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화기에 있는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기다 보니 9월 한 달을 이렇게 살았구나 싶다. 팔월 말로 한라산 공사를 마치고, 그 뒤로 입찰된 공사가 없어, 마음이 그닥 편치는 않았지만 회사 일로는 그리 바쁠 것이 없던 시간. 이때부턴 될 수 있는대로 점심도 집에 가서,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밥을 먹으며 지낼 수도 있었고, 짬을 보아 감자품자달래와 함께 바람을 쏘이러 나들이를 나가는 날도 많았다. 아빠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감자품자달래는 집 바깥을 나갈 수 없는 처지, 되도록이면 가까운 바다라도 나가려 했고, 짬이 나는대로 감자가 뛰어다닐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시간이 좀 더 여유가 있을 것 같으면 배를 타고 저 멀리 동남 바다에 있는 우도엘 들어가 하룻밤을 자고 오기도 했고, 동쪽의 비자림 숲에도, 남쪽의 귤나무 숲에도, 그리고 남서에 있는 신창 풍력발전단지엘 다녀오기도 해.
마침 아빠가 회사일로 크게 바쁘지 않던 한 달, 감자는 가을로 들어가며 알밤이 굵어가듯 또한 그렇게 굵어가고 있었어.
그 시간의 사진들은 그저 주렁주렁 걸어놓기만 한다.
1. 구엄리 돌염전 / 0830
하하, 그날이 생각나네.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들어가던 길, 부러 해안도로르 타고 가다 보니까 바다가 얼마나 멋지던지. 아마도 제주에 살면서 그렇게나 파란 하늘이면서도, 바람이랑 파도가 그렇게나 세게 불어닥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 그래서 감자에게 그 거센 파도, 바람을 맞게 해주고 싶어 나갔던 길.
2. 곽지 바다 / 0903
처음엔 정말 산책만 하러 나간 길이었어. 물놀이를 생각했더라면 나갈 때부터 갈아입힐 옷이며 수건이며 이것저것 놀잇감까지 챙겨서 갔겠지만, 말 그대로 산책만! 하자며 나갔던 길. 그 즈음 툭하면 나가던 고내리, 구엄리 말고, 오랜만에 곽지라도 나가볼까 하면서. 하지만 모래사장이 있고, 찰방찰방하는 물놀이객들이 있는 해수욕장에선, 감자를 막을 수가 없었어. 그저 해안도로에 있는 등대 앞이나 포구였다면 아예 바다로 뛰어들어갈 여지가 없으니, 바다를 내다보면서만 놀 수 있겠지만,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거기를 들어가지 말아라, 찰방찰방 파도가 발목께를 적셔주는 그 물에 들어가지 말아라, 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걸 ㅎ
그리하여 감자는 갈아입을 옷도 없는 채로, 그냥 아랫도리 홀딱 벗고 놀기로 해. 이왕 다 젖어버린 거, 실컷 놀다 가야지!
해수욕장에 왠 쥐가 있었을까. 감자가 지구별에서 처음으로 만난 쥐. '구리와 구라' 그림책 씨리즈를 떠올리면서, 와아아아 쥐다, 쥐이이 하면서, 처음보는 그 조그만 짐승이 신기해, 한 동안은 쥐만 쫓아다니며 바닷물로는 들어가지 않고 잘 놀았지만 ㅎ
짤닥막한 팔다리로, 모델 워킹이라도 하는 것 같은 자세를 ㅋ
3. 평대리 비자나무 숲 / 0906
감자는 세 번째, 품자는 처음 찾아가는 비자나무 숲. 커다란 할아버지 나무, 할머니 나무들이 가득한 그 숲엘 일년만에 다시 찾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감자는 유모차를 타거나 아기캥거루처럼 엄마아빠 품에 안겨 숲길을 다녔지만, 이젠 혼자서 맘껏 뛰고 걷고 길가에 있는 돌멩이를 만져보고, 나무를 두드려보며.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하늘높이 솟아있는 나무를 보며, 입을 쩍 벌려 놀라워하기도 하면서.
생각나니, 감자야. 네가 여섯 달 되던 때 처음 여기를 와보곤 얼마나 좋아했더랬는지.
4. 우도 첫날 밤 / 0908
큰맘 먹고 우도엘 다녀왔다. 제주에 와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질 못하기도 했거니와, 4년 전 신혼여행으로 제주라는 섬엘 난생 처음 왔을 때, 그때 한 번 우도를 가봤다고는 하지만, 그땐 거기가 어땠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 지난 해 가을, 큰맘 먹고 우도엘 한 번 가보자며 달래감자, 그리고 뱃속 품자와 함께 성산항 선착장까지 갔던 일이 있지만, 때마침 커다란 비바람이 불어닥쳐. 들어갔다가 다음 날 못나올 수도 있단 얘기에 그냥 되돌아와야 했던. 그러다 이번에 아주 큰맘을 먹고, 감자품자달래냉이 네 식구 우도행 배에 올랐던 거.
