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산

냉이로그 2011. 12. 30. 22:53

어디로 가야할지, 어느 구석으로 기어들게 될지. 기차를 타러 나갈 때마다 다리를 건너던 동강.저 건너편 산으로는 아직 들지를 않았더랬는데 오늘 한 번 올라보자. 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는 어젯저녁 미리 살펴두었다.

그러니까, 저기 건너 절벽 위 정자 있는 곳부터 산길이 시작.강둑을 걸을 때에도저기에 웬 정자가 있을까, 정도로만. 어느 안내지를 보니 저 정자가 영월팔경의 하나라던가,그렇다던데이참에야 그 정자를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솟아 있는 것이 봉래산, 그 꼭대기 하얀 점처럼 보이는 것이 영월 하면 잘 알려진 별마로 천문대다. 천문대에는 저 산 뒤로 해서 차를 가지고 두어번 오른 적이 있기는 한데, 그 꼭대기로 산길이 나 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아무렴, 찻길이 있는데 사람다니는 길이 없을까.

동강은이미 꽝꽝, 두꺼운 얼음.

이게 강 건너편에서는 점처럼 보이던 절벽 위 정자다. 금강정이라는 이름.특이하게도 정면 네칸에 측면 세칸의 평면을가진 겹처마, 초익공, 팔작지붕 건물.정면의 칸 수가 짝수칸이 되니 편액은 가운데 있질 못하고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 마치 도산서원의 강당처럼. 허나 도산서원의 그것은그곳의지세에 따라 건물의 배치와 진입축, 시선의 유도 등을고려한 의도적인계획이 있었다면, 이 건물에서는 그 까닭이 무어였을까. (그런데 이 건물에 있는 더 놀라운 평면상의 특징은 따로 있더라.)

이건 뭐 아주 부분적인 거기는 하지만, 건물 정면의 왼쪽 두 칸과 오른쪽 한 칸의 머름구성이 조금 다르게 되어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측면이나 배면에도 왼쪽 두 칸처럼 모두 둘러져 있으니 오른쪽 한 칸만 다르게 되어있는 거겠지만. 아마 거기는 후대에 보수 과정에서 원형과 다르게 해놓은 게 아닌가 싶다. 형식이야 모두 머름동자들 사이로 청판을 대고 난간두겁을 올린 짠머름들이지만, 정면 오른쪽 칸에는 머름동자들의 결구 방식이 다르게 되어있다. 다른 면들은 모두 일정하게 상부에만 제비추리맞춤이 되어있는 반면 정면 오른쪽 칸의 머름동자들은 상하부로 제비추리맞춤을 한 것과 연귀없이 장부맞춤한 것들이 섞여져 있다. 어미동자 부분도 다른 면들에는 모두 온연귀가 되어 있는 반면 정면 오른쪽 칸에만 반연귀로 되어있는 것도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어미동자에서 반연귀맞춤이 쓰인 것이 온연귀맞춤을 쓰던 것보다 후대에 많이 보인 것이니, 기법을 보아서도 아마 정면 오른쪽 칸의 것이 후대에 보수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건 그렇고,잠깐 둘러나보자했던 이 건물에서 가장 크게 보게 된 특징은 내진 기둥열의 구성에 있었다. 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건물 전면 쪽으로 감주법을 쓴 거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거지만,

특이하게도 이 건물은 후면 쪽에서는 외편주도 아닌, 차두주도 아닌, 그렇다고 내편주라고도 말할 수 없는 기둥배치를 보이고 있다.사진에서 보다시피 후열내고주의 위치는 중도리열과 위치가 일치를 하지 않아, 그래서 중도리보다 기둥열이 오히려 더 앞쪽으로 배치되어 있으니 내편주라 말할 수 있겠지만,그러면서도 기둥이 종보까지 길게 올라가는 고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종보의 후면 쪽은 중대공뿐 아니라 후열내고주가 함께 지지를 하고 있다. 마치 중대공 역할의 그것이 이중으로 쓰인 것처럼 말이다. 만약 이 기둥이 대량과 퇴량을 지지하는 정도의 높이로만 구성되었다면 확실하게 내편주다, 라고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내편주라 하기에는 정확한 개념이 되지는 않아. 어쨌든 이 건물에서는 종보를 받는 중대공이 대량 위에 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둥이 길게 뻗어 그 역할을 하게끔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놀랍게도 퇴량 위에 중대공이 올라서고 있어.

중도리열과 내진주열로 보았을 때는 내편주처럼 구성이 되었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건물은 이주법이 적용되어 있지도 않다. 측면 기둥과 내진주는 일직선상에 기둥이 배열되어 있어, 충량이 아닌 퇴량으로 기둥과 기둥에 직접 힘을 전달하고 있다. 어쨌든, 특이해. 정말 특이하다. 여태껏 살펴본 어느 건물, 어느 논문, 어느 보고서에서도 이와 같은 지붕가구 짜임은 본 일이 없다. 오오, 대박.

건물 후면 모서리쪽에서 대각으로 올려다 본 모습. 내진귀주를 중심으로 후면과 측면에는 퇴량이 꽂혀 있고(측면 퇴량은 마치 충량처럼 휘어져 올라가 후면 퇴량보다는 조금 높이 꽂혀있다.), 전면 쪽으로는 대량이 꽂혀 있다. 그리고 후면 퇴량 위 동자대공이 종보를 받아 중도리를 태우고, 측면 퇴량 위에는 통판으로 된 판대공이 외기도리를 받는 모습.

이렇게 놀라 건물을 뜯어보다가 봉래산 꼭대기로 고고씽.

꼭대기. 숨을 헉헉거리며 오른만큼이나 장관으로 보답해주었다. 영월 읍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여. 그리고 저 아래 동강과 오른쪽에서 내려와 만나고 있는 서강이 합수를 이뤄 왼쪽으로 난 남한강 줄기로 나가는 모습까지 보여. 저렇게 남한강으로 흘러나간 물은 흘러흘러 양평으로,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만날 테지. 그러곤 바다로.

꼭대기에선 시야가흐렸던 것 같아 내려오는 길 봉래산 제1봉에서 다시 찍은거.암튼 잘 다녀왔다. 동강의 절벽 위에 선 금강정에도, 별마로가 있는 봉래산 꼭대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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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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