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울 정도로 가득한 다포도로 모자라 대들보 위에 한 층 더 포를 짜 돌렸다니 그 얘기만으로도 고개를 설레설레 했더랬다. 아, 그런데 그게 그런 거였구나. 합각의 하중을 받아줄만한 것이 없어포작을 써서 그 하중을 대들보로 실어오는…. 세상에나 툇보나 충량, 우미량을 대신하여 포를 짰다니,놀랍고도지독하다. (사진들 옮겨온 곳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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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작지붕의 구조

04.율곡사 대웅전

팔작지붕을 구성하는 방식은 살펴본 것처럼 다양했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퇴칸의 정면과 측면 폭이 같기 때문에 그대로 돌려서 구성하는 팔작구성 양식이었고, 봉정사 대웅전 같은 경우는 합각이 측면 벽면까지 나와서 합각의 하중이 측면에 있는 기둥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고산사 대웅전에서 쓰인 것처럼 우미량이라 하는 부재를 돌려서 구성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지금 살펴볼 율곡사 대웅전에서 사용한 방식이다.


율곡사 대웅전은 다포식 건물이어서 기둥 위에 평방을 놓고 포를 짜 올린다. 그런 뒤에 대들보를 올리는데, 여기까지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다포식 구성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이대들보 위로 평방과 같은 부재로 또 한 번 귀틀을 짜놓고 그 위로 또 한 번 공로를 올린다. 말하자면 기둥 위에서 짜올린 것을 대들보 위에서 한 번 더 반복을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위로 도리들을 또 올려 지붕을 돌려가면서 구성을 한다. 그러니까 대들보 위로 공포들을 짜 올리면서도 마치 귓기둥에 추녀가 걸리는 자리로 들어가는 귀한대 같은 것을 써서 지붕 안에서도 공포를 돌려주는 것이다. 기둥머리 위에서 짜올린 공포를 조금 작게 만들어 대들보 위에서 한 번 더 반복을 시켜주는 것이라보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진각이 필요로 하는 처마선이 사방으로돌아가며 구성되게 하여 경사면들을형성해준다.그렇게 구성을한 뒤 그 위로 종도리들을 올리는데, 서까래와 추녀가 종도리까지 올라가니까 그 하중이 내려와 측면부에 힘을 주는데, 그 아랫 부분에는 충량이거나 우미량 같은 하중을 받아줄만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율곡사 대웅전은 합각부의 하중을 어떻게 받아내는 것일까?

이 건물은 공포를 상부에 반복시켜 구성하여 그 공포들이 하중을 받는 것이다. 마치 기둥 위에서 짜올려진 공포들이 처마 쪽으로 나가 있는 하중을 받아와 기둥으로 전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대들보 위에 짜올린 공포들이 합각에서 전달되는 하중을 끌어들여 대들보로 전해주고, 대들보가 받은 그 하중을 기둥으로 내려보내게 하는 특이한 구성의 건물이다. 이것은 공포의 기능과 그 특성을 이용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둥 위에 짜올린 공포라는 것은 결국 외목도리를 받쳐주면서 외목도리 쪽으로 전해진 하중을 점점 안으로 끌어들여 기둥으로 전달시키는 것이다. 이 건물로 돌아와 위에 있는 도면을 다시 보면, 합각부의 하중을 받아줄 만한 부재는 아무 것도 없다. 충량도 없고, 우미량도 없고, 툇보도 없다. 그래서 대들보 위에서 짜올린 공포가 합각부의 하중을 받게 하면서, 그 하중을 끌어들여, 평방과 같은 부재로 끌어들이고, 대들보로 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들보는 그 하중들을 받아 기둥으로 전달시켜준다. 이처럼 처마가 내리누르는 힘을 끌어들이는 공포의 원리를 상부 가구에 그대로 도입을 한 것이다.

이런 형식으로 된 건물에는 예천 용문사 대장전이 있고,청도 운문사 대웅전, 그리고 지금 살피고 있는 산청 율곡사 대웅전이 전부라 하겠다. 공포를 이중으로 짜서 팔작지붕을 구성한 건물들이다. 그런데우연찮게도 이 세 건물은 모두 옛 신라 지역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포를 구성하는 첨차의 초각 양식을 봐도 모두 교두형으로 되어있다. 쇠서라든지 앙서라든지 하는 장식재들이 뻗어나오지 않는다. 앞서 살핀 건물들을 떠올려보면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의 첨차도 그러한 모습으로 첨차 자체에 어떠한 초각도 없었다. 그에 반해 수덕사 대웅전에는 살미첨차들마다 날렵하고 뾰족한 초각이 있었는데, 수덕사라 하는 그 절은 백제지역에 있질 않나.그래서 지역성에 따른 건물 양식을 연구하는 이들은 백제지역 사람들과 신라지역 사람들이 건축에 있어 조금 다른 양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신라지역 건물들을 보면 첨차 외부를초각하지 않고그냥 직각으로 자르거나 빗쳐서잘라서 만든 교두형 첨차를 쓰는데, 이 교두형 첨차의 원류를 따지자면 하앙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무앙계 양식이라 얘기를 하는데, 이 무앙계 양식을 곧 신라계 양식이라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백제지역에 있는 옛 주심포 양식들을 보면 그쪽에서 발견되는 건물들에는 첨차 끝머리를 예쁘게 하고, 초각을 하고, 뭔가 삐져나가게 하는 것이 많다. 그렇게 첨차의 끝 마구리를 쇠서라든지 하는 모양으로 깎는 조형 양식은 하앙에서부터 시작해온 것이다. 역시 하앙의 유구는 백제지역에서 나왔으니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 그렇게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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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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