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시 몇 편

냉이로그 2006. 11. 18. 12:45


저녁 별빛


사포



저녁 별빛은

빛나는 아침이

사방에 뿌려 놓은 것들을

모두 제자리로 불러들인다.

양을 불러들이고

염소를 불러들이고

또한 귀여운 아기도

엄마 품에 불러들인다.




나카무라 카요코


아무도 없는 공원에

혼자 서 있다.


비가

소리를 내며

땅을 때린다.


그저 말없이

착실하게 서 있는 계수나무


비에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말없이 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서 있다.




밤하늘의 달

미즈타니 마스다카


가만히 달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는다

가만히 달을 보고 있으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해보다 밝지는 않지만

마음속까지 비추어 준다


밤하늘은

달만의 것

그래

달만의 것.




누에고치의 무덤

가네꼬 미수주


누에는 누에고치에

들어갑니다

갑갑한

그 누에고치에

그래도 누에는

기쁘겠다

나비가 되어

날 수 있어요.


사람은 무덤에

들어갑니다

어둡고 외로운

그 무덤에


그래도 착한 아이는

날개가 돋아

천사가 되어

날 수 있어요.






싸움의 뒤

가네꼬 미수주


혼자가 됐다

혼자가 됐다

멍석 위는 외롭구나


나는 몰라요

그 애가 먼저예요

그래도 그래도 외롭구나


인형도

혼자가 됐다

인형을 안아도 외롭구나


살구꽃이

팔랑팔랑

멍석 위는 외롭구나





별과 민들레

가네꼬 미수주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북미 인디언 음악 The Offering, Flute : Mary Youngblood




(권오삼 동시마을 까페(http://cafe.daum.net/dongsichon)에서 보게 된 동시들인데

시들이 참 좋아 여러 번 다시 보고, 보고 싶어 담아왔다.

다른 쪽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동시 작품을 보는 눈에서만큼은 배울 것이 많은 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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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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