첫날엔 제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길에 밥도 한 번 먹고, 그러고는 배 시간을 기다려, 바다를 넘어 우도엘 닿았더니 저녁 어스름이 되고 말아. 그야말로 허름한 민박집 하나를 얻어 짐을 풀고 나니 다시 저녁 먹을 시간. 하하, 이내 깜깜해져 버렸네. 이날 밤까지도 하늘엔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감자는 그 깜깜한 하늘을 보며 달님을 기다려. 구름이 달을 감추면 손뼉을 치며 "달님 나와라 달님 나와라 달님달님 나와라!" 기다렸고, 그러다 정말 구름이 지나고 달님이 나오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던. 그렇게나 간절히 "달님 나와라!"를 했는데, 구름이 비켜주지 않으면 얼마나 실망일 뻔 했는지. 고마웠던 우도의 구름과 달님.
어, 달님 어디갔지?
달님 나와라, 달님 나와라.
어, 어, 어! 달님이 나오려 해.
이야아아, 나왔다. 달님 나왔네, 달님 나왔다 ♪
어어, 달님이 또 어딜 갔지?
구름이 또 가려버렸나봐.
다시 또 숨죽여 달님을 기다려.
이야아아, 달님 나왔다!
이렇게 우도의 하룻밤이 저물어.
5. 우도 둘쨋날 / 0909
아침에 일어나선 산책을 할 겸, 친구들에게 자주 얘길 듣곤 하던 '노닐다'란 게스트하우스엘 찾아가. 친구가 거기에서 공사를 맡아 하기도 했고, 가볼만 한 데란 얘기를 종종 듣곤 해서 궁금했던 터. 게다가 감자랑 아침밥으로 먹을만한 죽을 팔기도 해서 겸사겸사. 그러고나선 우도 한 바퀴를 돌았다. 지금 와서는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사빈백사니 하고수동이니 하는 해변은 정말 화보에서나 보는 것처럼 근사했다. 하지만 거기가 아무리 멋진 곳이라 해도 감자품자랑 갔으니 좋았지, 혼자이거나 했더라면 아마도 그닥.
6. 한수풀 도서관 / 0910
감자네가 주로 책을 빌리는 데는, 집에서 가까운 애월도서관이거나 도서관 앞으로 풀밭이 좋은 한라도서관이었지만, 두 주 전이었나. 애월도서관이 휴관요일이라 좀 더 서쪽으로, 한림에 있다는 한수풀 도서관엘 가서 그림책들을 빌려왔더랬다. 그땐 아빠 혼자였는데, 반납일이 되어서는 감자품자네 식구가 모두 함께 집을 나서 ㅎ 감자한테는 책이 장난감 같은지, 책만 보면은 신이 나서 좋아라. 게다가 감자가 좋아하는 골목길, 골마루. 하물며 책장들이 담장처럼 골목 골마루를 이루고 있었으니, 감자는 얼마나 좋았을까. 뛰면 안 돼, 뛰면 안 돼! 나중에야 감자는 엄마 앞에서 뒷머리를 긁적이게 되었지만, 하하하 그런 감자를 보면 아빠도 신이 나. (다행히 감자가 저렇게 뛸 땐 어린이도서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거 ㅎ)
7. 신창 풍력발전 단지 / 0910
지난 해 봄,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근이와 함께 같이 갔던 곳이니, 일년 반 만에 다시 찾은 곳이다. 그러고보니 근이가 전역할 날도 얼마 남질 않았네. 감자네 집에서 더 서쪽, 한수풀 도서관엘 갔다가 더 서쪽으로, 오랜만에 거기를 다시 가보자 하고선 찾은 곳. 그때만 해도 그 길엔 감자네 식구 뿐이었는데, 그 사이 소문이 더 나고 그랬는지, 이젠 꽤 많은 이들이 사진기를 들고 찾아드는 곳이 되어 있었다. 지난 봄만 해도 감자는 유모차에 눕다시피, 또는 엄마아빠 품에 안겨 다니기만 했는데, 이젠 바다 위로 놓인 다리 위를 신나게 내달려. 커다랗고 높다란 바람개비를 올려다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하고, 바다 위를 걷는 다리 위에서 발 아래 바다를 내려다보기도 하면서.
8. 감자네 집 / 0917
아기가 잠들어있는 모습, 잠든 아가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마음은 정말 무어라 표현하기가 어려워. 한 없이 평화로운, 그러면서도 또한 눈시울이 젖어들도록 가슴이 짠한. 더없이 고마운 마음에 젖어들다가는 어느 순간, 네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그게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알기에, 안쓰럽기도 해.
