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냉이로그 2013. 11. 25. 08:00




 초심, 이라는 말은 어느 자리에 놓여도 사람을 긴장시키는 무엇이 있다. 그 초심이 어떠해는지와 상관없이, 과연 내게 초심이라는 게 있기는 했었나 싶을지라도, 어쨌든 초심, 이라는 이 말은 여러 방향으로 사람를 환기시킨다. 그 시작을, 그 첫 마음을, 그 때의 내 모습을,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만큼이나 멀어져온 지금 내가 서있는 이 자리를. 


 
 책이 우리말 본으로 나온 거는 한 달 남짓이 되지 않는다. 검색 중에 이 책 제목을 보게 된 것은 행운이었어. 오두막이라니, 그것도 집의 초심. 그 이름만으로도 이끌려 주문을 해놓고 나니, 이걸 쓴 사람은 이 바닥에서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요시후미라는 건축가가 쓴 거였다. <<집을, 순례하다>>니 <<다시, 집을 순례하다>>, <<집을, 짓다>>와 같은 책들로 <집>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은 마주했을 그 이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텍스트 자체가 가볍기도 하였지만, 내가 듣고싶어했고, 내가 보고싶어했고, 내가 묻고싶어하던 그것들을, 마치 그 요구를 정확히 알아 일러주듯이 자상하게 얘기해주고 있어. 현대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작품이라 할만한 세계 곳곳의 그 집들을, 직접 돌아보며 속살을 열어보여준다는 그 순례기들 읽을 때는, 솔직히 책장이 그리 잘 넘어가지 않았더랬다. 그 순례기 앞에서는 현대건축에 대한 이해가 넓지 못하고 깊질 못해 그랬으려니, 주눅든 마음으로 변명이나 삼으면서.  


      집에 대한 초심을 잃고
      건축의 거품에 휘말린 시대,
      건강하고 정직하고 유쾌한 오두막
      생활이 시작된다.



  책 편집자가 본문에 나오는 말을 살짝 다듬어 겉장에 뽑아놓은 카피 문구.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치 요시후미 씨가 지은 렘헛에 초대를 받은 것처럼 아주 유쾌하고 즐거웠다. 이렇게 고민 하나씩을 해결, 확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망설임에 힘을 실어주는, 여러가지로 아주 기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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