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꿈들, 군포

그꿈들 2015. 4. 1. 19:34

 

 

 

1.

 

 

 서울과 속초, 상주 그리고 제주를 거쳐 이번에는 경기도로 간다. 그 사이에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에게해 언니가 세상에 첫 발을 딛는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어. 삼월, 언니의 개인전은 커다란 사건이었다. 물감 냄새만이 가득한 그 조그만 아파트에서 끄집어낸 언니의 그림들은 미술계 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발걸음을 계속 잇게 만들어. 언니의 초대전은 한 주일을 더 연장, 갤러리에서는 그림 값을 꽤나 높게 매겨놓았지만 전시를 마칠 무렵에는 대부분의 그림에 빨간 스티커가 붙게 되었다.

 

 어땠을까, 언니는.

 

 갤러리에 붙잡혀 있던 시간 내내, 언니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만 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낯모르는 이들과 인사를 나눠야 했고, 때로는 언론과 방송의 불편한 카메라 앞으로, 더러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어떤 이들과 원치 않는 자리를 감내해야 하기도 했을 거. 몸에 맞지 않는 옷, 불편한 자리. 언니는 어쩜 그 한 달의 시간을 어느 낯선 별, 다른 세상에라도 가 있던 듯 했는지 몰라.

 

 그러나 또한 얼마나 감사하였는지. 그 숱한 밤을 홀로 지새우며 그려낸 그림들, 피를 토해내듯 물감을 찍어바르던 대결의 시간들. 드러내려 한 것도 아니었지만, 세상은 끝내 그것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생했어요, 언니.

 

 

 

 

 2.

 

 

 인사동에서 에게해 언니의 초대전을 마치고 <<그 꿈들>>의 원화들은 경기도 군포에 있는 문화예술회관으로 옮겨갔다. 아라아트에 건 <<속초다>> 전시의 대부분 그림들은 이제 저마다 누군가의 공간에 걸려지게 되겠지만, <<그 꿈들>>에 그린 그림들은 사고싶다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에게해 언니는 팔지 않겠다고 하고 있었다.

 

 4월 한 달 동안은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그 꿈들>> 원화전시를 열기로 하고 있었어.

 

 

 

 

 3.

 

 오늘부터 전시가 시작이니 어제는 군포 전시실에 그림들을 걸고, 조명 따위를 준비해두어야 했어. 그런데 에게해 언니가 앓아 누워 있어. 인사동, 그 낯선 시간의 여파가 끝내 그 작고 가녀린 몸뚱이를 앓아눕게 만들어. 낮은산 아저씨에게 걸려온 전화. 지금 상태로는 화가가 도저히 속초에서 넘어올 수 없으니, 너라도 올라와 그림을 같이 걸어야 하지 않겠냐는 거였다. 그렇게 하여 어제 아침 비행기를 타고 군포엘 다녀왔다. 감자네 집에서 열흘 가까이 함께 지내고 있는 스물두 살 동생 상근이와 함께.

 

 

 

.

 전시 공간은 그동안 해왔던 어떤 곳보다 좋았다. 반듯하고 너른 공간에, 이동 벽을 움직여가며 공간 연출이 가능했고, 차분하게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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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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