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냉이로그 2012. 4. 23. 08:38

인사

어떻게 인사를 해야 좋을지 몰라. 그 고마운 마음들어떻게 하나하나 짚어 말을 할지.신랑이 식장 앞에서라도 오시는 분들을 마중해 인사라도 드리지를 못해,눈 한 번 맞추지 못하고 다녀가신 분들도 적지가 않아.밥집이 붐벼 상도 못받고 돌아나가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는데, 그게누구일지물어 알 수도 없으니이걸어쩌나, 뒤풀이가 밤늦도록 넘치게 이어졌지만,누구에게랄 것 없이 술 한 잔 제대로부어주지를 못하고만 말아. 긴장이랄 건 없었으나 그렇다고느긋하지도 못한 채로 내내 허둥지둥만.

그나마, 그런 날은 다 그런 거라며,그래도 좋았더라며, 친누이형제 얼굴을지으며,그게 흐뭇해서인지, 속이 시원해서인지, 도닥여주는 이들이 고맙기만 할 뿐. 그러나 역시 그 고마운 마음만큼이나 아쉽고 송구한 마음이 무거워 여행이랍시고 제주섬엘 가 있으면서도 사흘밤 내내 술고래고래에, 색시보다 먼저 곯아떨어져, 아, 그때 식장에서 마이크가 돌아왔을 때 이런 인사라도 했어야 할껄, 뒤풀이에 가서는 이렇게 했어야 할껄, 곯아떨어졌다가도 그런 꿈에 깨곤 했다. 그러나 이미 다 지나간 걸 어쩌랴, 그 신랑이 얼마나 어설픈 애란 걸 모르는 이 없을 거구, 그마저도 다 이해해주기를 바랄 뿐. (얘는 맨날 이해해달래 ㅠㅠ)

잘 살게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여전히 얼떨떨하기만 하지만)

잘 할게요. (이렇게 생겨먹어놔서 과연 어떻게 잘 할 수 있으려나 걱정걱정이지만)

고맙습니다. (아무리 말을 고르고 골라봐도 끝내 이 상투적인말밖에 찾지를 못해)

이 사진은 동시마중 까페에 엉겅퀴가 올려놓은 것들 가운데 하나. 하하하, 그런데 나는 예쁘게 잘 나온 사진들보다 이렇게 웃기게 나온 거가 더 좋더라. 이게 아마, 식이 나 끝나갈 무렵, 난데없이 난지도가 신랑에게 마이크를 주며 한 마디를 하라기에, 준비도 없이 당황스럽기만 하여 그 마이크를 신부에게 떠밀고 있던 중. (하여간 이번에도 또 느끼지만, 말을 참 지지리도 못해.)

그날사진을 찍어준 사람들 많았을 텐데, 아직은 그 까페에 올려준 것들 밖에 보지를 못해. 그러니까 누가 또 사진찍은 거 있으면 멜로 보내주고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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