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려면 아직 멀었을까.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는 내 마음이 급한 건지. 꽃에게라도 위로를 삼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미 봄이다 여겼지만 아직 이곳 산간은 겨울을 다 넘지 못해.
이제 준공을 준비. 저 옆의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 것은 기존에 남아있던 서원의 명륜당. 그리고 그 오른편으로 조그맣게 선 맞배 건물이 이번에 복원한 동재 건물. 그 둘레로 축대를 돌리고, 흙을 돋워 중정을 다듬어.
길 건너편엔 커다랗게 물을 가두어두고 있어. 지붕 위에 올라있다 보면 이따금씩 넋을 놓아 물끄러미 물을 본다. 그래, 요정도 되는 데다 딱 요만한 여덟 평 건물이면 족하겠다, 저 뒤에 명륜당도 말고, 대성전도 말고. 그냥 딱 이런 조그만 집에, 이렇게 무어라도 할 수 있는 마당, 또 이렇게 넋놓고 보아도 좋을 물이 있다면.
이 집에 처음 찾아온 손님. 며칠 째 낚시꾼 하나가 날마다 저수지로 찾아와 낚시대를 던지는데, 그 낚시꾼이 데리고 다니던 강아지. 그동안엔 저수지 둑에서만 깡깡 지곤 하더니, 이 공사가 이제 다 되어간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 어느덧 마당으로 올라와 제 세상을 만난 듯 발발거려 뛰어다니는 거라. 꽃도, 나비도 아직이기만 하건만, 그래도 살아움직이는 고 조고만 녀석 하나 그릏게나 반가웁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