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세번째. 맨 처음은 작년 부처님오신날, 제주에서는 그날 아기들 머리를 빡빡 깎는 풍습이 있다 해서, 감자도 그날 빡빡머리로 깎았던 게 처음. 그리고 두 번째는 올 일월. 아! 그 날은 엄마랑 시와이모야 머리를 자르러 라디이모한테 갔다가 감자도 깎아주자, 하고 깎았던 거.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아, 아니구나! 지난 가을에 한 번 난장이공 미나 이모네 집에 놀러갔을 때 한 번 잘라준 적이 있었으니 그것까지 하면 모두 네 번째 ^ ^)
세 번 다 감자 머리는 라다이모야가 잘라주었어. 맨 처음 빡빡머리로 깎을 때도 어쩜 그렇게 가만히 잘 있던지, 놀래켜주었더랬다. 감자는 그때 몸을 비틀거나 싫다고 떼를 쓰기는커녕 이게 모하는 건가, 신기해하는 눈을 반짝이기만 했다. 그날 머리를 빡빡 깎고는 절 구경을 하러 갔더랬는데, 영락없는 동자승 ㅎㅎ 그리고 두 번째 머리 깎을 때는 엄마랑 시와이모야랑만 갔었으니, 머리깎는 걸 아빤 보지 못했지만, 그날은 시와이모야가 감자를 안고, 라다이모야가 깎아주었다던가 ^ ^
그리고 이번엔 세 번째. 아주 애기 때야 몰 몰라서 울지도 않고, 싫다고 버팅기지도 않았지만, 어쩌면 이번엔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기도 했는데, 이게 웬걸! 감자는 보자기를 둘러쓴 채, 마치 다 큰 아이처럼 이모의 가위질에도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더 웃겼던 건, 몬가 무섭고 이상한 기분에 겁이 나는 얼굴을 하면서도, 겁나는 그 마음을 꾹꾹 참으면서 가만히 있으려 하는 그 얼굴이 더 기특하고 대견해 ㅎ
세 번째 이발도 역시 라다이모야가 해주었는데, 이번에도 라다이모야는 감자 머리깎는 값을 받질 않아 ㅠㅠ 감자 머리는 이모가 책임진다 ㅎㅎ 하면서 가위손을 사사삭삭. 암만 감잘 예뻐해도 그렇지, 이번까지만 그러기로 약속.
울듯 말듯, 하지만 울지 않고 가만히 앉아 거울 속 감자를 들여다보는 감자.
기저귀 하나를 갈자거나 윗도리 하나 갈아입히려 해도 몸을 비틀고, 내빼고, 달아나고 그러던 녀석이 머리깎는 의자에 앉아서는 어쩜 그렇게도 의젓하게 앉아 있는지 ^ ^
달래는 지난 번 깎은 머리가 더 예뻤다고 하지만, 아빤 이번에 깎은 게 더 좋아 ㅎ 지난 번에는 얼굴을 동그랗게 파는, 요즘 유행한다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들도 다 그렇게 하더라는, 암튼 요즘 식 세련된 머리인데,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할머니들은 요즘 머리가 어색한지, 옛날식으로 깎았으면 하셨거든. 그런데 실은 아빠도 그런 걸 보면, 아빠도 할머니들처럼 구닥다리가 다 되었나봐.
머리깎기 전 감자 (0411~0430)
여기서부터는 머리깎기 전 감자의 모습들 ^ ^(감자교의 큰아빠이모삼촌들이 한동안 왜 감자님 사진을 올려주지 않느냐는 원성들이 넘쳐나 ㅎ)
머리를 깎던 토요일, 그날 오전엔 오랜만에 제주 날씨가 화창하고 좋아 감자품자네 온 식구가 바닷가로 소풍을!
이렇게나 하늘빛 바닷빛이 좋던 날, 여기는 협재와 금능 사이에 있는 모래밭 해변. 관광객들이 버글거리는 협재나 금능 해변 말고 그 틈새에 있는, 말하자면 여기 사람들만 알고 찾아가는 그런 곳이랄까.
