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품자

품자로그 2016. 7. 29. 18:09

 

 

 

 

 품자에게는 그야말로 처음으로 맞는 여름. 유월에 백일을 지났으니 칠월에 들면서는 지구별에 온지 넉달 째.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살이 오를대로 오른 품자는, 아기장수 우뚜리로 하루하루 더 단단해지고 있어. 보는 이들마다 팔뚝을 보며, 허벅지 살을 보며 어쩜 이리도 빵빵한지, 한 쪽 팔에만 모닝빵이 다섯개는 붙어있는 것 같은 모양새에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품자가 얼마나 착하고 순한지,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달래에게 날마다 듣는 말이 그렇다. 자다가 깨어 방에 혼자 있어도 울지를 않아, 그저 제 손가락을 입에 넣고 쭉쭉 빨다가 다시 잠이 들거나, 엄마가 와서 들여다볼 때까지 울음소리로 불러대지를 않아. 엄마가 감자 형아를 보아야 하느라 품자를 혼자 눕혀놓거나, 불편하게 안은 채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질 못해도, 품자는 내내 엄마에게 눈을 맞추며 엄마가 저를 쳐다봐줄 때까지 기다려주기만 한다던가.

 

 

 

 

 

 

 

 품자 이름을 우슬이라 짓기를 잘 한 걸까, 우슬아우슬아, 웃어라웃어라! 우슬이는 이렇게나 잘 웃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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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자는 아직 누워있는 거 밖에 할 줄을 모르니, 사진을 찍어도 뉘어놓고 있을 때 찍어놓은 것들밖에. 이날은 감자품자네가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쫓아갔던 날, 조리원에서 한 번 보고 그 뒤에 처음 만나는 또치 이모야 앞에서도 품자는 좋아라고 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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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옷은 감자 형아가 열 달이 넘어가면서 얻어입은 건데, 품자는 겨우 넉달이 되었는데도 옷이 작을라 하네 ㅎㅎ 율이 형아가 입던 거를 물려받아 감자 형아가 입다가 다시 물려준. 하하, 품자는 얼굴이 까매서 왠지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으네 ^ ^

 

 

 

 

 

 

 

 

 이 날은 다같이 고내 바닷가에 나가 놀다 들어오던 때. 계단 매니아 감자 형아는 바닷길을 걷다 말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고, 아빠도 감자 형아를 쫓아 계단을 함께 오르고, 그 아래에서 엄마랑 품자, 둘이서만 남아 놀던 때.

 

 

 

 

 

 

 

 라다이모야네랑 해수욕을 하러 나갔을 때, 바닷가 내리쬐는 햇살이며 바닷바람을, 품자도 실컷 맞았더랬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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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에 다녀간 해원이모야는 품자가 여자아기인 줄 알았다나? 그래서 분홍빛이 많이 들어간 여자아가 옷을 선물로 준비해왔더랬는데 ㅎㅎ 얼굴 까만 품자가 입으면 어떠려나 했더니, 그래도 잘 어울려 ^ ^

 

 

 

 

 

 

 

 이거는 엄마를 보며 웃는 거가 아니, 엄마 옷을 사러간 옷가게에서 엄마가 옷을 입어보러 들어갔을 때, 옷가게 이모야랑 눈을 맞추며 웃는 거 ^ ^

 

 

 

 

 

 

 

 그래도 엄마랑 눈맞추며 놀 때가 젤로 좋겠지 ^ ^

 

 

 

 

 

 

 

 

 그렇게 눈을 맞춰 놀다가는, 또는 누구도 눈을 맞춰주질 않아 혼자 손가락을 빨다가는, 소리없이 잠에 들어. 자꾸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럴수록 더 고마워지기만 하는, 순할대로 순한 순둥이.

 

 

 

 

 

 

 이렇게 품자는 이천십육년에 맞는 첫 여름, 칠월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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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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