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

냉이로그 2008. 6. 13. 03:22

결국 빼트 형에게 문자를 보내 못 쓰겠다고 했다. 정신이 너무 없다. 그래도 오늘 오후부터는 꼼짝 않고 컴퓨터에 앉아 써 보려 하고 있었는데 그게 되지를 않아. 방은 며칠 전 서울 올라가기 전까지 어질러 놓은 그대로지, 부엌에는 벌써 나흘이 넘은 설거지가 그릇에 담겨 있지……. 아니, 그런 거야 무에 문제가 되겠어.마음이 어수선하니 도무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런거.어질러 놓은 그대로, 설거지 그릇들 그거 하나 치울 정신도 없다는.)

촛불이 타고 있었지요 / 알렉산드로 빠드블르또프

계속 빵꾸, 빵꾸만 내고 있다. 6일 모란공원에 가던 날, 오랜만에 만나는 선후배들 가운데 빼트 형이 있었지. 마침 그날 시청으로 나간다니까 그날 현장 이야기를 담아 글을 써 줄 수 있겠느냐고. 아아, 그래. 올 해부터 빼트 형이참세상편집장을 맡게 되었다 했지. 그럴게요, 하고 약속은 했지만 오두막으로 돌아와서도 영 아무 것도. 어떻게 하루하루가 가는지를 몰라. 그래도 속초로 촛불을 들러 나가면서 이곳 이야기와 함께 담아 어떻게든 써 보겠다고 낑낑(마음으로만)대다가는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 이거 뭐 현장스케치라는 걸 며칠이나 묵어 보내는 것도 그렇고, 그럼 10일 광화문에 다시 가게 될 것 같으니 그 때 갚겠다 미루긴 했는데, 이 역시 못하고 말았다. 글쎄, 무어에 마음이 꼬여들어 그러는 건지. 그래도 애를 써가며 제법 쓰고는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 보일 수 있는 글이 못되겠다 싶어 문자 한 통 띡 날리고 말았다. '미안, 도무지 안 되겠어.'

이 새벽녘까지 오두막에 불을 켜 놓고 있으니 바깥 풀벌레들 툇문에 대고 박치기 엄청 날리고 있다. 모기장까지 했는데도 어느 틈으론지 작은 날벌레 녀석들은 잔뜩 들어와 있다.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구나. 이제 두어 시간 뒤면 또 머얼리 길을 나선다.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아 큰일이야. 속상하다.

'냉이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허달림  (2) 2008.06.22
깨끗하게  (7) 2008.06.15
촛불아, 힘을 내  (8) 2008.06.10
광화문 0606  (2) 2008.06.10
[오두막 0605] 불땐 방  (0) 2008.06.06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