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하나
근이와 함께 속초로 나가는 길, 같이 갈 거냐는 물음에 좋다고 따라나서니 고맙다. 사잇골, 돌다리 마을에 와 살아 좋다 하고, 학교도 마음에 든다 하고,불만 같은건하나도 없대, 행복하다고만 하는 그 웃음이 좋다. 무엇보다 스물하나 아래, 삼촌이라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녀석이 형이라 말해주니 그게 무엇보다 좋다. 속초 시내 한국통신 앞 길에는 지난 토요일만큼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가는 사이 비가 그쳐 우산들은 접고 있었지만 비옷을 차려 입고 나와 있는 이들도 꽤 된다. 모여 앉은 사람들 뒷자리를 찾아가는데 중간 즈음에 솔이네 세 식구, 풋사과 엉아네가 나란히 앉아 있다.우리도 그 곁에 앉아. 조금 있다가는 영이 언니도 나와 함께 앉았어. 앞 자리에서 진행하는 아저씨 얘기에 하나 둘 자기 얘기를 하는 사람들, 중간중간 재협상 구호를 외쳤고, 요즘 촛불시위에서 유행한다는 오지총의 노래 '헌법 제1조'니 패러디 되고송, 명박나라 따위 노래들도 아는 부분이 나오면웅엉웅엉 따라 불렀다.지난 번나오던 때는근이와 은이가 함께여서 집회가 지루할 때면 둘이서 촛농 떨구는 장난에 촛불 장난만으로도 아주 재미있어 보이더만 오늘은 은이 없이 혼자 나와 그런지 혹시 근이가 재미없어 지루해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솔직히 아무리 좋은 발언들이라 해도 흥 없이 그것들만 이어지면 나도 지루하긴 마찬가지인 걸 뭐. 아직 그 어느 곳들에서 그러하다는흥겨운 잔치판이 되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스스럼없이 나와 이야기를 하는 교복입은 아이들, 그 보다 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이내 싱그런 마음이 되곤 한다.
오전에는 수도관을 찾는다고 삽과 괭이를 들고땅을 팠고, 오후에는 먹통 엉아랑 같이산에 올랐다. 그러곤 밤에는 그렇게 나가 촛불 하나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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