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를 숙소로 바라다 드리면서 찍은. 덩치 큰 살람과 조그만 혜란이가 나란히 걷는 모습이 그날따라 참 예뻐 보였다. 혜란이는 언제나 다시 그곳으로 갈 꿈을 꾸고 있어, 몇 해 전부터는 아랍어를 공부해오고 있었다. 얼마나 공부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나라에서 아랍어를 혼자 힘으로 배우기란 만만치가 않아보여, 그래도 나름으로 책을 찾고 자료를 찾아 할 수 있는만큼 끙끙대며 해가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저씨가 아랍어 좀 해보라 하면 늘 부끄러워하기만 해.
이 날 찻집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에 아저씨는 이라크가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정이 되면 그곳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으로 영화 같은 것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는 말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건 혜란이의 오랜 꿈이기도 한 것. 이 때부터 둘이는 죽이 맞아 함께 영화를 만드는 꿈에 부풀기도 했다. 아저씨의 이름은 살람 가드반, 혜란이의 이라크 이름은 가디르. 가-가 감독이 함께 찍을 그 영화를 생각하니 설레기는 나 또한 마찬가지. 혜란이의 <<바그다드로 가는 길>>은 어쩌면 이렇게 다시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저씨가 들려준 그곳의 이야기들, 종이에 받아적어가면서, 탁자 위 녹음기를켜놓고 들은 그 긴 이야기들을 단숨에정리하기는아직은 버거워. 그러나 너무도 반가웠던 건 아저씨의 밝은 얼굴. 아직그곳은전쟁과 점령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있지만, 그러나 거리의 사람들, 시장의 사람들은훨씬 밝아져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얘기. 절망 속에서 피워내고 있는 희망의 징표들.
어쩌면 이렇게도 선한 얼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