이날 감자가 잠든 모습을 보며, 전화기를 찾아 사진을 찍었던 건 아마도 감자 머리맡에 놓여 있던 그림책이 함께 눈에 띄었기 때문일 거다. <<오늘도 좋은 하루>> 그랬니, 감자야. 감자에게도, 오늘도 좋은 하루였니, 부디 그러기를 바라면서, 그랬다 싶으니 또한 행복한 마음이 들었나보다.
9. 더럭분교 / 0918
집 가까이에 있는 더럭분교. 이날 감자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걸 보고 있자니, 감자 정말 많이 컸구나, 싶더라. 파란 잔디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거 하며, 누군가 데리고 나온 강아지를 보면서 그 둘레를 빙빙 돌면서 장난을 치는 거며, 전에는 관심도 갖지 않던 평균대를 붙잡고 타오르려 애를 쓰다 엄마 손을 붙잡고 그 위를 걷는 거며, 실컷 흙장난을 하다가 수돗가로 달려가 손을 씻으며 개구장이 얼굴을 하는 거며. 어린이, 라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지만, 이날만큼은 '감자 어린이'란 말이 조금도 어색하질 않아 ㅎ
강아지를 보고는 살금살금.
이젠 품자 유모차도 감자 형아가 밀어주겠다고.
실컷 흙장난을 하고는,
수도꼭지로 달려가.
그러고는 또 흙장난, 또 물장난.
좀 있다보니 물장난을 하고 싶어 손에 흙을 묻히는 게 아닌가, 싶은 ㅎㅎ
평균대에 매달려 실컷 장난을 치고 놀더니 ㅋ
엄마 손을 잡고 하나둘, 하나둘!
내릴 때는 잔디밭에 꽈당! ㅎㅎㅎ 그게 뭐가 그리 좋다고 또 해달라고, 또 해달라고, 자꾸자꾸 해달라고 ^ ^
10. 한담 바닷길 / 0920
구름 햇볕이 다시 쫘악 비추던 날. 점심 먹고 잠깐 바다엘 나가보자! 하고 나선 한담 바닷길. 와아아, 이렇게나 하늘이 파랗고 볕이 좋은데도 부서지는 파도가 길 위로 넘어들어. 파도를 피해 엄마 손을 잡고 조심조심, 넘어든 파도에 젖어든 산책길.
11. 하가리 연못 / 0921
이날은 감자랑 아빠랑 둘이서만 바깥엘 나가. 아마 엄마랑 아빠랑 몬가에 삐쳐서, 아빠 감자 둘이서만 나간 모양인데, 엄마아빠가 무슨 일로 삐쳤더랬는지, 그거는 기억이 나질 않아. 그 즈음 나는 기회만 되면은 바깥에 나가자, 그랬던 거 같고, 달래는 하루종일 아가 둘을 보느라, 아가 둘이서 잠드는 시간이며 먹는 시간이며 엇갈려 있느라, 한 번 움직이는 게 쉽지가 않아. 아마 그것 때문에 그랬을까? 그래서 삐돌이 아빠가 "그럼 나 혼자 감자랑 나갔다 올게." 하고 나갔던 것도 같아 ㅠㅠ 난 그냥, 어떻게든 감자랑 품자에게 바깥 볕도, 바깥 바람도 많이 쏘이게 해주고, 집에만 있는 거보다 나가서 실컷 다니고 움직여야 더 잘 자고 잘 먹고 그럴 거란 생각에 ㅠㅠ 이때처럼 일이 좀 한가할 때 같이 나가서 놀아주지 않으면, 내내 집에만 있곤 하는 게 못내 안쓰럽던 기억에 ㅠㅠ 암튼 이날은 삐돌이 아빠랑 감자랑 둘이서만.
엄마랑 아빠랑 삐지건 말건, 감자는 좋아라 ㅎ
그동안 수없이 많이 건너본 연못 가운데 다리건만, 그래도 감자는 갈 때마다 신이 나.
연못 가운데 정자, 기둥 뒤로 숨어들면서 "아빠, 감자 찾아라!" 숨바꼭질을 하자며.
어른 허리 높이로 가로지르고 있는 굵은 나뭇가지. 고개를 숙여 그 아래를 지나면서 모가 그리 재미있는지.
감자야, 지금 엄마랑 아빠는 분위기 쎄하단 말이지 ㅠㅠ
12. 고내리 앞바다 / 0921
하가리 연못에서 실컷 놀다가 내친 김에 고내리 앞 부둣가로. 밤마다 달래가 힘들어 하는 게, 감자가 졸리면서도 안 자려고, 졸음이 쏟아지는 데도 안 자고 놀려고 하는 거라, 바깥에서 실컷 놀다 들어가는 차 안에서 잠들게 해주려던 거였기에, 연못에서 한참을 놀고나서도 아직 쌩쌩. 그래서 더 놀자, 하고선 엄마아빠랑 자주 가던 고내리 부둣가로.
