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얼마 전이었다. 아, 그날은 기차길옆작은학교에서 큰삼촌과 큰이모, 복현이모와 하준이가 강정마을을 찾아 제주에 내려오던 날. 강정에 들러 신부님을 뵙고, 해군기지 앞 미사를 드린 기차길 식구들이 감자를 만나고 가려 카페에 들러가던 때였다.
기차길 식구와 감자네 식구가 만나고, 하준이와 감자가 만나, 서로 움직이기 쉽지 않은 식구들이 이 멀리에서 만났으니 아무리 표현해도 모자랄 반가움, 그리고 아가들 재롱을 보며 한참 즐거워할 즈음, 한 엄마와 아이가 카페에 들어섰다.
엄마는 목련차, 아이는 레몬에이드를 시켰던가. 한쪽 테이블에 앉아있을 손님들에게는 살짝 미안하기도 했으나, 두어 시간 뒤면 제주시청 앞 촛불문화제로, 그리고 바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야하는 기차길 식구들과 그 짧은 시간에 최대한 밀도를 둘 수밖에 없어. 하준이와 감자를 눈으로 쫓고, 품에 안고, 두 아가가 앞서거니뒤서거니 걷고 기고 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어.
그러고 있을 즈음, 아이와 함께 온 손님이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네왔다.
"여름에 부산에 북콘서트 다녀가셨지요?"
그럼 그때 부산의 그 책방에 계셨던 분이 일부러?
"제가 그때 선생님께 카페 명함 하나 달라고 했었어요."
그러더니 정말로 제주엘 와서는 소길리를 찾아온 거였다. 지난 여름 부산에 있는 '책과아이들'이란 책방에서 <<그꿈들>> 북콘서트가 열렸을 때 객석에 있던 한 독자 분과 아이. 감자네가 이 카페를 막 시작할 즈음이었고 해서, 재미삼아 손으로 쓴 명함 몇 장을 지갑에 넣어다니곤 했는데, 그 명함을 건네었더랬고, 넉 달이 지나 정말로 여길 찾아.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컸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보여야 할지는 몰라, 그저 주문하신 차와 음료만을 내어드렸을 뿐. 마침 오래도록 기다리던 공부방 큰삼촌과 식구들을 맞아 마음을 다하게 되던.
한 시간이 넘도록 별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차를 마시던 그 분과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세요. 여기에 오면 사진 찍어가기로 했거든요."
사진 한 장을 함께 찍는 걸 원하시기에,
"여기 김중미 선생님하고 다 같이 찍어요. 괭이부리말 아이들, 종이밥, 기차길옆공부방 김중미 선생님이시거든요. 저보다 김중미 샘이랑 사진을 찍으면 모임 분들이 더 좋아하고 놀라워할 거예요."
내가 왜 찍냐며 싫다는 큰이모를 억지로 끌어당겨 함께 사진을 찍었다. 작가가 하고 있는 카페라고, 일부러 그렇게 찾아주셨는데, 마주앉아 어떤 얘기도 나누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고 있었는데, 하하 나보다도 큰이모랑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 그 미안함이 어느 정도는 갚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물론 그 분은 좋아하셨어.
그랬다. 바다 건너 육지에서 북콘서트 행사장에서 만난 분이 일부러 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