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별빛
사포
저녁 별빛은
빛나는 아침이
사방에 뿌려 놓은 것들을
모두 제자리로 불러들인다.
양을 불러들이고
염소를 불러들이고
또한 귀여운 아기도
엄마 품에 불러들인다.
비
나카무라 카요코
아무도 없는 공원에
나
혼자 서 있다.
비가
소리를 내며
땅을 때린다.
그저 말없이
착실하게 서 있는 계수나무
비에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말없이 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서 있다.
밤하늘의 달
미즈타니 마스다카
가만히 달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는다
가만히 달을 보고 있으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해보다 밝지는 않지만
마음속까지 비추어 준다
밤하늘은
달만의 것
그래
달만의 것.
누에고치의 무덤
가네꼬 미수주
누에는 누에고치에
들어갑니다
갑갑한
그 누에고치에
그래도 누에는
기쁘겠다
나비가 되어
날 수 있어요.
사람은 무덤에
들어갑니다
어둡고 외로운
그 무덤에
그래도 착한 아이는
날개가 돋아
천사가 되어
날 수 있어요.
싸움의 뒤
가네꼬 미수주
혼자가 됐다
혼자가 됐다
멍석 위는 외롭구나
나는 몰라요
그 애가 먼저예요
그래도 그래도 외롭구나
인형도
혼자가 됐다
인형을 안아도 외롭구나
살구꽃이
팔랑팔랑
멍석 위는 외롭구나
별과 민들레
가네꼬 미수주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북미 인디언 음악 The Offering, Flute : Mary Youngblood
(권오삼 동시마을 까페(http://cafe.daum.net/dongsichon)에서 보게 된 동시들인데
시들이 참 좋아 여러 번 다시 보고, 보고 싶어 담아왔다.
다른 쪽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동시 작품을 보는 눈에서만큼은 배울 것이 많은 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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