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딴짓하며 라디오 듣기

답사 사진들을 정리하며 그날 문화제를 실황으로 올려둔 행동하는 라디오를 들었다.한 시간 반이나되니 결코 짧지가 않아따로 시간내어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럴 때는방송을 들으면서도 할 수 있을만한 일을있을 때듣곤 하게 된다.이번 주말 강의를 마치고 다녀온 공주의마곡사와 부여의 무량사, 그리고 정림사지와 장하리,청양의 장곡사에 서장리 석탑, 그리고 고산사에서 보고 온 사진들을 분류해놓는 일만으로도 만만치 않겠다 싶었으니 이 때 들으면 되겠다 싶었다. 사실 답사를 하는 중간에는 내친김에 익산까지 가볼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정림사지를 둘러보니자연스레 미륵사지가 보고 싶었고,그 가까이에 있다는 숭림사까지 보고 갔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다.그러고 난 뒤에는함께 간 길목수형님 차에 그대로 실려 수원 화성의 곳곳을 살필 수 있을까도 생각했다.하지만 그렇게몰아치듯 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다 싶어 그 정도로만 일정을 마쳤다. 물론 마음으로는'조금만 더 가면 지척인데', '어차피 차를 얻어타 수원까지 올라가겠으니그곳에서도 더 머물며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곤 했지만, 그 또한 욕심이겠다 싶었다.이미 그만큼을 둘러보고 정리해내는 것만으로도 만만치가 않을 지경, 게다가잠도 제대로 자지못하고 다닌데다쏟아지는 우박을 맞기까지 했으니 더는 안 되겠다며 몸이 신호를 보내오기도 한 것이다.

사진기에 있는 것들을 컴퓨터로 옮기며 라디오를 들었다. 주말에 있던 삼이공 문화제를 그대로 녹음해 올려놓은 행동하는라디오 방송. 가 볼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듣는 내내 마치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은국이의 편지는 또다시 많은 것을 생각케 해주었고, 반다 님의 팔레스타인 친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기제로팀에서 고민하는 것들 또한 아주 귀한 이야기들이었다. 깊은 생각에 들게 해준, 창근이가 들려준 이라크팀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 역시.시와 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길상사에서>를 듣고 깜짝 놀라 흠뻑 빠지게 된 그이의 노래들. 지난여름 용산 남일당 앞에서 마련된 콘서트에서 또다른 노래들을 듣고는 가슴이 쿵쾅쿵쾅 했더랬다.<여신이시어>와 <하늘공원>은 그때 이후로너무너무 좋아하게된 노래.그이의 노래들은 언어가 다르고, 음률이 다르고, 숨결이 다르다.강퍅한 메시지가 아니라 이미 그것들 자체로 평화의 아우라에 젖어들게 하는……. 시간 반이나 되는 라디오를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들었다. 지루하기는커녕 딴짓에서 손을 멈칫멈칫 놓게 되면서 여러 생각에 들게 하고, 깊은 울림 속에서 벌써 끝이 났나 싶을 정도였다. 그 자리에 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라디오로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마지막 무대를 힘있게 들려준 조약골과 쏭, 느닷없이 등장한 꼬미의 노래까지, 기운차게 마무리하는 모습에 그 기운을 전해받는 것 같아 더욱 좋았어.

"전쟁은 이제 그만!" 320 이라크와 함께하는 평화문화제 <순서> 사회 : 수진 (경계를넘어 활동가) 1. 오프닝 공연 : 이씬 2. 감옥에서 온 편지 1 ; 화성교도소에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 은국의 편지 <바그다드에서 무기징역을 받다> 3. 무기제로팀 : 이라크에 뿌려진 집속탄, 한국의 집속탄반대 캠페인 이야기 4. 일본 평화활동가 '카오스'의 이야기와 노래 5. 노래공연 : 시와 6. 감옥에서 온 편지 2 ;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 우공의 편지 7. 팔레스타인 이야기 8. 이라크반전평화팀 이야기 9. 노래공연 : 쏭 + 조약골 퍼온 곳 - 행동하는 라디오 '언론재개발'

하늘공원 /siwa

높이 올라가는 길

손가락 새로 스치는, 바람

가득 바람 안고서

날아오르는 작은 풍선

흙,
맨발로 걸어도
상처하나 주지않고

풀,
아무리 지쳐도
평화롭게 쉴 수 있게

들꽃,
피어있는 꽃
오랜 시간을 기다린 들꽃

하늘,
높다란 하늘
한없이 밝은 파란하늘 (2007.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