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일기] 문

냉이로그 2009. 3. 30. 08:39

[목수일기]문

여원이네 집을 짓는 일에서는 그야말로 목수들 일은 다 마쳤다. 대목이 하는 일인 골조 짓는 일은 벌써 끝났고, 내장 목수들이 하는 일인 천정 덴조와 몰딩까지도 다 했으니 말이다. 한 가지 남았다면 문을 딛고 올라서는 자리에 마루를 까는 일인데 그건 집 안 일이 모두 다 된 뒤 하루품이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천정 덴조 일을 마치면서 작은 목수 어르신은그것으로 일을 끝냈고, 큰 목수 어르신은마루 까는 날하루 더나오실 계획이다.하지만 그 사이에도 친구와 나는 틈틈히 계속일을 하고 있는 것은여원이네집짓기를 하면서 풋사과 엉아네 곁방 내는 일이며 모임집에 선반과 툇마루, 현관을 내는 일 따위주변 일들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집터 한 쪽으로 헛간도 하나 짓기로하고 있어.

1. 현관

지난 목, 금, 토 사흘 동안은 모임집문 바깥으로 현관을 내는 일을 했다. 그러려니문 바깥으로 기둥 둘을 세워야 했고, 가운데로 다시 문을 내려니 문설주가 되는 간주(사잇기둥) 둘을 더 세워야 했다. 그리고그 벽체에는 따로 흙벽을 쌓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원래 모임집의 기둥에서 잡아줄 수 있는 인방들을 중인방과 하인방으로 둘 씩끼워넣기로 했다.막연히 생각하기에는 신발 벗고 들어서는 자리에 공간 하나 더 내는일이야 간단치 않겠느냐 싶기도 하겠지만 막상 일을 하려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어차피 기둥과 도리목이 다 들어가야 할 테니 새로 집을 짓는 것처럼 그 하나하나에도 사괘 장부를짜 맞춰야 하고, 엎을장받을장으로 앞도리와옆도리를 맞추어야 한다.원래 있는 집의 기둥에 촉을 끼워 맞춰야 하는 일. 게다가이미 있는 집에 무언가를 덧붙인다는 것은 목수 어르신 말씀처럼 '일이 시끄러운' 일이 되곤 한다. 마리아 선생님 집 지을 때 눈썹을 달아 보일러실을 낼 때도 그랬고, 풋사과 엉아네 집 곁방을 내는 일에서도 그랬다. 이미완성된 집의 처마 아래로 들여야 하기 때문에 높이와 너비는 마음껏조절할 수도 없고, 그 아래로 붙여야 하는 일이니 내려치는 망치질은 아예 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둥에서 도리까지 다 짜맞춘 뒤에 통째로올려세워 붙일 수 밖에 없어.게다가 원래 있던 집 보 머리가 바깥으로 나와 있으니 그것을 파내고 도리를 끼워넣는 일은 영 성가신 일이 아니다. 새로 무언가를 짓는다고 할 때야 치목할 때부터 하나하나 장부맞춤에 필요한 끌구멍이니 촉 따위를 미리 따내고 만들어 준비한 뒤 조립에 들어가겠지만, 원래 있던 집에 덧붙이는 일은 서 있는 기둥과 도리, 그것도 서까래 위로 지붕까지 다 내밀고 있는 아래에서 끌질, 망치질로 재단을 해야 하는 일이니 애를 쓰며 일을 해도 여간해야 자리가 나지를 않는다. 그러니 일을 하다보면 따로 집 하나를 더 짓는 게 낫지 다 된 집에 뭔가를 붙이는 일은 일만 시끄럽다 하는 얘기가 나오곤 하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 자 기둥이건 네 치 기둥이건 사괘를 따는 건 마냥 똑같은 일이고, 열두 자 도리가 가로지르건 다섯 자 도리가 올라가건 양 끝에 장부를 따는 일은 똑같기 때문이다. 단지 들어 옮길 때 더 무겁고 힘이 들다는 것뿐 장부 맞춤 자리의 숫자는 여전하다. 게다가 이 현관을 내는 일은 따로 벽체 없이 이다 판이나 루바 남은 것으로 중인방 아래를 가릴뿐이니 원래 모임집의 기둥과 현관 기둥, 그리고 현관 기둥과 간주 사이로 중인방에 하인방까지 다 둘러 끼워맞춰야 하는 일이 있다. 그렇다고 어디 메질은커녕 망치질이라도 시원하게 할 수가 있나. 일을 할 때는 자리가 쫙쫙 나야 일하는 기분도 좋고, 나름 보람 뿌듯한 법인데 일이 지지할 수밖에 없으니 아무래도 무언가를 덧붙이는 일은 시원치 못하고 '시끄러운' 법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 주 사흘을 현관 기둥과 도리, 인방으로 쓸 나무들을 치목해 짜 맞추는 일을 했다. 기둥에 도리를 짜맞춰 세우는 데만 해도 몇 번이고 세웠다 눕혔다를 했는지 몰라. 처마 바깥으로 나온 서까래들 높이가 일정치 않은 데다 그 서까래를 피해 기둥을 세우려니 너무 안으로 들이자면 공간이 너무 좁을 것 같고, 최대한 바깥으로 빼자니 처마 끝 서까래들에 자꾸만 걸려. 그러다 보니 현관 기둥 높이와 위치를 계속 조정하며 밑둥을 잘라내야 했고, 그럴 때마다 다림추와 수평자를 가지고 수직, 수평을 보아야 했다. 기둥 밑둥을 잘라내다 보면 도리목 끼울 자리 장부 높이도 달라지게 되고, 어렵게 따낸 인방 자리도 함께 낮아진다. 장부도 다시 따야 해, 이미 따 놓은 것들에는 땜질도 해 놓아야 해. 휴우, 하지만 사흘을 그렇게 일하며 멋진 현관 틀이 만들어졌다. 가운데로는 문을 짜 넣을 것이고, 양쪽에는 중인방 아래는 나무 벽을, 그리고 중인방 위로는 창이 들어간다.

