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일기]기와, 미장, 덴조 (1)
골조 완성 뒤 사흘은 도목수 어르신들 없이 친구와 둘이서 모임집 선반과 평상을 만들어 붙였고, 다시 어르신들과 함께 집 일을 했다. 그게 월요일.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려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집 안에 들어가 천정에 덴조 대는 일을 하는 것이니 그대로 하기로 했다. 기와를 싣고 온 트럭은 밭에 빠지는 바람에 기왓장들을 차에서 내려놓는 일만 겨우 해 놓고 돌아가야 하는 일까지. 그렇지 않았다면 싣고 온 트럭을 처마 밑으로 대 놓고는 거기에서 바로 지붕 위로 기와를 던져 올려 착착 놓아갔을 텐데, 그리고 아마 그랬다면 우리 목수들은 일을 못하고 하루를 쉬었을지 모르겠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일이 어수선하게 되었다.
그렇게 월, 화, 수 사흘은 기와공과 미장공, 목수까지 해서 세 팀이 함께 뒤엉겨 일을 했다.미장공은 바깥 벽을 다 바르고 났으니 집 안에 있는 벽들을 발라가기 시작했고, 와공들은 집 바깥에서 지붕 위로 기와를 던져 올리고 흙을 뭉쳐 올리며 기와를 얹었다. 그리고 우리 목수들은 루바라는 천정 마감재를 가지고 지네대 아래로 붙여 나갔다. 게다가 그 사이사이에 문 짜는 목수가 다녀가기도 했고, 보일러 설비하는 이들이 다녀갔고, 싱크대 놓는 쪽 사람, 전기 일 보는 사람 들이 다녀갔다. 확실히 집 짓는 일이마무리로 닫고 있는 것이다.
여러팀 일이 동시에 진행되니 정신이 없을 뿐 아니라서로를 피해가며 일을 해야 했다.미장이나 목수 일이 아무리집 안 쪽 일이라 하더라도 쉴 새 없이 집 바깥에서 필요한 것들을 들이고 내야 하니 지붕 위에서 깨뜨려 내버리는 기왓 조각을 신경 써야만 했다. 집 안의 미장과 목수들은 이 쪽 방 벽을 바르면 저 쪽 방 천장을 붙였고,마루 일을 할 때면 또 다른 방에서 겹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일을 하면서 느끼지만 공간이 좁거나치이는 것이 많고, 걸리적대는 것이 많으면 일은 두세 배 이상 더뎌지고, 일은 그만큼 더 힘을 들게 한다.
1. 기와
기와 올리는건 기둥 사괘로 도리와 보를 맞추고 지네대를 얹은 다음 그 위로 동자주를 세우고 중짬을 맞춘 뒤 서까래들을 건 뒤 개판을 다 덮어 지붕 골조를 다 마친 뒤 하게 된다. 옛날 전통 방식으로 하자면 기와를 올릴 때도 흙을 개어 올려 한 장 한 장 놓아가겠지만 요즘은 상목을 미리 대 자리를 만든 다음 기와를 얹어간다. 상목을 대기 전에도 와공들은 미리 할 일이 있어. 방수 시트로 개판 위를 한 번 더 씌우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상목을 댄 다음에는 연암이라 하는 기와 끝 막음 목을 처마 위로 돌린다. 말하자면 서까래 사이 공간을 당골이라 하여 막아줘야 하는 것처럼 기와 또한 지붕과 뜨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막아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기와를 얹는 것. 전통 기와는 암기와와 수기와가 따로 있어 그것을 번갈아 맞추며 놓았지만 지금은 아예 암수가 하나로 되어 있는 기와가 나오기 때문에 그대로 얹을 수 있게 되어 있다.하지만 아무리 흙을 쓰지 않는다 해도 용마루를 얹을 때나 추녀 위를 얹을 때는 몇 겹으로 올려야 했기 때문에 흙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당골을 막을 때 그러했던 것처럼 지붕 아래에서 흙을 개어 한 뭉치씩 위로 던져주면 그것을 받아 기왓장을 얹어간다.
기와를 올리는 와공들은 지난 해집을 지을 때본 얼굴들이다. 그 때 처음 기와 올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더랬지. 이번에는트럭이 밭에 빠지는 바람에트럭을 처마 밑에 세워기왓장을 바로 던져 올리는건 볼 수 없었지만, 암튼기와를 올릴 때던지고 받아 넘기고 넘겨 한 장씩얹어갈 때아주 장관이었다. 이번에는 처마 밑으로 기왓장들을 날라 거기에서부터 던져 올리는 것으로 일을 했지만 이 또한 역시나 입이 벌어지게 했다.
2. 미장
지난 번 집을 지을 때는 골조 일을 다 마친 뒤 흙벽돌을 쌓고 바르는 일에도 뒷일꾼으로 함께 했는데 이번에는 목수 일과 벽 쌓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미장 쪽 일은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일이 동시에 되고 있는 까닭은 이 집에는 인방이라 하는 부재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기둥을 세우고 도리, 보를 맞춘 뒤에는 바로 지붕 일을 할 수 없고 벽을 쌓아주어야 집이 안정감 있게 서 있을 수 있어 지붕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땅 위에 세워 놓은 기둥들이 서로 붙잡고 있는 건 기둥 꼭대기의 사괘에서 도리와 보를 만나는 것 뿐인데 인방을 끼운다면 기둥 밑자락과 가운뎃 부분까지 서로를 붙들고 서 있을 수 있게 하겠지만, 인방 없이 집을 짓게 되니 기둥이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벽을 바로 쌓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목수 일과 미장 일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집을 짓는 일은 그 시간만큼 더욱 빨라질 수 있던 것이다.
지난 봄에는 목수들이 골조 세우는 일을 다 마친 뒤에 흙벽돌을 쌓아 바르는 조적과 미장 일이 되었기 때문에 먹통 엉아와 함께 이 일들에 뒷일꾼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이번 집 짓는 일에서는 목수 일과 흙벽 쌓는 일, 미장 일이 동시에 되었기 때문에 그리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흙벽을 쌓고 벽을 바르는 황사장님은 뒷일꾼으로 사모님과 같이 나와 두 분이서 일을 하고 있다. 이미 흙벽돌 쌓는 일은 다 되었고, 이제 황토 몰타르를 개어 벽을 바르고 있다.
3. 집들
기와를 다 올리고, 바깥 미장이 다 되어 창과 문, 툇마루를 빼고는 바깥 모습으로는 다 된 집 모습이다. 소박하고 단아한.
수요일에는 때 아닌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저 멀리 모임집, 짓고 있는 여원이네 집, 그리고목련뒤로 보이는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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