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란히
고스란히 / 별음자리표
혼례식 뒤풀이에서 별음자리표 님이 품에서 꺼내준 글씨. <고스란히> 는 내가 좋아하는 별님의 노래 제목 가운데 하나. 그 곡의 노랫말은 <<강아지똥>>의 한 대목을 그대로 따다 쓴 것. 참새에게도, 병아리들에게도 더러운 똥, 똥이라고 놀림을 받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로만 느껴져 슬퍼하던 강아지똥이 민들레와 나누던 대화 가운데 한 대목.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어요.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너는 뭐니?"
강아지똥이 물었어요.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그래, 방실방실 빛나."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그래애……. 그렇구나……."
강아지똥은 민들레가 부러워 한숨이 나왔어요.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민들레가 말하면서 강아지똥을 봤어요.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어요.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똥은 온 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이 마지막 대목에서 민들레가 강아지똥에게 건넨 말, 거기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 아마 내가 이걸 처음 들은 게 언제였더라, 할아버지 일주기가 되던 때 조탑에서였나. 아니, 그게 처음은 아니었고, 그 전에 먼저 듣기는 했더랬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그날 조탑 마당에서 찌질이 엉아들이랑 햇살 아래에서 아무렇게나 눕고, 걸터앉고, 기대어 듣던 그 장면에 이 환하게 떠올라. 그 뒤로도 나는 빌뱅이 오두막을 찾거나 하면 다짜고짜 별음자리표에게 전화를 걸어 고스란히 좀 불러주라, 여기 할아버지랑 같이 듣게 그것 좀 불러주, 하기도 했다.
아마, 처음에는 이 곡에 다른 제목을 붙였던가, 아님, 아직 제목은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그랬나. 그래서 그 노래에는 다른 제목말고, 그냥 고스란히로 하라고, 이 노래에는 고스란히가 그대로 제목이면 좋겠다, 하고 말해, 이 노래 제목은 내가 지어준 꼴이 되었다. ^^
별음자리표 님 블로그에 가보니 내가 보낸 청첩장 사진도 올려놓았네. 표지 안쪽에 몇 글자 적어보낸 거.별음자리표에게 이 노래를 듣고 싶었고, 별음자리표가 이 노랠 불러주었어. 그리고 고스란히, 라는 그 글씨 선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