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지붕

모임지붕 건물의 관건

모임지붕이라 하는 것은 사각 평면, 방형 평면 이상의 면 구성을 한 건물들의 지붕 추녀들이 한 점에서 만나는 것이다. 우진각 지붕도 사면이 다 지붕으로 둘러쌓여 있기는 하지만 한 점에서 만나지는 않고 용마루라는 것이 생긴다. 거꾸로 말하면 모임 지붕에서는 용마루라 하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순전히 내림마루로만 구성이 된 건물이 모임지붕 건물의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마루의 종류로 따지면 모임지붕이 가장 적다. 맞배지붕 같은 경우는 용마루와 내림마루, 우진각지붕에서는 용마루와 추녀마루, 팔작지붕에서는 용마루와 내림마루, 추녀마루가 있지만 모임지붕에서는 내림마루밖에 없다. 그래서 모임지붕에서는 추녀 뒷뿌리들이 모이는 지점이 문제가 된다. 앞서 공부한 우진각지붕이나 팔작지붕에서 본 것처럼 추녀에서는 항상 처마가 처짐으로 해서 뒷뿌리가 들리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추녀 뒷뿌리를 어떻게 고정시킬까 하는 문제가 항상 고민거리였다. 그런데 모임지붕에서는 규모는 비교적 다른 건물들보다 작지만 추녀가 항상 한 점에 모이기 때문에 그것이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진각이나 팔작지붕에서는 추녀 뒷뿌리가왕찌가 결구되는 한 점에 하나만 걸린다. 우진각 지붕이야 그나마 두 개가 몰리지만, 우진각은 규모가 좀 작거나 또는 크게 만들 경우에는 우진각에서도 팔작과 유사한 방식으로 추녀를 걸게 된다. 그러니 우진각에서 역시 추녀하중이한 점으로 크게 몰리는 것을 방지한다. 그런데 모임지붕에서는 어쩔 수가 없이 다 모인다. 그것도 평면이 다각형이 되면 다각형이 될수록 사각, 육각, 팔각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추녀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추녀로 인해 뒷뿌리가 들리려 하는 것을 하나 잡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최소한 넷이 몰리고 여섯, 여덟 몰리게되는 경우까지 나타난다. 그래서모임지붕에서는 추녀들의 뒷뿌리를 내리누르기 위한 부재, 심주라는 것을 쓰게 된다. 이 때 심주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른 어떠한 건물의 기둥보다도 굉장히 굵은 부재를 사용한다. 또한 그 심주는 건물의 평면 형태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사각일 때는 원형의 심주가 사용될 수도 있지만 육각, 팔각으로 가면 심주도 육각, 팔각으로 간다. 그러한 까닭은 추녀 뒷뿌리가 심주에 꽂힐 때의 유효단면적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심주를 원형으로 쓰게 되면 추녀 뒷뿌리들이 꽂힐 때마다 자꾸 깎여나가기 때문에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각 면에서 오는 추녀를 받아주기 위한 면을 따로따로 만들어줘야지만 그나마 유효단면적을 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이래서 심주는 평면의 모양을따라가게 되는 것이며 또한 심주는 밑으로 갈수록 약간 더 굵어지는 모습을 보인다.앞서 말했듯 여러 개의 추녀 뒷뿌리들이 들어올리려 하는 힘을 내려누르려니까 굵직한 것을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심주의 단면은 평면의 단면을 따라가면서 굵게 씀으로써 두 가지 효과를 얻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유효단면적을 확보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무게를 어느 정도 실어줘서 추녀 뒷뿌리가 들리는 것을 내리누르는추같은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도 모자라 심주의 위에 판을 만들어 돌을 올려놓기도 하는데, 그만큼 추녀뒷뿌리들이 들리려 하는 힘이 아주 크게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창덕궁 청의정

청의정은 163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다. 바닥평면은 사각인데 지붕으로 가서는 원형으로 바뀌어 있다. 천원지방설을 도입해 만들어진 정자라 할 수 있다. 정자를 지은 목적에 따라 굳이 분류를 하자면 모정에 속한다 할 수 있겠는데, 모정이라는 것은 농촌에서 농사를 짓다가 농사짓는 땅을 감시하거나 휴식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정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창덕궁의 청의정을그러한 분류로 나눌 때 모정으로 보게 되는 것은 정자 앞으로 논밭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당시에 궁 안에서왕이 새로운신농법을 시험한다던지 또는 백성들의삶을 가까이 하기 위해 논밭을 둔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쨌든정자의분류에서 본다면 모정의 성격을 하진 건물이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정이라는 것은 실제 생활에서는위계로 따지만 사대부들의 정자보다 낮다 할 수 있는, 서민들이 쓰는 정자인 셈이다. 그런데 그러한 모정 성격의 정자를 창덕궁 후원에 만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청의정이다.하지만 모정이라 하여 엉성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건물의 계획부터 천원지방설을 도입했고, 비록 초가지붕이기는 하지만건물 자체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지붕 상부를 보면 사각형의 바닥평면을 가지고 가다가 팔각형으로 바뀐다. 장혀들이 팔각으로 서로 결구되면서 그 위에 도리들을 걸친다. 추녀와 서까래는 구분이 모호한 형태로 되어 있는데,그것들은 지붕 가운데의 한 점에서 모이고 있다. 그러니 그 점에서는 뒷뿌리가 들리는 힘이크게 발생하고,그것을 끼우고 있는 심주를 보면 그 위가볼록한 것이 아무래도 무엇인가를 이용해 내리누르고 있는 거라 보여진다. 기둥을 받고 있는 초석을 보면 굉장히 예쁘게 되어 있다. 창덕궁에 있는 어느 정자에도 초석을 이렇게 신경써서깎은 것이 없다. 다른 건물들이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초석만큼은 청의정에 쓰인 것이 공을 가장 많이 들여 예쁘게 깎아놓았다. 그 말은 아무리 청의정이 모정의 성격을갖는다고는 하지만 허술하게 짓지는 않았다는 것을 건물의 부재들을 처리해놓은 것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측면 1칸의 익공계 사모 초가지붕.- 청의정 사진들 옮겨온 곳

창방은 사각형으로 결구, 도리는 팔각형으로 결구.

정자는 지면보다 한 단 낮은 터전에 한벌대 장대석의 기단 위에 지었다.

청의(淸漪)는 '맑은 잔물결'이라는 뜻.

4면의 가장자리에는 마루로 오르는 곳만 남겨두고 안상으로 풍혈을 치장한 평난간이 둘러져 있다.

주초석은 작지만 문양의 새김질이 아름답다.

가는 사각 서까래로 지붕을 짰다.

지면보다 한 단 낮은 정자 주변의 땅은 논이다. 추수가 끝나면 매년 11월 말에 이엉잇기를 한다.

청의정 너머로 보이는 정자는 태극정이다. 후원의 청의정, 태극정, 소요정을 상림삼정(上林三亭)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1828년 무렵 제작된 동궐도(옥류천 지역)



인터넷에서 어느 분이 찍어 올린 청의정 앞 모내기 행사 때 사진. 이처럼 청의정은 궁 안에 있는 작은 논에 있는 정자로 모정의 성격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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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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