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삼년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길바닥에서 매주 만나던 이들. 작지만 간절한 몸부림. 광화문이거나 인사동의 어느 들머리이거나 우리는 매주 한 번씩 거리에서 만났고, 슬픈 평화를 노래했다. 비록 나는 두 해가 지나면서 강원도의 어느 목수간으로 흘러들어갔지만, 그 길바닥을 지키는 친구들은 여전히, 빠짐없이, 일주일에 한 번을, 그 거리에서 그 작은 몸짓을 이어갔다. 그렇게 하기를 여섯 해. 우리는 그 조그만 모임을 '길바닥평화행동'이라 이름하였고, 꼬박 여섯 해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친구들은 저마다 평택으로, 용산으로, 두리반으로, 두물머리로, 그리고 강정과 밀양으로. 이 땅 가장 약한 이들의 곁이 되어 공연을 하거나 노래를 불러. 그 구석들을 조그맣게 밝히는 즐거운 저항이자 슬픈 축제들.
갤러리를 열던 날, 길바닥의 친구들이 함께 해주었고, 그 가운데 쏭이 갤러리에서 공연을 제안. 그러곤 그 사이에 연락을 주고받더니 화천에 내려가 산골살이를 시작한 별음자리표도, 강정에서 지킴이로 살고 있는 조약골도, 꼬미와 멍구, 양군, 켄짱 같은 이들이 그 공연을 함께 준비할 수 있겠다고 해. 너무도 기쁘고 반가운 마음. 십 년 전, 그 전쟁을 계기로 만난 이들이, 다시 그 아픈 그림 숲으로 모이는 자리. 어젯 저녁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 및 음향 따위를 의논하러 쏭이 다녀가면서, 웹포스터를 만들었다며 파일을 전해주었다. 늦은 밤, 집에 들어와 파일을 크게 열어보는데, 마음이 얼마나 뜨거워지던지.
서울에서 전시를 마치는 토요일, 23일 오후 네 시부터는 신나는 평화의 공연이 함께 한다. 우리의 노래는 총보다 강하다, 노래하는 비둘기들, 신나는 저항의 밴드. 길바닥에서 만나 길바닥 평화를 지켜온 친구들, 다시 만나는 길바닥평화행동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