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자에게는 그야말로 처음으로 맞는 여름. 유월에 백일을 지났으니 칠월에 들면서는 지구별에 온지 넉달 째.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살이 오를대로 오른 품자는, 아기장수 우뚜리로 하루하루 더 단단해지고 있어. 보는 이들마다 팔뚝을 보며, 허벅지 살을 보며 어쩜 이리도 빵빵한지, 한 쪽 팔에만 모닝빵이 다섯개는 붙어있는 것 같은 모양새에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이건 들이누나네 엄마가 선물해준 옷을 처음 입었을 때구나. 만날 감자 형아가 입던 옷만 물려 입어 새옷이라고는 입어볼 새가 없었는데, 어휴, 처음 입힐 때부터 단추를 채우기가 힘들 정도였어 ㅎㅎ
이것도 같은 날 찍은 사진일 거야. 똥을 뿌직뿍뿍 싸고는 옷까지 다 버려 목욕을 한 뒤에 옷을 싹 갈아입히고 뉘였더니 방긋방긋 기분이 좋아. 실컷 자고 일어나 엄마 젖 듬뿍 먹고, 똥까지 시원하게 쌌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아 ㅎㅎ
품자가 얼마나 착하고 순한지,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달래에게 날마다 듣는 말이 그렇다. 자다가 깨어 방에 혼자 있어도 울지를 않아, 그저 제 손가락을 입에 넣고 쭉쭉 빨다가 다시 잠이 들거나, 엄마가 와서 들여다볼 때까지 울음소리로 불러대지를 않아. 엄마가 감자 형아를 보아야 하느라 품자를 혼자 눕혀놓거나, 불편하게 안은 채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질 못해도, 품자는 내내 엄마에게 눈을 맞추며 엄마가 저를 쳐다봐줄 때까지 기다려주기만 한다던가.
아닌 게 아니라, 아빠가 퇴근해서 정신없이 밥상을 차리고, 기저귀를 빨아 널고, 감자 형아가 놀아달라는 거 받아주고 있다보면, 품자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를 못해. 그러다가 우연히 눈길이 닿으면, 품자는 아빠를 보면서 생긋생긋 웃고 있는 거라.
품자는 아빠가 야속하지 않으니? 품자에게는 눈길 한 번, 품에 안아주는 거 한 번이 왜 그렇게 인색한지. 퇴근해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도 감자야~! 하고 감자 형아하고만 두 팔을 벌리고 반가워하지, 품자하고 눈맞추는 건 왜 자꾸만 까먹는지. 보다못한 달래가 품자도 한 번 봐주라고, 품자도 아는 척 좀 해주라고 슬쩍 찔러주곤 하니까.
그게 핑계가 될까? 감자 형아는 아빠가 문을 열자마자 쫓아와서 바짓단을 잡아 끌고, 아빠랑 눈이 맞으면 입을 벌리며 반갑다고 웃어주고, 구체적인 반응, 그런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감자 형아하고만 그랬던 거라고. 아니아니. 아마 감자가 넉달짜리 아기일 때도 아빠는 그랬던 거 같으네. 감자 형아 없이 품자 혼자였으면 아빤 분명 그랬을 텐데. 미안 품자야, 아빤 자꾸만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반응이 있는 형아에게만 눈길이 머물곤 했다는 거, 그거 인정할 수밖에.
참 이상도 하지. 아무래도 아빠는 눈에 보이는 거밖에 볼 줄을 모르는, 그런 사람밖에 되질 못해 그런 게 아닌가 싶어 ㅠㅠ
품자 이름을 우슬이라 짓기를 잘 한 걸까, 우슬아우슬아, 웃어라웃어라! 우슬이는 이렇게나 잘 웃어 ^ ^
20160706
품자는 아직 누워있는 거 밖에 할 줄을 모르니, 사진을 찍어도 뉘어놓고 있을 때 찍어놓은 것들밖에. 이날은 감자품자네가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쫓아갔던 날, 조리원에서 한 번 보고 그 뒤에 처음 만나는 또치 이모야 앞에서도 품자는 좋아라고 웃네.
20160709
이 옷은 감자 형아가 열 달이 넘어가면서 얻어입은 건데, 품자는 겨우 넉달이 되었는데도 옷이 작을라 하네 ㅎㅎ 율이 형아가 입던 거를 물려받아 감자 형아가 입다가 다시 물려준. 하하, 품자는 얼굴이 까매서 왠지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으네 ^ ^
아빠, 품자도 봐주세요오 ^ ^
이야아아, 품자도 엎드렸다아아 ㅎ (하지만 이거는 품자 스스로 몸을 뒤집은 건 아니고, 달래가 엎드리게 해준 거. 아직 혼자 뒤집기는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목은 조금 가누려 하네 ^ ^ 품자하고 사나흘 차이로 태어난 다른 아가들은 벌써부터 뒤집기도 하고 그런다던데, 품자는 몸이 너무 빵빵해 그런 거니, 아님, 형아를 닮아 느려서 그런 거니, 아직 품자는 몸을 뒤집을 줄은 몰라.)