바닷가 나갈 때마다 그늘이 아쉽곤 했는데, 큰맘을 먹고 싸구려 그늘막텐트를 하나 장만. 이렇게 그늘을 만들어놓으니 달래가 품자를 안고 있기에도, 할머니가 땡볕을 피해 쉬기에도, 도시락을 펼쳐놓고 감자의 먹방을 보기에도 딱 좋은 ^ ^ 생전 처음 그늘막이라는 걸 쳐보고 있노라니까, 나도 몬가 아빠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 아빠들이 그러는 거, 늘 다른 사람의 풍경으로나 알았건만 ㅎ
이 그늘이 아니었으면 달래는 얼른 가자고, 집에 들어가자고 그랬을 거거든. 그런데 이 안에서는 품자가 집에서보다 더 잘 자주었으니, 무엇보다도 그게 얼마나 좋은지.
먹을 거 다 먹고난 감자는, 모래밭을 열심히 걸어오르고 뛰어내리기를 무한반복 ㅎ
감자야, 저기 저 바다에도 들어가보자!
얕은 물이 넓게 펼쳐져 있는 데로 나갔더니 거기엔 예쁜 누나들이 신나게 놀고 있어.
처음 만난 누나야들이 "애기야, 애기야!" 하면서 "감자야, 감자야!" 하면서 얼마나 잘 놀아주던지. 물이 제법 차가웠지만, 누나들을 보며 감자도 용기를 내어 바다 속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뚜벅뚜벅.
그러고는 감자의 볼록배가 다 잠길 정도로 깊이 들어가기도 하였는데, 그걸 기념해주려 사진을 찍겠다고 감자 손을 놓고 아빠가 두어발짝 움직인 사이, 감자는 앞으로 넘어져 꼬르륵! 그렇게 하여 감자는 처음으로 바닷물을 입으로, 코로 먹어보게 되었어. 물에서 건져내니 눈물콧물이 줄줄 흘렀지만, 이내 재미있다고 웃으니,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품자는 이날로 오십이일. 그 사이에도 두 번이나 바닷가엘 나왔으니, 벌써 세 번째 바다.
그늘 안, 엄마 품에서 얼마나 잘 자주는지, 그 또한 고마워.
감자도 실컷 먹고, 실컷 모래 위를 뛰고, 바다에까지 빠지며 실컷 놀고 난 뒤엔 곯아 떨어져.바깥에 나갔을 때 아가들이 잘 자주면은 그것만큼이나 고마운 게 없지 모야 ㅎ
으아아아, 장발이 된 감자. 어쩌면 그 토요일에 라다이모야한테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냥 아무 미용실에라도 가서 머리를 잘랐을 거야. 미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위생을 위해서랄까 ㅎ 머리가 너무 기니, 잘 때마다 얼마나 땀을 흘리는지. 이제 더는 안 되겠다, 이번 주말엔 아무 데라도 가서 잘라주자, 하고 있었던 거.
라다 이모야는 4월 한 달을 내내 가게 문을 닫고 있어야 했거든. 빵군 삼촌이 크게 다쳤고,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면서 이모야는 삼촌 곁을 지키느라 병원에서 한 달을 넘게 함께 보내고 있어야 했으니. 그래도 감자 머리는 깎아줄 거라고, 감자 보고 싶다 하는 이모야를 기다리면서, 머리가 기는대로 그대로 있었더니, 감자 머리에는 늘 땀이 차 있어 ㅎ
이 날은 품자가 오십일 일 되던 날. 그 전날, 오십 일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다며, 아빠 출근길에 엄마랑 품자를 찰칵.
품자도 물고기 좋아하는구나, 감자 형아도 물고기 보는 걸 좋아했는데 ^ ^
감자는 지금까지도 아주 작은 편이지만, 감자에 대면은 품자는 얼마나 쑥쑥 크고 있는지. 감자 형아가 십이키로인데, 품자는 벌써 육키로가 넘어. 감자 형아가 백일 지나 입던 옷을 꺼내 입혀도 품자 몸에는 맞을 정도.
