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밭 감자

감자로그 2017. 8. 24. 15:26

 

 

 지난 두어달 사진을 컴퓨터에 옮겨넣다 보니, 이랬던 날이 있었네. 언제였더라, 사진정보에 있는 날짜를 찾아보니 칠월 열엿새, 일요일이었구나.  그날도 역시 뜨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더우면 어떤가, 어디라도 나가보자, 모처럼의 휴일이기도 하였고, 나는 짬만 나면 아가들이랑 어디라도 나가고 싶어하건만, 아가들 상태며 아기엄마 상태며, 한 번 움직이려면 챙겨야 할 것들, 움직이면서 재울 걱정에 젖물릴 걱정에,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

 품자는 잠이 들어있었고, 감자야 아빠랑 둘이 집 앞에라도 나가자. 우리 집 뒷밭 수박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수박밭에라도 가자. 감자도 품자도 그렇게나 좋아하는 수박, 그 수박이 뒷밭에 땅바닥을 기면서 덩쿵덩쿵 열려 있어.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일주도로로 나가다 보면, 여름이면 그 길가에 천막들이 띄엄띄엄. 수박으로 이름난 마을이란 소문은 진작 알았지만, 여름은 정말 길가 어디에도 수박밭 천지. 그것도 비닐집을 만들어 그 안에서 키워내는 게 아니라 그대로 밭에서 길러내는 노지수박들. 감자네 집 담 너머에도 이렇게 수박밭이 펼쳐져 있어.

 

 

 아기 주먹만할 때부터 보아오던 그 수박들. 그 아기수박들이 어느새 감자 머리통보다  더 커져있던.  

 

 

 

 여기도 수박, 저기도 수박. 감자는 수박들을 보며 이거는 아빠수박, 저거는 엄마수박, 이건 상근이형 수박, 지슬이 수박, 우슬이 수박. 수박마다 이름을 붙여주며, 초록 잎과 초록 넝쿨들 사이에서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수박을 찾아다녀. 내 눈에야 한 눈에 훤히 들어오건만, 감자한테는 마치 꽁꽁 숨어있는 것들을 어렵사리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그 얼마나 좋아하던지.

 

 

 저기 저, 쌍동이처럼 나란히 서 있는 집들 중에 깜장 지붕이 감자네 집.

 

 

 

 올 여름은 수박을 더 많이 먹었던 게, 감자네 집 바로 앞에 조그만 절이 지어지면서, 그 절 스님께서 자꾸만 과일들을 가져다 주시는 거라. 무슨 제를 올리는 날이면 부처님 앞으로 올리는 상, 스님 혼자서는 다 드실 수 없다면서, 저녁이면 과일들을 한 보따리씩 들고 아가들을 불러. 자다가도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하던 감자는, 아주 수지가 맞았지 모야.

 

 

 글과그림 몇월호였더라, 산들바람 언니가 소개해준 <수박수영장>이라는 그림책. 그 얼마 전 서울에 올라가 창비 북카페에 <빼떼기> 전시를 보러 올라갔을 때, 예사롭지 않은 책 표지에 눈이 가기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보지는 못했더랬다. 그런데 산들바람 언니의 글을 읽으니, 그림을 보지 않고도 얼마나 그 책이 매력있어 보이던지. 바로 주문을 하여 감자랑 품자랑 수박수영장에 풍덩, 함께 놀던 생각도 ㅎ

 

 

 여름 내 수박을 그렇게 먹을 수 있어 좋더니, 어느 새 수박철이 다 지나가고 있네. 아직도 감자는 하나로마트 같은 데를 들어갔다가 수박들이 쌓여 있는 걸 보면 수박, 수박 하면서 커다란 수박을 사 달라고.

 

 

 

  수박의 계절이 그렇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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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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