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가지

굴 속의 시간 2010. 8. 29. 16:06

뜨건 감자,망고를 유혹하는 구아바 김씨의 감성이 훌륭하다는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히야,오백 가지. 그 한 소절만으로도 이 노래는 빛이 난다.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그리하여 나는 이 노래를 오백 번도넘게 듣고있으며,그러나 나는 그대를 위한오백 가지 멋진 말이 아니라 시험장에서 써야할 오백 가지 멋진답안을 준비하고 있다. 젠장.아니야, 아직. 이보다 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답안을 준비해야 한단 말야. ㅠㅠ 이제 한 번만 더달이 차고 지면.

고백 / 뜨거운 감자

도서관에 앉아 있다너무 졸려 참다참다참다참다참다 나가서 담배를물었다세수를했다얼굴을꼬집었다들락날락을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음악이라도 크게 틀어놓고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하여.

요기 영월 읍내에 있는 도서관은 정말 작고 예쁘네. 동강 사진박물관 건너편 석정여고 앞.여기저기 참 많은 도서관을 다녀봤지만, 강연 차다녔던 곳들은 빼고,순전히 가방 메고 공부하러 다닌 곳들로만 하여 마석, 울진,양양, 속초 그 어느 곳에 있는 것보다도 쬐그맣고 귀여워.꽉 차봐야 서른 명 남짓 앉을 수 있을까, 꽉 찰 일은 없으니 많아야 열 명 남짓. 그러니 그 몇 안 되는 사람들 얼굴이 이젠 거의 낯이 익다. 머리가 다 빠진 저 나이 많은 아저씨는 무슨 공부를 하시나, 나이 오십은 훌쩍 넘어보이는데, 가끔씩 도서관 책상에 팔을 괴고 엎드려 토막 잠을 청하는 모습은 사뭇 애처롭다. 그리고 청년들, 청년들.

감기약을 먹고 있어 정신을 못차리나 보다. 아님, 뒤바뀐 낮밤을 억지로 뒤집느라 새벽녘 잠자리에선 뒤척이고 낮이면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이겨내느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가방을 싸들고 집에 딱 들어오니 그에 맞춰 굵은 비가 쏴쏴 쏟아진다. 홀딱 젖을 뻔 했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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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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