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자 촛불

품자로그 2016. 11. 7. 11:13

 

 다시 주말, 제주시청 앞에선 하야 정국이 일고 난 뒤로 두 번째 촛불집회. 이번엔 달래와 품자도 함께 감자네 네 식구 다같이 집을 나서. 품자에겐 서둘러 겨울 옷을 찾아 꽁꽁 감쌌고, 거기에 있다 보면 감자가 배고플 때가 될 텐데 싶어, 냉동실에 얼려둔 떡 몇 덩어리를 가방에 넣어.   

 지난 주 감자 형아를 태우고 다니던 유모차엔 품자가 앉아.

 

 광화문에는 십오만이이라던가. 그에 댈 거는 아니지만 제주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도 지난 주보다는 세 배는 많아 보여. 지난 주엔, 급하게 준비한 자리여서 그랬는지 앰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건만, 이번 주엔 지난 주보다도 훨씬 더 꽝꽝 울려대는 소리들. 공연장을 가거나 할 때에도 품자를 안고 있을 때는 너무 큰 음향을 피해 한갓진 자리로 피하곤 했지만, 이 광장에서는 외침의 한 가운데에 그대로. 쉴 새 없이 외치는 하야와 퇴진의 구호들에, 그리고 파도처럼 솟았다 가라앉는 촛불의 물결에, 품자는 많이 놀랐을까. 그래도 품자는 방글방글 웃곤 해.  

 

 

 다시 촛불광장을 찾은 감자는, 가기 전부터 알아들었다. 아니, 지난 주말 시청 앞에 나갔다 온 뒤로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광화문이나 청계의 촛불 화면이 나오곤 하면은,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가 두 팔을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저기에 갔었다고, 어, 어, 어 하면서 엄마아빠도 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켜. 다시 주말이 되고, 촛불 켜는 데에 가자 하니까, 팔을 들어 좋아라 하는 얼굴.

 그러더니 감자는 집회가 열리던 내내 안아달라고. 거의 맨 뒤편에 있어서 내려서는 연단이 보이질 않으니 안아 달라고. 너무 오래 안고 있어서 팔이 아파 잠깐 내리기라도 하면 다시 안아달라고. 그러고는 앞사람 머리에 가려 연단이 보이질 않으면 고개를 이리저리 빼면서 연단에 눈을 떼질 못했다. 긴장어린 눈망울에 사뭇 진지하게 집중을 놓질 않아. 하야니 퇴진이니 하는 외침과 함께 촛불과 피켓을 들어올리고 나면, 감자는 손뼉을. 무대 앞 공연이거나 모인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어떻게 알고는 또 손뼉을.

 

 그렇게 감자와 품자도 함께 촛불이 되어 함께 행진을. 

 

 행진을 마치고 나서는 버스정거장에 앉아 떡이랑 약과로 저녁을. 감자야, 오늘 멋있었어. 품자야, 사람 많은 데에서 엄마랑 같이 참 잘 있어주었네. 훗날 감자 품자와 함께 보게 될, 2016년 11월 어느 날의 사진.

 

 

  

 달래 휴대폰에서 주말 촛불광장에서 찍은 사진을 옮겨받다 보니까 그 끝에 이 동영상이 보여. 출근을 준비하던 새벽, 달래 전화기에 있는 이걸 틀어보는데, 품자가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아.

 "내가 있잖아요 ㅎㅎ 걱정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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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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