2. 문

현관으로 덧붙일 부재들을 치목하고, 기둥에 도리목을 끼워 세운 뒤로는 친구와 일을 나누어 했다. 친구는 현관 나머지 일들(인방을 끼우는 일이며 현관 벽을 두르는 일)을 맡아 하기로 했고, 나는 거기에 들어갈 문을 짜는 일. 실제로 문 짜는 일은 토요일 하루가 꼬박 걸리는 일이었다. 미리 문설주 한 쪽에는 문 두께 만큼의 턱을 따 놓았다. 거기에 맞춰 문틀을 짰다. 문 앞뒷면에는 루바를 붙이기로 했으니 문틀에도 루바 두께만큼의 턱을 일정하게 따내야 했다. 이건 완전히 소목이 하는 일. 솔직히 집을 짓는 대목 일에서는 몇 푼의 오차가 있더라도 조립하는 과정에서 끌질을 하거나 톱을 넣어 맞춰가며 끼우면 되지만 소목의 일은 한 치, 한 푼의 오차가 있어도 아주 보기 싫게 되고 만다. 게다가 문이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틀어지게 되면 삐걱거리며 맞지 않게 되기 때문에 어설피 만들어서는 내내 성가신 물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목수들 가운데에도 문만 전문으로 짜는 문장이들이 따로 있지를 않은가. 정말 제대로 문을 짤 때는 재료로 쓰는 나무조차 다르다. 연장부터가 우리가 가진 것과는 아주 달라. 그러니 문을 짠다 생각할 때부터 이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다. 문틀 앞뒤로 루바 두께만큼의 턱을 남겨야 하는데 틀 자체가 너무 얇아 그것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조기를 대고 원형톱으로 밀어 최대한 오차없이 켰지만 워낙 제재해온 나무부터가 휘어 있거나 두께에 굴곡이 있어 그것을 일정히 맞추는 일은 원형톱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양쪽으로 턱을 내려니 남는 부분이 얼마 없어 과연 얼마나 힘을 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문설주에 꼭 맞게 해야 하는 쪽은 문틀 안으로 루바를 끼워넣는 식으로 하고, 문설주 바깥이 되는 면은 그대로 덮어가기로 했다. 또한 그 나무 두께를 일정히 맞추어야 하는 것은 문틀에 턱을 내는 것만이 아니라 중간중간 가로대로 넣을 쫄대 또한 그 두께를 일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루바를 끼워나갈 때 불룩 배가 솟거나 꺼지는 자리가 나오지 않게 할 수 있어. 쫄대를 켜고, 문틀 사이로 가로질러 못질을 해 넣고, 그 다음에야 문 높이에 맞춰 루바를 재단해 붙여 나갔다. 일반 못으로는 지를 수가 없어 콤프레셔에 타카를 연결해 타카 못을 쳐가며 한 쪽을 붙이고 다른 쪽을 끼우며 맞춰나갔다.

