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나라

냉이로그 2006. 12. 26. 12:53


그곳에서 살고 싶다, 오래오래.

물의 나라 / 조용명 선생님 글에 김종수 신부님이 곡을 부쳐

물의 나라

조용명



퇴근 길이 수국(水國)이다.

벌판엔 논둑만 남고

온통 물의 나라다.

거기에 비가 내리고

안개가 뿌연 농로를 지나

물 한복판으로 들어서면

내가 지은 내 집이다.

우리 식구들이 사는 집이다.

누워서 빗소리를 들으며

어떤 바보가 꾸는

소중한 꿈을 생각한다.

나이 오십을 훨씬 넘어

옛날 같으면 죽음을 생각할 나이에

꾸는 시시한 꿈.

하지만 어떠랴.

민들레꽃 지고 흰머리 흩날려도

새털처럼 번지는 시시한 꿈은

얼마나 아름다우냐.

바보가 왕처럼 서서

풀과 곡식을 사랑하고

개구리 소리도

마법에 걸린 왕자가 하소연하는

그런 소리로 듣는 나라

꼬질꼬질한 작업복이 훨씬 어울리는

그런 거지들의 나라.

거기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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