으아아, 품자가 금세 감자 형아를 따라먹으면 어쩌나. 그래도 감자 형아한테 까불으면 안 된다 ^ ^
품자를 품고 있느라 감자랑 놀아주지 못하는 게 늘 안타까워하는 엄마가, 품자가 잠든 사이 감자와 함께 밭으로 나가 ^ ^
감자는 개미가 손가락에 타고 오르는 것만으로도 좋아 ^ ^
나무 작대기 득템!
나는 장발 감자다! ㅎㅎ
이번엔 더 긴 작대기를 ㅎ
이렇게 긴 거도 한 손으로 ^ ^
이야호~!
감자님 나가신다 ㅋㅋ
흙바닥에 털푸덕.
흙바닥에 허우적.
흙거북이 되어 엉금엉금.
어머나! 이날은 아빠가 퇴근하여 마당으로 차를 세우는데, 엄마랑 감자가 나와 마중을 해주었네! (이럴 때 아빤 기분이 너무 좋아 ^ ^
품자는 지구별에 온지 오십 일째를 보내고 있던 날이었네.
요즘 감자가 꽂힌 거는 우산, 삽, 개미, 수도꼭지 이런 거. 비가오건 해가쨍쨍이건 감자는 우산 펴는 게 재미있어. 어른들 우산을 자꾸만 집 안에서 펴달라기에, 감자를 위해 사준 쪼꼬만 어린이 우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건, 마당에 나가는 거 ㅎ 마당에 나서면 그 무어라도 감자 눈길을 빼앗아.
작은 풀꽃, 연두 잎새들도.
밭으로 이어지는 흙길 위 그 무엇도.
뭐든지 손에 닿으면 감자에겐 세상 신기한 것들 ^ ^
머리깎기 일주일 전 주말, 이날은 감자랑 아빠 둘이서 연못 산책을. 감자네가 살고 있는 하가리는 연못이 있는 연꽃 마을.
엄마 품에 안겨있을 땐 매달려도 잘 보이지가 않았는데, 품자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가 있어.
참 신기하기도 하지. 아빠한테 뽀뽀 좀 해달라, 엄마한테 뽀뽀 좀 해달라, 아무리 사정을 해도 얼굴을 도리고 장난스럽게 웃기만 하면서, 품자한테는 어쩜 이렇게 틈만 나면 뽑뽀 세례를 하는지. 감자야, 감자야, 아빠한테도 해달라고, 제발 아빠한테도 해됴 ㅠㅠ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감자가 품자를 이렇게나 좋아하니.
하지만 감자는 엄마 품을 품자에게 내어주고 맨날 바짓가랑이 신세 ㅠㅠ
모자든 목도리든 몸에 걸치는 거라면 질색을 하던 감자가,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다름아닌 거울의 발견. 감자는 거울이라는 걸 볼 줄 알게 되었고, 거울 속 모습이 저라는 걸 알아. 게다가 그림책을 보다보면 모자니 장갑이니, 조끼니, 양말이니, 그런 것들이 자주 나오면서, 감자는 그림책 속 그것들을 실제로 해보는 게 재미있어. 그래서 양말이 나오면 제 발을 가리키고, 장갑이 나오면 제 아장아장 제 장갑을 꺼내온다.
여기저기 물려받고 얻어온 모자들이 한 보따리였건만, 써보지도 못하고 다 작아져버리기만 했는데, 이제는 감자가 모자를 거부하지 않아 ^ ^
모자를 쓰고나니 개구장이가 되어버린 감자 ㅎㅎ
언젠가부턴 실눈을 뜨거나 눈을 살짝 감으면서 까불기도 시작해 ^ ^
감자야, 맘마 안 먹고 또 어디가니?
마당을 지나 한 발 한 발 밭으로 내려가.
