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일기]기와, 미장, 덴조 (2)
4. 덴조
그렇게 집 바깥에서는 기와를 올리고, 집 안에서는 벽을 바르는 동안 목수들은 천정에 덴조를 대는 일을 했다. 보통 많은 한옥은 서까래를 그대로 드러나게 노출하기 때문에 덴조라는 것이 따로 없거나 혹은 덴조를 하더라도 도배를 할 수 있도록 쫄대를 대고 합판을 붙이곤 하는데, 여기에서는 루바라고 하는 천정 마감재로 나오는 나무를 따로 주문해서 그것으로 덴조 마감을 했다. 말하자면 루바는 나뭇결과 무늬를 그대로 살린 채 끼워 맞출 수 있게 공장에서 만들어 나오는 마감재인만큼 쫄대에 합판을 붙이는 것에 견줘 값이 많이 든다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만큼 나무 집 느낌을 더욱 살릴 수 있고, 나뭇결과 무늬가 살아 있어 보기에도 좋다.
이 일을 할 때는 주로 작은 어르신과 친구가 짝을 이뤄 루바들을 하나하나 재단해 붙여 나갔고, 큰 어르신과 나는 발판 준비하는 일과 모서리 몰딩 대는 일을 했다. 휴우, 정말로 덴조 하는 일에서는 루바를 붙이는 일보다 그 일을 하기 위해 단도리를 하는 거랄까, 우마(발판, 모탕)를 짜는 일이 더 중심에 가 있었다. 우마 없이 걸상 따위를 놓고 일을 하려면 걸상 자체를 들고 계속 옮겨다녀야 하느라 정작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발판을 미리 짜 놓아 바로 일을 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일은 그만큼이나 중요했다. 지난 봄 일을 할 때 먹통 엉아가 그랬던가, 노가다는 단도리가 일의 칠십 퍼센트라 그러더라고.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랬다. 루바를 쭉쭉 잇고 붙이는 사이 다른 방 발판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일하기아 영 까다로워.
우마 짜는 일은 결코 가벼이 보면 안 되는 것이 일단그 위로 올라가 밟고 다니며 일을 해야 하니 어느 한 부분이라도튼튼하지 못하게 될 경우 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어, 화요일 루바 대는 일을 하다가 우마 만든 틀에 있는 서까래가 구르면서 작은 목수 어르신이 코뼈를 부딪히는 일이 있기도 했다.
작은 목수 어르신이 루바를 대고 모서리 부분 몰딩을 대면서 타카 못을 쏴 고정해 두었다.
5. 풋사과 엉아네 집 곁방 덴조
새로 집을 지으면서 그 아래에 있는 풋사과 엉아네 방 한 칸을 더 곁들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원래 있던 집에 덧붙이는 일은 아무래도 일이 성가시다. 큰 어르신 표현은 '일이 시끄럽다'던가. 풋사과 엉아네 집 또한 팔작지붕 한옥집인데 그 한 쪽으로 방 한 칸을 더 붙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원래 내려온 추녀와 서까래, 처마 밑으로 새로 들일 방의 도리목과 서까래가 올려지면서 그 아래만큼의 높이로 벽을 쌓을 수밖에 없으니 일이 편치 않은 것이다. 게다가 어르신들이 높이 계산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원래 있던 집 처마 밑으로 서까래와 단열재, 지붕재가 들어갈 여유 공간을 띄우고 도리목을 붙였어야 하는데, 그 여유 높이를 추녀 끝에서 잰 것이다. 그런데 추녀 끝은 들려 있고, 가운뎃 부분 서까래는 그보다 훨씬 더 처져 있으니 추녀 끝에서 여유를 두었다 해도 가운데 서까래로 갈수록 그 여유 공간이 좁아지면서 거의 없다시피 된 것이다.) 서까래만 겨우 걸쳤지 단열재를 올릴 수가 없어 거꾸로 서까래 아래에서 쳐 올려붙이는 식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일은 더욱 성가시게 되었고, 원래 공정에는 필요치 않은 덧목을 더 달아붙여야 했다. 망치질 하나를 할래도 밑에서 위로 올려쳐야 하니 무엇 하나 시끄럽지 않은 게 없었다. 이 방에도 마지막으로 천장 마감으로 루바 덴조 일이 남아 있었는데 문제가 또 하나 있었다. 헐! 서까래 아래로 샌드위치 판넬을 대느라 피스 못이 끝까지 박히지 못하고 볼트 머리들이 다들 튀어나와 있었으니 그래서는 루바를 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랬으니 그 못 대가리들부터 하나하나 다 갈아내는 작업부터. 손 그라인더에 쇠를 갈아내는 날을 달고 오전 참이 될 때까지 불꽃을 튀며 못 대가리들과 씨름을 했다. 목공이 아니라 철공이라도 하듯 정신없이 볼트 머리들을 갈아내고 나서야 일을 시작.
풋사과 엉아네 집. 왼쪽으로 살짝 보이는 곳이 새로 덧대고 있는 방.
6. 이건 뭔 사진.
말했듯 덴조 일을 할 때는 막상 덴조를 하는 일보다 우마 단도리에 힘과 품이 더들곤 한다. 흙벽돌을 가져올 때 깔았던 빠레트들을 있는대로 다 들여놓아 기대어 놓고, 그 사이로 열두 자 이삼각이건 아홉자 서까래들이건 빠레트들 사이에 걸친 뒤 알판들을 올려 발판을 만들어놓아야만 어느 정도 딛고 올라설 수 있다. 게다가 어느 방 하나를 다 하고 나면 다시 그것들을 철거, 해체해 다른 곳 덴조할 곳으로 옮겨 만들고……. 그것도 방이며 마루마다 천정 하나의 크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 크기에 맞춰 우마를 준비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마 단도리를 하고 뜯으며 나무들을 옮겨 나를 때 마리아 선생님이 찰칵찰칵을 한 자리에서 몇 번이나 했나 보다. 그 찰칵찰칵들.
7. 오두막 목련
벌써 지려하고 있는 건지. 실은 오두막 정지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있는 목련이건만 제대로 눈을 주지 못하고 지낸다. 이렇게 누군가 사진을 찍어놓은 걸 보면서야 아, 벌써……. 하며 새삼 놀라게 되곤 해. 아침에는 눈 뜨기가 무섭게 작업복 찾아 걸치고 현장으로 나가기에 바쁘지, 일을 마치고 나면 한의원 문 닫기 전까지 못가볼까 겁이나 부랴부랴 달려나가지, 그러고 오두막에 돌아올 때면 이미 깜깜. 그 때는 목련이 아니라 검은 하늘 점점이 박혀 반짝이는 별들에 눈길을 빼앗기게 되곤 하니. 곧 오두막 앞마당은 목련 이파리들로 하얀 방석을 깔겠구나. 채 사랑할 새 없이 지려 하고 있는 걸 보니 속상하다. 아직 지지 마라, 춘래불사춘. 아직 내 마음에는 봄이 들지 않았는 걸.
앵두나무 꽃들도 준비를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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