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냉이로그 2010. 8. 4. 04:21

새벽이다.오래 전 라디오를 듣는다.정은임 아나운서의 6주기.지금 이 시간 많은 이들이 그 새벽을 그리워한다.


2003년 11월 18일 노동귀족

19만3천원.
한 정치인에게는 한끼 식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입니다.

하지만
막걸리 한 사발에 김치 한보시기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에게는
며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큰돈입니다.

그리고
한 아버지에게는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에서조차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
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아이들에게 휠리스를 사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일하는 아버지, 故 김주익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이 193000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193000원.
인라인스케이트 세 켤레 값입니다.

35m 상공에서 100여 일도 혼자 꿋꿋하게 버텼지만
세 아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아픈 마음을 숨기지 못한 아버지.

그 아버지를 대신해서
남겨진 아이들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준 사람이 있습니다.
부자도, 정치인도 아니구요
그저 평범한, 한 일하는 어머니였습니다.

유서 속에 그 휠리스 대목에 목이 메인 이 분은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그리고 휠리스 보다 덜 위험한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서,
아버지를 잃은,
이 위험한 세상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건넸습니다.

2003년 늦가을.
대한민국의 노동귀족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빌리 엘리어트> T-Rex - Cosmic Dancer


영화 [ 빌리 엘리엇]중에서 T-REX의 음악
cosmic dancer 띄워드렸습니다.
강정숙씨, 양정선씨, 김도균씨 잘 들으셨어요?
신청하신 곡이었는데요,

영화를 보면요.

빌리가 왕립발레학교 오디션을 보려갈 때
여비가 없으니까 다른 파업노동자들이
돈을 걷어서 여비를 많이 만들어주죠?
참 없는 사람들이 더 없는 사람들을
스스로를 생각하는 모습들,
가슴이 참 찡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강동훈씨,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오늘,
많은 노동자들이 죽고있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런지요.'하시면서
사연 보내 주셨네요. 참, 정말 아이러니칼하죠?
그들 옆에 섰던 대통령이 그들을 노동귀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노동귀족이라고 지탄받는 대기업 한진중공업의
노조지부장이었죠? 고 김주익씨.
고 김주익씨가 남긴 지갑 한 번 볼까요?
파업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재산을 다 가압류 당하구요.
그에게 남은 돈은요.
세 아이들의 인라인스케이트도 사줄 수 없는 돈.
13만5천80원이었습니다.
어떤가요? 귀족다운가요?


1. <빌리 엘리어트> T-Rex - Cosmic Dancer
2. <노마 레이> Jennifer Warnes - It Goes Like It Goes
3. <못말리는 번디 가족> Frank Sinatra - Love And Marriage
4. <풀 몬티> Donna Summer - Hot Stuff
5.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세르게이 & 따찌야나 니끼씬 부부 - 알렉산드라
6. <메트로폴리스> Pat Benatar - Here"s My Heart
7. <쉘로우 그레이브> Andy Williams - Happy Heart

정은임추모사업회(준) 홈페이지 정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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