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만들기 2

이번에는 부석사 무량수전이다. 한 번 해 보니까 재미있어 자꾸자꾸 하고 싶어진다. 어렸을 때 조립식 장난감 만들며 놀던 것 같아. ^ ^

앞서 봉정사 극락전 공포 모형을 조립할 때는잘못 만들어진 모형이어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부석사 무량수전에서는 그런 문제는 없어보인다.사실 봉정사 극락전 모형에서도 그부분만 아니었으면 이야, 이런 것까지 그대로 해놨네 하면서 감탄하며 했을 것을. 여기 툇보에 보머리 초각해놓은 걸 보면 운문형 초각을 잘 살려놓았다. 그리고 이 건물에서는 주두와 소로에 내반곡만 있는 게 아니라 굽받침이 있는 것도 양식상 특징인데, 모형에도 그런 거이 다 표현되어 있다.(봉정사 극락전에는 주두굽이 없다.)소로들도두 방향으로만 길이 나 있는 행소로부터 십자로 길이 나 있는 사갈소로로 나뉘어져 있다. (물론 그거야 아무리 모형조립이라지만 그게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조립 자체가 안 될 테니.)

부재들을 다 늘어놓고 보니 왠지 봉정사 극락전 공포 모형을 조립할 때보다 더 많아 보이는 느낌이다. 글쎄, 부재가 더 들어간다면 계량(혹은 초방, 포인방)이라는 부재가 하나 더 쓰이는 걸 텐데……. 왜냐하면 봉정사 극락전은 대들보가 외목도리는 직접 받고, 주심도리만 직접 받을 수가 없어 받침재를 썼지만 이 부석사 무량수전은 외목도리도, 주심도리도 툇보가 직접 받질 못해 그 높이 차를 극복해줄 받침부재를 외목과 주심에서 모두 쓰이기 때문이다.

암튼 또 설레는 마음으로 조립 시작이다. 다 해 보고나면 뭔가 또 새롭게 알아지는 게 있겠지. ^ ^

맨 처음에는 기둥에 창방을 끼워넣습니다. (이번에는 부재 하나하나 끼워갈 때마다 사진을 다 찍었다.)

그 다음에는 주두.

주두 위에는 보방향의 첨차. (아, 그런데 잘 보면 아까 봉정사 극락전에 쓰인 첨차와 여기 부석사 무량수전에 쓰인 첨차의 마구리면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봉정사 극락전은 직절된 형태이고, 부석사 무량수전에 쓴 첨차는 사절된 형태. - 봉정사 극락전만 유일하게 직절.)

보방향 첨차가 먼저 놓여 받을장으로 받아주면 도리방향 첨차가 그 위에서 엎을장으로 결구한다. 이렇게 소첨차들의 십자결구.

첨차들 위로 소로들을 올린다. 가운데 놓인 것이 십자 방향으로 길이 모두 열린 사갈소로, 나머지 넷은 두 방향으로만 길이 나 있는 행소로.

소첨차들의 십자결구 위에 다시 대첨차가 놓인다. 이것 역시 보방향 첨차를 먼저. (여기까지는 봉정사 극락전과 같다.)

보방향 대첨차가 받을장으로 받아주는 위로 도리방향 대첨차를 엎을장으로 하여 결구한다. (봉정사 극락전은 이 때 도리방향으로 대첨차가 아니라 가로인방재가 들어가는 것인데, 아까 모형조립할 때는 여기까지도 똑같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소첨차들의 십자결구 위에 소로들을 놓았듯이 대첨차들의 십자결구 위에도 소로들을 놓는다.

처마내밀기를 하는 대첨차의 끝에 있는 소로 위로 행공첨차(소첨차)를 얹는다. - 봉정사 극락전에는 이러한 과정이 아예 없었다.그 자리에외목도리 장혀가 올라갔지.

