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화기에 들어있는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여기 사진들도 있네. 칠성로에 있는 '라이킷'이라는 독립출판물 전문서점.
감자랑 같이 책방에 들어갔다가, 아빠 책이 선반 위에 놓여져 있어 깜짝 놀랐지 모야 ㅎ
그러니까 안동으로 출발하기 전날 저녁. 감자네 식구의 육지행을 기꺼이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달라 이모야에게 조그만 선물이라도 준비하려고 찾아간 칠성통. 실은 '라이킷' 책방이 아니라 '더아일랜더'라는 이름의 기념품 가게를 찾아간 거였는데, 달래가 품자를 안고 선물을 고르는 동안, 아빠랑 감자는 책방 구경을 간 거.
물론 전에도 몇 차례 찾아가본 적이 있는 책방이었다. 우연히 읽게 된 어떤 책에 소개되어 있는 걸 보고 처음 찾아간. 독립출판물이니 일인출판이니 하는 것도 그게 어떤 건지 궁금하였고, 그런 책들만을 모아놓은 책방이라는 거에도 호기심이 일어. 그런데 와아아, 책방에 가 보고서야 비로소, 그렇게 낸 책들이 그렇게나 많은 줄을 처음 알게 된. 하하하, 그래서 지난 봄엔 책방 구경을 갔다가 확 끌리는 제목에 책 두 권을 사기도 했던 ㅎ
이번에 갔을 때는 전에 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입간판이 서 있어 -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책빵으로 입장 바랍니다 ㅋ
감자야, 책방 구경가쟈! 하고선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어머나, 깜짝야! 책방 진열 선반 맨 위에 <<그꿈들>>이 놓여 있는 거. 그럴 때는 왜 그렇게도 뻔뻔치를 못하고 얼굴이 빨개지던지. 얼굴 빨개지는 게 어색하니 나도 모르게, 감자야, 저기 아빠 책 있네, 우아아아아!
<<큰할망이 있었어>> 책이 나오고, 제라진에서 큰할망 원화전시 개막행사가 열리던 날, 잠깐 듣기는 했었다. 큰할망 책을 들고 영화 씨가 라이킷에 갔더라고, 그래서 그날 내려온 낮은산 식구들이 라이킷이라는 이름의 그 책방 얘기를 하기도 하던. 아마 그러면서 라이킷이라는 독립출판물 전문 책방에 낮은산 책들도 꽂아놓게 된 모양.
그렇다고 라이킷에서 낮은산 책을 처음 본 건 아니. 지난 번 왔을 때도, 샵인샵 형식으로, '인문책방 트멍'이란 이름으로 책방 안에 꾸며놓은 조그만 방에는 낮은산의 인문서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기도 했어. 그런데 이번에 가 보았을 땐, 전에 보이지 않던 어린이책들도 꽂혀 있고, 와아아아 <<그꿈들>>보다 더 반가웁던 <<애쓴 사랑>>이 눈에 띄어.
인터넷에 라이킷을 쳐보니까 페이스북이라는 게 열리고, 그 중에는 이런 포스팅이 올라있기도 하네. 하하, 낮은산 식구들이 좋아하려나!
책방지기에게 <<애쓴 사랑>>이 너무 반가워, 이 책 정말 좋아요, 꼭 읽어보세요, 하고 말을 건네었다. 아직 들어온 책들을 다 읽어보진 못했다고, 그래도 어린이책들은 다 읽었다고. 그러면서 어린이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던가. 차분하고 진지하게, 더 보태거나 감추는 말 없이 단정하게, 얘기를 하는 그 모습이 참 고마웠다. 아마 새끼, 어미, 미친 개들도 다 보았는지, 얘기 속에 묻어나던, 마음을 살피는 흔적들이 또한 고마웁던.
아, 라이킷에서 그꿈들을 만났던 거 사진을 올리다 보니까, 언젠가 보았던 어느 블로그 글 하나도 떠올라, 여기에다 같이 걸어놓는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책 소개를 하시는 분인 것 같은데, 이름은 잘 모르겠고 '철학본색'이란 닉네임을 쓰는. 그 라디오에서 <<그꿈들>>을 소개하던, 말하자면 라디오 대본이었을 텐데, 읽는 내내 참 고마웠다. 단순히 좋은 평을, 좋은 말을, 칭찬을 해주었다 하여 으쓱, 좋고 고마워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자 했던 얘기, 담고자 했던 그 마음을 그대로 들어주고 보아준 것 같은, 그 고마움. 물론 분에 넘치는 칭찬으로 부끄럽게만 하는 어떤 얘기들에 모니터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긴 하지만, 하이달과 스미스, 빌리를 그렇게 읽어준 것만으로도. 언젠가 스쳐 만나게 되면, 고맙습니다아, 하고 싶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