마당 너머 양배추를 심던 밭은, 감자가 젤로 좋아하는 놀이터 ㅋ
야호! 밭에 나왔다 ㅎ
바람을 가르며 ㅋ
실컷 내달리다가 멈춰서서는,
흐뭇한 얼굴로 저 멀리를 ^ ^
식구 중 누구라도 현관 쪽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감자는 자기가 먼저 신발을 집어들고 바닥을 치면서 얼른 신발 신겨달라고, 어서 저 문 밖으로 나가자고 ㅎㅎ 이 날은 빨래를 걷으러 마당으로 나가는 할머니를 쫓아 마당으로 나간 감자.
할머니 빨래 다 걷었는데, 감자야 어디가니?
감자는 못들은 척 뚜벅, 뚜벅 ㅋ
이야, 엄마가 같이 놀아준다고 나왔다!
일단은 마당 한 바퀴를 뛰어, 뛰어!
감자 어디에 있니? 하고 물으면 꼭 이렇게 자기 배를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ㅎㅎ
이 날은 마당에 나 있는 잔디, 풀들에 꽂혔나 보다 ㅎ
수북이 자란 토끼풀만 푸시시시 헤쳐도
감자는 신난다!
일을 하다 달래가 카톡으로 감자 사진을 보내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여기저기 코를 대고 킁킁킁.
토끼풀꽃 하나를 떼어서도 코에다가 딱 ㅎㅎ
모래장난, 흙장난, 풀을 만지며 노는 게 제일 좋지만, 바깥에 나가지 못할 때는 그 비슷한 걸 헤집으며 놀고 싶어. 그래서 감자가 할머니랑 제일 실랑이를 벌이는 건, 쌀통을 열 때마다 ㅎ 할머니가 밥을 지으려고 쌀통 뚜껑을 열기만 하면, 어디선가 감자가 다다다다다 쫓아가서 쌀을 주무르려 매달려. 그야말로 어디선가! 어느샌가! 감자가 가 있다.
쌀 대신 콩으로 놀으라고, 콩을 한 바가지 줘보기도 했지만, 온 사방으로 콩이 튀고 굴러가긴 마찬가지. 그러다가 할머니 목베개 속에 채워져 있는 편백나무 조각들. 이거 가지고 놀아라, 하고 한 자루를 쏟아주었더니 감자 입이 귀에 걸리면서 와아아아아 ㅎㅎㅎ
거울이란 걸 알면서 모자를 거부하지 않아, 이런 모자를 써보기도 했고, (0412)
또 이런 모자에 가방까지 ㅎ (0413)
한동안 꽂혀있던 그림책 <<메리크리스마스, 늑대아저씨>>를 들고 신이 났어.
모자도 썼고, 가방도 메었고, 아빠랑 둘이서라도 데이트 나가보자. 감자랑 둘이서 귀덕리 앞 바닷가 길로 나가. 감자는 바다 앞에만 서면 우와우와우와아아아.
감자는 이제 엄마아빠한테 장난을 치며 까불 줄을 알아. 기저귀 갈자 하면은 달아나고, 옷 갈아입자 하고 한꺼풀을 벗겨놓으면 또 달아나면서 나자바바라! 를 해 ㅎㅎ 그래도 고마운 건, 달래가 혼자 둘을 보고 있을 때, 감자가 달아나는 통에 힘에 부쳐 지칠 때면, "감자야, 엄마 힘들어. 엄마 좀 도와줘" 하고 시무룩 말을 건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 앞에 와서 반듯하게 누워 기저귀를 갈아달라 한다던가.
아직 엄마도 못해, 아빠도 못해, 말 한 마디 못하지만 말이 통한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게다가 엄마 힘들다 하면 까불고 장난을 치다가도 착한 아기가 되어 얌전히 도와주기까지. (0415)
암튼 감자는 이렇게 까불기를 시작했어. 엄마아빠한테 놀아달라고, 할머니한테 놀아달라고.
실컷 까불더니 모가 그렇게 우스운지 넘어가라 웃어댄다. 배를 잡고 웃어댄다.
하하, 이렇게 하여 장장 아흔다섯 장의 사진에 동영상까지 하여 감자빠들을 위한 특집을 마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