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깍

냉이로그 2011. 7. 5. 04:11

1. 이발

- 또 깎았다.

- 작년엔 칠월 말에 깎았으니까 올해는 그보다 한 달 먼저 깎았다.

- 이발소 아저씨가 기억한다. 그러니까 그 이발소엘 열한 달만에 가게 된 거.

- 고등학교 때까지는 머리깎으러 이발소를다녔는데 그 뒤로는 어쩌다 그랬는지미용실을 다니게 되었는데,하여간 좀 이상해져버린 게지금은 이발소가 더 낯설다. 그래도 머리 빡빡 깎는 거는 왠지 이발소엘 가서 해야 할 것 같아 작년 여름에거기엘 갔더랬다. 다시 또 싹 깎아달라 하니까, 일년 동안 긴 거를 또 깎으러 오셨네, 그런다.뭐시원해 나쁠 거야 없다만,내년 여름에도 이런 마음으로다시 깎고 싶지는 않다.

-인증샷이라는 거 한 번 해볼라 했더니이것 참, 각도 잡기가 어렵군.

- 주말에 서울에 수업들으러 올라가니까 이제 구십팔일 남았다고 그런다. 아씨, 백일되는 날에는 그거 핑계삼아진탕 한 번 마셔야지 그랬는데,모르고 지나쳤다. 그래서 백일주도 못먹었다. 억울.

- 그러고보니백일 기념으로머리나 깎은 꼴이 되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으악! 갑자기 생각난 거. 어제 수업들을 때 건너편 앉은 분이 옆에 와서 얘기를 하시는데 이번이 여덟 번째 시험을 보는 거라 그런다. 나도, 내 앞에 앉아있던 최목수도 입이 쫙 벌어졌다. 끔찍하여라. 한여름의 남량특집.)

2. 줄넘기

- 줄넘기를 다시 시작했다.

-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엔 꾸준히 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까 안 한지 꽤 되었다.

- 한 달 전 쯤, 소방관 형아가 늦은밤 전화를 걸어 (술에 꼴았음)

"야, 임마, 줄넘기라도 좀 하냐? 내가 장담하는데 너 앞으로…." (무슨 말을 할지 눈치가 빡 왔다.)

"아우우우, 그런 소리 하지마라구우, 안 된다구우우!"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매일같이 줄넘기를 하면은될 거고,안 하고 그러면 올해도 파이야, 파이." (완전 울상됨)

- 하여간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시작. 그런데 뭐,시작이야 어쨌건, 지금은 차라리 그리 말해준 소방관 지씨가 고맙다.

-한 일주일은 다리에 알이 배겨 계단 오르내릴 때마다막대기처럼 걸었다.

- 몇 개씩 할까 하다가 예전에 하던대로하루 삼천번씩뛰고 들어온다.

-꽤 오래안 하다 하는 거라 이게 될까,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첫날 빼고는 괜찮더라.

- 땀 빼고 들어오면 머릿속 때도 빼고 들어오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호숫물에 빠졌다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다 젖어 들어온다.

- 장릉 쪽으로 난 길에 노루공원이라는 이름의 호숫가.해질녘 쯤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다들 트랙처럼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걷는다. 신기할 정도로 다들 한 방향. 어쨌든 사람들은 걷고, 나는 줄넘기. 호수가 예쁘니 다행이다.

- 소방관 지씨의 전화를 받고 난 다음 날, 어쩔 수 없이 줄넘기부터 사러 나갔더랬는데, 군청 앞 체육사엔 그날따라 주인아저씨가 문닫고 외출중.그래서 그 건너편 이것저것가리지 않고 파는 잡화점 같은 델 들어갔는데, 거기엔애들 줄넘기거나 뭔가 야리꼬리한 장난감 같은 것들 뿐이다.그 안에서 겨우 고른 게 여자 분들 쓰는다이어트 줄넘기.겉 껍데기에도 참 민망스러운 사진이 붙어있는 그런 거다. 그런데 어쩌랴, 길이만 맞으면 되겠는데, 하면서 어쨌든 어른이 쓰는 거기는 할 테니, 하면서 그거라도사왔다.뭐를 어떻게특별하게 만들었다는 겐지,체육사에서 사던 것보다 값도 비싸. (투덜투덜)

-어른 꺼라는데, 여자 분들 쓰는 거라 그런지, 줄이 조금은 짧다. 에잉, 쩝.얼른 줄 끊어뜨리면 다음 번엔 체육사에 가선수용으로 사야지.

- 줄넘기하면서 제일 짜릿한 순간은땅에 닿는 부분이 닳고닳고닳아 어느 순간 줄이힘없이 툭 끊어질 때.아, 그 첫 경험은 정말 짜릿했더랬다. 한참 넘고 있다보면 어느순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보면은 끊어진 줄을 들고 줄따로 나따로.

-어디서 하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할 텐데, 시멘트 바닥에서 뛸땐 한 여섯 달 쯤 지나면 끊어지고 그랬던 거 같다.첫 경험 그 뒤로는줄 끊어먹는 재미로 했던 것도 같아. 아마 그 땐 열 개 정도 끊어먹었나 그랬을 거.

- 어쨌건 이번에도 줄넘기의 위력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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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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