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길편지

냉이로그 2015. 9. 7. 23:57

 

 난장이공이 문을 열지 않는 월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장을 보아놓고는 감자네도 오랜만에 가을제주로 나갈 차비를 했다. 마침 새끼개 삼촌이 다시 제주에 내려와 있어. 지난 번 강정에 하던 일에 마무리도 짓고, 열여섯 소녀가 된 딸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을 갖기 위해. 새끼개 삼촌이랑 연서 누나야는 내일모레 카페에 들러가기로 약속하고 있었지만, 마침 카페가 쉬는 요일이니 하루 더 만날 수 있잖아. 게다가 가을로 접어드는 이즈음, 제주의 하늘과 햇볕과 바람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디로든 나가 숨을 트이고 싶던 차이기도 했어.  

 

 그래서 감자네도 표선읍 삼달리 두모악 갤러리로 쫓아나갔다. 제주에 일년 반을 넘도록 지내면서 아직 한 번도 가보질 못한 김영갑 갤러리. 감히 당신의 삶이며 작품에 대해 무어라 말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당신이 그랬다던 것처럼 거기엔 외로움이,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언제라도 다시 찾고 싶은.

 

 

 

  그렇게 하여 소길에서 삼달로, 강정에서 삼달로, 새끼개 삼촌이랑 연서 누나야를 만나. 삼달국민학교 교정을 꾸며놓은 두모악 갤러리의 마당도, 함께 저녁을 먹으러 올라간 세화의 밤바다도 얼마나 좋았던지. 신기하게도 감자는 삼촌 품에 안겨 까륵까륵까까까 얼마나 좋아라 하는지 몰라.

 

 참말 좋아보였다. 아빠랑 딸이랑 함께 나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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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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