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집짓기를 배우는 한국전통직업전문학교에 지원했다. 고용안정센터라는 곳에 가 실업자 구직등록필증이라는 것도 떼었고, 주민등록등본에 이력서, 자기소개서, 증명사진 따위를 챙겨 보냈다.
그 어떤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도, 글을 쓰는 데에서도 나는 늘 발바닥 아래가 허전함을 느끼곤 했다. 땅에 발 붙이지 못하고 떠다니는 느낌, 그 말은곧 삶에 바탕을 두지 못하고 있는 불안함 같은 거였을 것이다. 서울을 떠나 촌으로 옮겨와 산지 칠팔 년 되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지극히 도시적이었고, 그저 살아지는대로, 지내어오던대로 해만 거듭할 뿐이었다. 처음 선생님들의 권유를 받고서는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지만, 도무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목수라니? 대패 구경 한 번 해 본 일 없고, 제대로 톱질 한 번 해 보지 못한 내가 집을 짓는 일이라니……? 손을 놀리고 몸을 움직여 일하는 데는 반푼이라 해도 다름 없는 나에게 왜 그런 일을 말씀하시는지 모를 일로만 여겼다. 보름 남짓 고민 끝에 지원서를 보냈다.
사실 지난 가을을 지나면서 다른 곳으로 마음을 두고 있었다. 안동으로 집을 옮겨, 할아버지 가까이에서, 할아버지를 모시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그리 두고 있었기에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쉽지 않았다. 잘 한 것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겁이 나기도 한다.
아마도 교육생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 여섯 달은 그곳에서 기숙하며 일을 배우며 지내게 될 것이다. 톱밥 먹어가며 대팻날을 갈고, 끌질을 배우고. 거기에서 배우고 나온다고 내가 무슨 큰 목수가 되거나 잘 팔리는 기술자가 될 일 없겠지만 그저 바람이라면 발바닥에 힘이 붙고, 손에 일이 붙을 수 있다면 오로지 그것으로 감사할 일이라 여기고 있다.
이건 아닌데, 이래 살아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늘 머리로만 되뇌이고, 입속으로만 중얼거리며 실제로 내 몸과 삶을 바꾸는 데에는 아무런 용기도, 의지도 내지 못하고 있던 나를 그리 일으켜세워주고 있는 선생님들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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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지원 서류로 보낸 것 가운데)
자기소개서
이름 :
주민등록번호 :
주소 :
전화번호 :
제가 한국 전통 직업전문학교에 대해 알게 된 것은 06년 후반기 교육생으로 배우고 계신 황시백 선생님의 소개와 추천이 있어서입니다. 올 해로 저는 35세(만33세)가 되었고, 지금까지는 어린이를 위한 글(동화책)을 쓰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에 관심을 가지며 이런 저런 배움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먹을거리나 입을 옷, 사람이 살아갈 집이 몹시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계와 문명이 지나치게 지배하면서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사람의 삶과 자연 전체에 조화롭지 못한 쪽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되었고요. 하지만 저 자신도 너무나 편리한 소비 생활에만 길들어져 있는 터라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는 고민을 해오던 참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보통 다른 분들보다 몸으로 움직여 일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이번 학교에 지원을 하면서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어린아이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해 글씨 쓰는 것을 배우듯 하나하나 성실히 배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교육을 마친 뒤 06년 후반기 교육을 마친 선배 교육생 한 분과 함께 계속해서 집 짓는 일을 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쪼록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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