.12.
[한겨레21]이라크 난민, 비교체험 극과 극!, 제643호, 2007.01.12.
[한겨레신문]미군, 이라크 이란 총영사관 습격, 2007.01.11.
[한겨레신문]"영국, 5월까지 이라크서 3천명 철군", 2007.01.11.
[경향신문]‘네오콘의 집념’ 또 위험한 도박…‘이라크 새 전략’, 2007.01.11.
[경향신문]이라크 종파간 충돌에 친·반미 충돌까지, 2007.01.12.[경향신문]미군 2만명 이라크 파병, 2007.01.12.
[경향신문]美국민 61%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2007.01.10.
[한겨레신문]‘패배’ 전망에 짓눌린 미군 이라크 증파 , 2007.01.08.
[경향신문]이라크 석유개발 ‘서방 손으로’, 2007.01.07.
[경향신문]바그다드 치안 ‘이라크 손으로’, 2007.01.07.
[경향신문]WP ‘하디타 사건’ 전모 보도, 2007.01.07.
[한겨레신문]이라크 총리, 미군 증원 계획에 ‘못마땅’, 2007.01.06.[경향신문]이라크 ‘제2 보스니아’로 치닫는다, 2007.01.05.
[한겨레신문]미 이라크전 한달 비용=10억 극빈층 5일 생계비, 2007.01.04.
[한겨레신문]미 ‘이라크 야전교범’ 블랙 코미디 아냐?, 2007.01.04.
[한겨레신문]후세인 처형한 미국, 진실도 함께 묻나, 2007.01.04.
[경향신문]“승리낙관 심리 탓 매파가 이겨”…美 이라크전 강행 분석, 2007.01.04.
[경향신문]“사형제를 사형하라” 갈수록 확산, 2007.01.04.
[한겨레신문]WP “부시는 이라크를 망쳤다”, 2007.01.02.
[경향신문]문명세계를 부끄럽게 한 후세인 전격 처형, 2007.01.01.
[경향신문]후세인 처형 ‘후폭풍’, 2007.01.02.
[경향신문]미군 이라크서 3천명째 사망…후세인 추모시위 줄이어, 2007.01.01.
[한겨레신문]재판에서 집행까지 ‘의혹 투성이’, 2006.12.31.
[한겨레신문]‘아랍 영웅-독재자’ 오간 영욕의 27년, 2006.12.31.
[경향신문]美지원으로 권좌올라 美손에 처형된 후세인, 2006.12.31.
[경향신문]후세인, 죽어서도 세상을 갈라놓다, 2006.12.31.
한국군 파병 관련 기사 모음 (2006. 12. 20~ 2007. 1. 11)
[한겨레신문]후세인 처형과 인혁당 사형, 2007.01.11.
[경향신문]盧 “부시 ‘이라크 新정책’ 지지”, 2007.01.11.
[한겨레신문]자이툰부대, 이라크 상황 `예의주시', 2006.12.30.
국군부대의 이라크 파견연장 및 감축계획 동의안 투표 의원, 2006.12.22.
Someday /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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