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경 선생님

냉이로그 2009. 8. 5. 14:51

김우경 선생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7월 7일이라 하니 꼭 한 달 전이었구나.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하셨다 하여 가까이 지내던 이들도 전혀 모르기만 하고 있었다.몇 해 전 머리실을찾았을 때마당에 핀 양귀비며 불두화 같은 꽃들을 자랑하며 순하게 웃던 모습 떠오른다. 안동으로 가 할아버지를 뵙고 갈 거라했더니 그렇담 같이 가자며 따라나서고는 조탑에 들어가 누구보다 아이처럼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던 모습도…. 언제나눈에서 고름을 찍어내야 했다. 날이춥거나 더운 겨울과 여름은말할 수 없이 힘들어, 그나마 봄가을에는 들로 산으로 다닐 수 있어 좋으시다던.

 

어린이책을 읽고 쓰는 동네에 들어와 진정으로좋아할 수 있던분이었다. 오래도록 아팠기만 했고, 아파한만큼 착하기만 하던 아저씨. 선생님이 쓴 동화들은 꼭 당신을 닮아 그지없이 순했고 또한 착했다. 밍밍할정도로 순하고착해빠지기도 했어. 편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나는그 글씨만으로도 마음이 얼마나 맑아지는 것 같았는지 모른다. 컴퓨터를 뒤져보니 그 편지들 가운데몇 개파일에 담아 놓은 것이 있어다시 보고 있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자꾸만 간다, 자꾸만.

 

가장 아파하셨을 순간 마음 한 점도 보태지 못해 미안해요. 선생님을 닮은 깨끗한 곳으로 가선생님을 닮은 깨끗한 목숨들과 함께 편안하게 지내세요.안녕.

 

 


(지난여름에는 먹통 엉아 아프다는 소식에 이것저것 풀 말린 것을담아 보내왔다. 날짜를 보니 그상자 꾸러미를 챙겨보내고 꼭 한 해가 지나 눈을 감아.)





 

김우경은 195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89년 부산 문화방송 신인 문예상을 받으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계몽 아동문학상, 경향신문 신춘문예, 새벗 문학상 들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머피와 두칠이』 『풀빛 일기』 『우리 아파트』 『하루에 한 가지씩』『수일이와 수일이』『반달곰이 길을 가다가』들이 있고, 앞으로『맨홀 장군과 한새』『검정 소금 붉은 도깨비』가 나올 예정이다.

[경남도민일보] 창녕에서 집필하는 동화작가 김우경 씨 (2009. 3. 25)

[열린어린이] 목숨들의 평등평화를 그리는 작가 김우경 (200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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