하루 일을 다 마칠 때쯤 해서야 문이 다 되었다. 바깥면은 요철이 있는 루바 뒷면이 드러나게 끼웠고, 안쪽에는 천정 덴조를 할 때처럼 평평한 면으로 해서 문틀 턱 안으로 끼워넣었다. 손잡이를 사다 붙이자는 말이 있었지만 그럴 것 없이 나뭇가지 굽은 것 있으면 그것 껍질을 벗겨 손잡이로 끼우자고 했다. 맹공 엉아가 뒷산에 가서 주어온 나뭇가지를 맞춰 자르고 껍질을 벗겨 놓으니 아주 그만이었다. 정말 예쁜 문이 되었어.

기분이 좋았다. 그 문을 짜는 일에서만큼은 목수 어르신이나 다른 누구의 계획을 따라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스스로 해낸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반과 툇마루를 짜는 일에도 어르신들 없이 일을 했지만, 그 때 또한 친구와 함께 의논을 해가면서 함께 한 일이었으니 그 때와는 또 달랐다. 그래서 그랬을까? 집을 지을 때 어르신들이 먹을 놓는대로 자르고 다듬어 세우는 일을 할 때보다 친구와 둘이서 일을 하던 선반, 툇마루 일이 더 좋았고, 그 때보다도 아주 혼자 맡아 문을 짜고 나니 더욱 기분이 좋은 것이. 게다가 문을 짜고 있는 동안 글과그림 편집 모임을 하러 속속 모인 선생님들이 보시곤 아주 예쁘다 하니 또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라면 문도 짤 수 있겠어, 아니, 문 아니라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드니 속으로 얼마나 기쁜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요사이 일을 할 때면 늘 절로 닿게 되는 생각이 생각이 나중에 내 집을 혼자 짓게 된다하는 것인데 역시 그랬다. 문은 어떤 식으로 짜면 되겠구나.헛간에는 어떻게, 작업실에는 어떻게,부엌에는 어떻게….

Missing / 아나야(Anaya) - 워낭소리 ost 08

3. 눈, 비

일요일인 어제는 모임 잡지 편집회의가 있기도 하고 해서 하루를 쉬기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눈이펑펑 내려 발목 두께로 쌓여 있어. 세상에나, 아주 한겨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일을 하던 밭에는 그곳이 집을 짓던 현장이었는지도 모르게 온통 하얗게 덮어버렸다. 쉬자고 하지 않았어도 일은 아예 할 수가 없었어.그러곤 어제 하루는 내리 잠을 잤다. 그 동안 일 하느라, 술 먹느라 못 자고 모자라던 잠을 어제는 정말하루종일 잠을 잤다.전날 밤 잔뜩 불을 때놓은따뜻한 구들이 고맙기만 했어.

그러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네. 오늘도 일을 할 수가 없어. 우와, 이틀이나 이렇게 일을 쉬다니. 토요일 문을 짜고 있을 때샘골 자작나무 아래에는 잔디를 심었다던데, 오랜만에 농막에나 올라가 봐야겠다. 심자마자눈을 덮고 있었을 잔디, 자작나무에게도 인사하고, 농막 난로에도 불을 때야지. 내가여기 오두막으로 들어와 살기로했을 때, 먹통 엉아가 짜 놓고 기다린 것이오두막 정지문이었다. 혹 이 오두막을 헐게 되더라도 저 문만큼은 그대로 떼어가고 싶어. 그러곤 내가 집을 짓게 될 때 그 어딘가에 저문을 달아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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