겉모습으로는 감자가 달래랑 더 많이 닮았다면, 품자는 아빠랑 닮았다지? 태어나던 순간부터 조산사 할머니며, 친할머니며 다들 아빠랑 똑같다, 하고 말하곤 했는데, 달래 말로는 머리통도 아빠랑 아주 똑같다네. 감자네 식구 머리를 도맡아 깎아주고 있는 라다이모야도 품자 머리를 보고는 아빠 머리랑 똑같대 ㅎㅎ
이 날은 다같이 고내 바닷가에 나가 놀다 들어오던 때. 계단 매니아 감자 형아는 바닷길을 걷다 말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고, 아빠도 감자 형아를 쫓아 계단을 함께 오르고, 그 아래에서 엄마랑 품자, 둘이서만 남아 놀던 때.
품자도 바다에 나가니까 좋았니, 모가 그렇게 좋으니 ^ ^
바다가 좋은 게 아니라 눈맞춰주고 있는 엄마가 좋은 건가? 형아랑 아빠는 계단을 걷느라 한참도록 돌아오지를 않고, 품자랑 엄마랑 둘이서만 남아, 엄마하고 둘이서 실컷 마주보고 놀 수 있어 더 좋았을까.
달래 뱃속에 감자가 들었을 때도, 그리고 또 품자가 들었을 때도 나름 기도랍시고 할 때가 있으면 빼놓지 않고 빌었던 거. 잘 웃는 아가가 되기를, 바라곤 했는데 감자도, 품자도 이렇게나 잘 웃는 아가라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혹여라도 간절하게 빌던 그 바람이 들어진 거라면, 잘 웃는 아가이기를 바란 거 말고, 다른 것들. 건강하기를,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롭기를. 그 두 가지도 함께 들어지게 되려나.
유월에 다녀간 해원이모야는 품자가 여자아기인 줄 알았다나? 그래서 분홍빛이 많이 들어간 여자아가 옷을 선물로 준비해왔더랬는데 ㅎㅎ 얼굴 까만 품자가 입으면 어떠려나 했더니, 그래도 잘 어울려 ^ ^
감자품자 낳기 전에 아빠가 딸, 딸, 딸 하고 노래를 부르다시피 했는데, 딸같은 사내아이로 자라나려는 거니 ㅎ 이 옷을 입혀 바깥에 나갔더니 다들 딸이냐고 묻질 모야, 하하.
이거는 엄마를 보며 웃는 거가 아니, 엄마 옷을 사러간 옷가게에서 엄마가 옷을 입어보러 들어갔을 때, 옷가게 이모야랑 눈을 맞추며 웃는 거 ^ ^
요즈음 품자는 어디엘 가서나, 누구와 눈을 맞추거나 이렇게 웃곤 해.
그래도 엄마랑 눈맞추며 놀 때가 젤로 좋겠지 ^ ^
이렇게나 눈맞추는 걸 좋아하는데, 엄마도 아빠도 품자하고 눈맞춰줄 시간이 많지 못하니 얼마나 미안한지. 그래도 품자는 칭얼거림 하나 없이, 딴 데를 보고 있거나 등 돌리고 있는 엄마를, 아빠를 머루같은 눈동자로 쫓아. 혹여라도 뒤를 돌아다 나를 봐주지 않을까 싶은 얼굴을 하면서, 그러다가 정말 엄마아빠랑 눈이 마주치면 준비했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눈을 맞춰 놀다가는, 또는 누구도 눈을 맞춰주질 않아 혼자 손가락을 빨다가는, 소리없이 잠에 들어. 자꾸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럴수록 더 고마워지기만 하는, 순할대로 순한 순둥이.
감자 형아랑 마주보고 엎드려 이렇게나 좋아하네 ㅎㅎ 이제 품자가 조금만 더 크면, 감자 형아랑 같이 얼마나 재미나겠니.
이 뜨거운 여름, 어쩌면 품자가 가장 덥고 힘이 들 텐데. 가만히 눕거나 안긴 채 움직일 수도 없는, 땀이 차면 차는대로, 그 상태 그대로 눕거나 안겨 있어야 할 테니. 이리도 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