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겨울나기

냉이로그 2006. 10. 26. 00:23

날이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봄 ․ 가을은 그야말로 이름뿐인지, 쌀쌀하다 싶으니 서둘러 추워질 것이 걱정이에요. 어제는 어쩌다 평택지킴이로 지내는 아멜 님(솔부엉이 도서관장)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런저런 지킴이살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다가 곧 다가올 겨울에 대한 걱정도 들었습니다.


겨울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지만 갈수록 불안해가는 마을 분위기에 대한 걱정이 더 했던 것도 같고요. 스스로를 다지고, 서로에게 힘이 되기 위해 일부러라도 겉으로는 표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지킴이들과 마을 주민들 사이에 말없이 오가는 불안의 기운들. 그러하기에 어쩌면 다가올 겨울에 대한 걱정이 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지킴이들은 마을 주민들이 떠나고 버려진 빈집에 들어가 고쳐 살고 있습니다. 행정으로는 주민으로 인정되지 않으니 전기나 물을 쓰는 건 겨우 주민들의 전기선이나 수도를 따다 쓰고 있고요. 따뜻하게 보일러가 돌아가는 집이 있다면 그건 호화주택이라 할 만할 거겠고요.


요 가까이 지킴이들 사이에 겨울나기에 대한 걱정들을 하다가 얼마 전 다 같이 모여 의논을 나눴다 하는데, 막상 다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월동준비라는 것에 대해 따로 계획 같은 걸 세우지는 않기로 했다 해요. 편히 지내고자 그곳에 들어가 사는 것도 아니고, 저마다 알아서 잘 지낼 수 있다 하면서요.


지금도 대추리 농협창고의 촛불집회는 780일을 넘기고 있고, 보신각 앞에서 여는 거리예술제는 한 달 동안 계속되고 있지만, 어느덧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어제 전화로 불안함을 말하던 지킴이의 솔직한 얘기였습니다.강제철거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경찰들이 들어가 부수고 짓밟으며 잡아가는 일이 터질 때, 그런 때에나 새가슴이 되어 마음으로 발을 동동거릴 뿐, 한 차례 지나가면 다시 먼일로 잊고 지내던 것이제 솔직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그토록 험한 군경의 작전 앞에서 이제껏 평택을 지켜올 수 있던 힘은 그곳에 삶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있기에 가능했을 거예요. 그곳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그곳에서 삶을 이어내고 있기에.


평택 지킴이들의 겨울나기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지킴이들 안에서 무슨 계획을 내고, 무엇 무엇이 필요하니 후원해 달라, 보급해 달라 하는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지만, 바깥에서 먼저 따뜻한 연대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킴이들이 그곳에서 편안하게 살고자 바라지는 않아 합니다. 무슨 시혜나 동정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겨울나기를 함께 준비하자는 것은 우리가 함께 지킴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는 지킴이들이 더 건강하게 이 겨울을 이겨낼 수 있게끔 함께 하고픈 마음이고, 또 하나는 강제철거나 침탈이 있는 때에만 쏟는 관심이 아니라생활의 연대를 계속 이어내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지난 9․24 평화대행진 뒤로 평택의 이야기가 중앙 일간지에 보도된 일은 한 차례도 없다고 하지요. 게다가 북핵 실험 문제로 이 땅에서는 마치 평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한 귀퉁이에도 발 딛지 못하는 꼴로 되어버렸습니다. 국방부는 주민들을 따로 만나면서 회유와 협박을 더해가는 것으로 주민 여론까지 집요하게 갈라내려 하고 있다 합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작은 연대의 기운을 그곳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과 이어가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 작은 연대의 한 가지로 지킴이들 겨울나기에 함께 물품을 모았으면 하는데요, 뜻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어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 전기장판을 비롯한 전열기구들

- 침낭이나 이불을 비롯한 겨울침구류

- 내복과 두꺼운 양말, 장갑, 모자, 목도리들.

- 외투,껴입을 덧옷을비롯한 겨울옷들

- 그 밖에도 겨울나기에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이 있다면 무엇이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조목조목 떠올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따뜻한 집 아닌 곳으로 멀리 나가 사는 식구에게 무언가 챙겨주고 싶은 게 있다면 그런 것들이 모두 겨울을 든든하게 날 수 있을 것입니다.

- 겨울이라는 철에 상관없이 갖추어야 할 생필품이라면 무엇이든 후원할 목록이 되지 싶습니다.

- 평택지킴이들 뿐 아니라 그곳에 주민으로 지내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들도 함께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 물품 전달 뿐 아니라 평택에 함께 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나 글, 그림, 꾸밈판이나 꾸밈천막 같은 것들도 함께 모으면 좋겠습니다.


평택 지킴이들에게 우편이나 택배가 아주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반송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지난 강제철거 뒤로는 주민들의 출입마저도 까다로이 할 정도가 되어 있어 어려움이 더한 것 같고요. 하나하나 마련하는 것들은 한데 모아 평택으로 직접 가지고 갔으면 하는데요, 겨울나기에 보태는 것들을 보내주실 주소는 꼬리말에 붙여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준비해 마련하는 것이 있으면 꼬리말로 올려주시면 필요한 것들을 나누어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 보내실 곳 주소와 전화번호-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102-185 (3층) 박기범 앞

* 11월 18일까지 모은 것들을 평택지킴이들에게 전하려 합니다.

고르게 가난한 삶을 기꺼이 준비하는,

더불어 가난한 삶을 기쁘게 준비할 수 있을 때에

우리는 비로소 야만의 폭력 앞에 놓인

우리 모두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Deva Premal - Chidananda

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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