주심열에서는 도리방향 대첨차 위의 소로들 위로 인방재가 올라간다. (봉정사 극락전에서 모형조립에서도 똑같았는데, 원래 건물대로 하자면 인방재 위의 소로들 위로 도리방향 대첨차가 올라갔어야 했다. 암튼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은 이 부분이 거꾸로라는 거다. 모형조립에서는똑같이 했지만. ㅠㅠ)

그 위에서 보가 결구한다. (봉정사 극락전에서는 보머리가 이분두였는데, 여기에서는 운두형 초각된 보머리. 보머리의 운두형 초각은 이 부석사 극락전이 유일하다고 한다.)

보 위에도 다시 소로들이 놓인다.

그러고 난 뒤에야 그 소로 위로 외목도리 단장혀가 올라간다. (봉정사 극락전에서는 여기 행공첨차의 자리에 이미 외목도리 단장혀가 올라갔더랬다. 그만큼 부석사 무량수전은 봉정사 극락전보다 지붕이 한 단계 높게 시작한다는 것.)

주심열에서는 대첨차가 한 번 더! (이러니 처음 부재들을 늘어놓았을 때 봉정사 극락전의 모형 부재들보다 훨씬 수가 많았던 것이다. 외목도리와 주심도리가 한 단씩 더 높아지게 되니 단순히 받침부재 하나만 더 들어가는 게 아니라출목 쪽에서는행공첨차가, 기둥열에서는 대첨차가 하나씩 더 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 때마다 소로들이 더 들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위에서 초방이라는 받침부재가 들어간다. (봉정사 극락전에서는 외목도리는 보에서 직접 받고, 주심도리에서만 한 단 높이를 맞춰주느라 승두라는 부재가 쓰였는데, 여기 부석사 무량수전에서는 보가 외목도리조차 직접 받지 못하기 때문에 외목도리의 받침재 역할까지 하는 부재가 쓰이고 있는 것이다.)

외목도리보다 주심도리는 한 단 더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주심열 쪽에는 그 준비를 하는 소로들을 한 번 더 얹는다.

주심열에서 주심도리 받침목을 두기 전에 먼저 주심도리 장혀를 소로들 위에 얹는다. (마치 봉정사 극락전에서 주심도리 받침재인 승두를 얹기 전에 소로들 위로 장혀를 먼저 결구했듯 말이다.)

주심도리 장혀 위에서 주심도리 받침목인 초방을 결구한다.

도리들만 얹으면 조립 끝!

측면에서 봤을 때의 모습이다. 외곽선만 따라 그려내면 측면 공포도가 되는 것. ^ ^

네 개의 그림 가운데 상단 왼쪽 그림이 조금 전 사진으로 보는 모습이다. 그리고 상단 오른쪽 그림은 아래에 있는 사진과 같은 그림.

하하하, 그래도 부석사 무량수전은 제대로 되었네. (아니지, 건물마다 자꾸 틀리면 그걸 누가 사. 봉정사 극락전 하나 그렇게 틀리게 해놓은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어쨌든 기쁘다, 완성이다, 정말로 모형으로나마 직접 해보니까 백 배 낫다.

사이좋게 좀 있어봐라. 니들 왜 그렇게 삐딱하게 서 있니? 상 자체가 평평하지도 않구나. ㅠㅠ 암튼 왼쪽이 봉정사 극락전에서 삐꾸난 공포모형, 오른쪽이 부석사 무량수전 공포 모형. ^ ^

우향우! 하고서 다시 사진 한 방. 이렇게 측면에서 볼 때는 봉정사 극락전도 삐꾸난 데가 없어.

확실히 부석사 무량수전 지붕이 봉정사 극락전 보다 한 단 높다. 부석사 무량수전에서는 외목도리 밑에 초방이라는 받침을 쓰느라 그렇구나. 그 말고는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

이렇게 나란히 세워놓으니 나름 예쁘다. 앞으로 만들 것들까지 계속 줄지어 놓으면 그것도 괜찮겠구나 싶다. 암튼 공포와는 이렇게 점점 친해져가고 있어 기쁜 마음이다. 불안은 영혼은 잠식한다는데, 공포는 나의 수면을 잠식. 흐아아아, 졸리다.두 시간 뒤에는 기차를 타러 나가야하는데 어이구야.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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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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