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자, 구월

품자로그 2016. 10. 18. 09:53

 

 감자 형아의 구월 한 달에는 당근 나란히 품자가 있어. 지구별에 오고 여섯달 째를 지나던 초가을 날들. 품자와 같이 태어나던, 말하자면 조리원 동기 아가들은 벌써 기고, 앉고, 과자도 먹고 그런다지만, 느리다느린 품자는 여태 기거나 앉지도, 엄마 젖 말고는 암 것도 먹을 줄을 몰라. 전화기 안에 담아놓은 품자 사진들을 갈무리해놓았더니, 이불 위에 엎드렸거나 유모차에 앉아있는 게 다이기는 하지만, 품자는 이렇게 쑥쑥 커가고 있어.  

 그 시간의 사진들을 주렁주렁.

 

 

1. 어린이 놀이터 / 0829

 

 

 

 

2. 평대리 비자나무 숲 / 0906

 

 감자 형아는 벌써 세 번째이지만, 품자는 처음 가보는 길. 어마어마하게 높다랗고 커다란 나무들. 그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달고 맛있는 공기.  

 해가 바뀌고 다시 찾아올 때는 감자 형아가 그러는 것처럼, 품자도 이 숲길을 함께 걷고 뛰고 그럴 수 있겠지.

 

 

3.  우도 둘쨋날 / 0909

 

 

 

 

4. 신창 풍력발전단지 / 0910

 

 여기에서도 품자는 유모차에 앉아 있는 사진 밖에 남아있는 게 없긴 하지만 ㅠㅠ 커다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서쪽 바닷가에서 품자도 실컷 바람을 맞아.

 

 

5. 품자네 집 / 0911 

 

 

 

 

6. 추석날 할아버지네 집 / 0914

 

 품자를 낳을 때 서울 할머니가 내려와 계셨고, 그 뒤로 외할아버지외할머니도 이 섬엘 건너와 품자 얼굴을 보고 가셨지만, 아직 광명시 할아버지할머니는 품자를 보지 못해. 그러다 추석을 맞아 올라간 할아버지댁. 여기 할머니는 아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아기랑 얼마나 재미있게 놀아주는지. 

 할아버지는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줄줄. 품자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전해드렸을까. 아빠가 어릴 적 많이 미워하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아빠는 할아버지를 빼 닮아가더라. 지금은 할아버지가 너무 힘이 없어.  

 

 

7. 다시, 품자네 집 / 0916 

 

 

 

 

8. 형아랑 둘이서 / 0918

 

 

 

 

9. 더럭분교 / 918

 

 

 

 

 10. 누워만 있지만 쑥쑥 / 0920

 

 누운 채로 눈맞추며 웃고 바동거리는 모습. 만날 같은 사진인 것 같지만, 엄마아빠가 볼 때에는 하나도 같지 않은 다른 사진들야. 이것 보라지, 품자는 이만큼을 또 쑥쑥!

 

 

11. 이유식 첫날 / 0922

 

 

 

 

12. 서귀포 농업기술센터 / 0923

 

 

 

 

13. 이번에는 형아가 떠주는 / 0924

 

 

 

 

14. 감자 형아가 낮잠을 자는 동안 / 0925

 

 

   

 

 

15. 날아라, 품자야 / 0927

 

   

 

 

16. 엄마랑 셀카 / 1002

 

 

 

 

17. 품자도 그림책 / 1003

 

 

 

 

 품자를 보며 달래랑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예쁘다, 하는 말보다, 어쩜 이리 착할까. 품자는 참 착해, 너무 착하지, 그치? 하는 말들. 밥을 먹이건, 옷을 갈아입히건, 목욕을 할 때건, 아니면 숨바꼭질이며 미끄럼타기 말타기며, 무얼 하나 하더라도 활동반경이 점점 커져만 가는 감자 형아 뒤를, 엄마아빠가 쫓아다녀야 하느라, 품자는 가만히 눕혀놓을 때가 많아. 그러면 품자는 누워 바동거린 채로 그 시간을 가만히 다 기다리고 있는. 어느 순간엔 서운한 기색이 얼굴에 가득 어려, 못내 안타까웁고 미안할 뿐이지만, 그래도 품자는 낑 소리 한 번 내지를 않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그저 눈으로만 엄마아빠를 쫓으며, 혼자 눕혀진 채로 제 손을 빨고 놀면서.

 더더구나 아빠는, 감자 형아 때처럼 하루종일 집에서 같이 있지도 못하고, 아침에 일나갔다 저녁에 들어와서는 집안 일 하느라, 감자 형아에게 멱살잡혀 끌려다니느라, 품자에게는 하루 한 시간도 제대로 안아주질 못한 날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도 희한한 건, 품자는 멀리서 아빠 목소리만 나면 엄마 젖을 먹다가도 젖을 떼고 고개를 돌린다는 거. 그러고는 얼마나 환하게 웃어보이는지. 달래가 자주 얘기하곤 한다. 품자 좀 봐 줘, 아까부터 아빠만 보고 있잖아. 그러면 정말, 품자는 언제부터였는지, 아빠 얼굴만 뚫어져라 보고 있네. 눈맞추어 달라고, 나 좀 봐 달라고, 보아줄 때까지 그저 가만히 한참을 기다리면서.

 

 사랑한다, 우슬아. 언제 이만큼을 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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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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