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는 사진] 지네대, 판넬 올리던 날 (2009. 3. 7)
벌써 아득하다.언제 날짜인가 봤더니 3월 7일, 그러니까열사흘 전모습인데 이 때는겨우 기둥을 세우고 도리목과 보를 올려놓은 뒤 지네대를 놓고천장 단열재로 쓰는 샌드위치 판넬을 올릴 때다. 지금은 집안에서 천장을 마감하는 내장 일을 하고 있고, 오늘내일로 기와가 올라가고 있으니 정말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 지나 버렸다. 그러니까여기 이 자리에 올려 놓는 건 밀린 사진들 가운데 도리목 사이 지네대를 걸고, 그 위로 샌드위치 판넬을 걸던 때 것들. 조금씩 알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조립을 하기 전 치목을 할 때 도리목 어디어디에 지네대 끌구멍을 내놓아야 하는지, 그리고 지네대 결구는 어찌해야 하겠는지, 또한 지네대 위로 올라갈 단열재 두께만큼을 어떻게 남겨두어야 하겠는지……. 나도 모르게 이번 집 일을 하면서는 하나하나 새로이 공부가 되고 있다. 도편수 어른 없이, 누구 가르쳐주는 이 없이 구조와지어 올리는과정을 이해, 나 스스로 머릿속에가장 쉬운 그림부터그릴 줄 알아 먹을 놓을 수 있게 되는.
지붕 위 작업을 할 때는 언제나 지붕 아래에서 받쳐주는 이들이 있으면 일이 몇 곱절은 빠르게 할 수 있다. 나무를 올려주는 것부터 하다못해 그때 그때 필요한 망치나 끌, 못 하나 올려주는 것까지 지붕 위에 올라 일을 하다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가지고 올라오고 하다보면 그 오르내리는 것에 시간이며 힘이며 흘리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 심지어는 목이 마를 때 물 한 병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그만큼의 품을 아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기둥을 세우고 지붕 위를 타고 다니며 일을 하게 되면 밑에서 받쳐주는 손 하나가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마침 이 날 일을 할 때는 주말이었고, 가깝고 먼 곳에서 손을 보태러 함께 해 준 분들이 있어 일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러니 이 날 하루에 지네대를 다 걸었고, 그 위로 샌드위치 판넬까지 삼분의 이나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혼자 집을 짓는다 하면 이 모든 일을 지붕 위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하루 일이 아니라 일주일, 열흘이 걸리는 일이 되겠지, 아마도.
참을 먹는 시간. 이 날까지만 해도 겨우 기둥 위로 천정 뼈대를 받쳐놓았을 뿐이다. 아직까지 지붕 모양은 보이지도 않고 있어. 그렇기에 또한 아직은 설렘이 더 많던 때였는지 모른다.
샌드위치 판넬을 한 장 한 장 재단해서 지네대 위로 올리고 있다.집이 따뜻하려면 천장 단열이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던데 아무래도 따뜻한 공기는 위로올라가게 되니 그 열을 어떻게 보존하는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거겠지. 천정으로 열이 날아가게 된다면 흔히 말하는 웃풍 센 집이 될 테고,위로올라가는 열을 잘안아줄 수 있다면방 안이훈훈하게 될 수 있겠지. 한옥집을 지을 때 서까래를 노출시켜 드러나게 할 때는지네대라는 것이 있지도 않고,이 지네대와 서까래 사이로 단열재를 쓸 일이 없다. 그럴 때는 서까래 위로개판을 덮어 그 위에흙이나 회로 다짐을 해 단열을 하는 것이보통. 하지만 굳이 서까래 노출을 하지 않는 경우라면 바로 지네대를 놓고 그 위에서부터단열을 하는 것이 품도 적게 들일 수 있고,효율적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단열재로는 샌드위치 판넬이 아니라 전통방식대로 흙다짐을 할 수도 있겠고, 그 밖의 여러 방식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어제였나, 오랜만에 하루를 쉬던 날. 오랜만에 난지도와 통화를 하는데 녀석이 뜬금없이 그런다. 형, 작년 이맘 때는 뭐했는지 생각나느냐고. 저는 생각해보니 지난 봄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있었고, 병원 입원실에서 창밖으로 벚꽃 날리는 걸 보며 꽤나 쓸쓸해했더라는. 그래, 작년 이맘 때 무얼 했나 돌이켜보는 일은 나 또한 잘 하는 짓거리인데 아무래도 그건녀석이나 나 같은 반백수들이 곧잘 하는것인지 모르겠다. 한 해 한 해 나이는 들어가고, 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싶을 때 처연히 떠올려보곤 하면서.암튼 녀석의 말에내 대답은 일초도걸리지 않은 것 같다.그치만 그 짧은 사이였어도 생각이 지나갔어.작년 이맘 때는 무얼 했더라. 얌마, 나야 작년 이맘 때도 이러고 있었지. 맞아, 꼭이랬다.지금과 꼭 같은 작업복을 입고, 지금과 꼭같은 일을 하고, 지금과 꼭 같은 아침과 밤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혹시 싶어 지금 다시 그 때목수일기와 사진들을 찾아보니 정말로 그랬다. 지네대를 걸던 때도, 샌드위치 판넬을 올리던 때도.그때랑 지금이랑 다른 거라곤 입가에 수염 거뭇하다는 것과 함께일하며 행복해하던 엉아 모습은 그 때 사진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 뿐.
고작 한 해 지난 사진일 뿐인데도아득히 먼 날 시간들인 것 같다. 지금은 한참 사춘기에 들어서툭하면 방문을 꼭 잠그는하은이도 그 때 모습은 얼굴 표정이나 하는 짓이나 영락없이땅딸이 꼬맹이인 걸.글쎄, 지금 집짓는 모습을 담아가고 있는 사진들도 내년 이맘 때쯤 보게 되면 까마득멀어져 그립기만 한기억으로 아련하게 되겠는지. 아마도 그러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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