감자는 부두 바닥에 그려져 있는 바닷속 그림 위를 뛰어다니며 물고기 찾기 놀이를.
그러고는 다시 등대를 찾아 내달려!
감자야, 지금 엄마랑 아빠는 분위기 쎄하다니까!
13. 두 번째 치과 / 0922
이즈음 들어 감자가 자꾸만 윗니를 손으로 만지곤 해. 모가 끼어서 그런가, 하고 들여다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러던 차에 찾아가본 치과. 으앙! 하고 터진 울음에 치과 선생님이 들여다 보고는 ㅎㅎ 이를 안 닦아서 그런 거라고. 프라그가 끼어 있어 그런 건데, 지금 있는 정도는 칫솔로 살살 닦아주어도 되는 거라고.
두 돌을 한 달 앞두고 있던 때였는데, 그때껏 감자는 아직 이를 닦질 않았다. 몇 번 시도를 해보기는 했는데 하도 감자가 싫다고 빠져나가고, 바동거리며 도리질을 쳐대서, 엄마아빠가 그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거. 감자야, 이젠 이닦는 거 연습하자. 이빨 안닦아서 이게 모냐구 ㅋ
14. 서귀포 농업기술센터 / 0923
그 며칠 전 진부장이 알려주어 가보게 된 서귀포 농업기술센터라는 곳. 아이들이랑 가보면 좋을 것 같다며 추천해주었거든. 부지가 꽤나 넓은 데, 체험장 식으로 해서 한 쪽에는 온갖 귤나무들을 심어놓았고, 조그맣게 동물원 같은 것도 있고, 공원처럼 잘 해놓아서 아이들하고 한 번 가보시라고. 아마 진부장은 그 체험장 안에 있는 초가집 공사를 할 게 있어, 현장조사를 하러 다녀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큰맘먹고 넘어간 서귀포. 그 체험장 안에는 뜬금없이 '석재 전시장' 같은 것도 만들어놓고, 전국에서 채취되는 돌들을 종류별로 진열해놓고 있었는데, 푸하하하! 감자가 젤로 좋아하던 건 그 돌들이었어. 돌덩이마다 쫓아다니며 만져보고, 끌어안고. ㅎㅎ 감자는 멋진 석수쟁이가 되고 싶으니.
15. 치카치카 / 0924
신통하기도 하지. 치과를 다녀오면서 실은 걱정이었다. 이만 닦자고 하면 그렇게나 싫다고 몸부림을 치는데, 이걸 어쩌나. 그래도 감자가 좋아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아빠가 욕실에 들어가 거품을 물고 이를 닦거나, 얼굴에 비누거품을 묻히고 수염깎는 걸 보면 그게 신기해, 욕실 문 바깥에 쪼그려앉아 구경하는 거. 이날도 욕실 앞에 쪼그려앉아 아빠 이닦는 걸 구경하고 있기에, 감자도 할까? 감자도 치카치카 해볼까? 했더니 손을 번쩍 들고 뛰어올라.
옳지, 옳지, 어금니도 그렇게!
윗니도,
아랫니도 ㅎㅎ
어금니도 또 그렇게 ^ ^
거참, 신통하기도 하지. 이 안닦다가 치과엘 갔다와서 그러나? 아님, 딸기향에 먹어도 된다는, 맛있는 치약을 묻혀주어서 그러나? 그렇게도 이닦는 걸 싫어하던 감자가 어느 날 갑자기 치카치카를 시작해 ㅎㅎ (그런데 여기서 함정은, 이날 뒤로 치카치카를 하자면은 좋아라 달려와서는 칫솔에 묻혀놓은 딸기향 치약만 먹곤, 그대로 먹튀를 하기도 한다는 거. ㅋ)
16. 벌거숭이들 / 0926
으하하, 감자는 품자 기저귀를 갈아주려 엉덩이를 벗겨놓으면 어디선다 우다다다 달려와. 그러곤 품자 궁뎅이를 만지며 빵 터져라 웃으며 좋아하는 거. 이날은 감자도 품자도 씻겨놓고 옷을 갈아입히려는데, 맨살을 드러낸 품자 배를 만지며 모가 그리 좋은지 ㅎㅎ
17. 구엄리 정자 / 1001
"감자랑 나갔다 올게!"
이 말을 했을 거니까, 그렇담 이날도 아마 아빠는 또 무언가에 삐져버린 삐돌이 버전이었나 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모에 삐졌는지 그런 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거. 여튼, 감자랑 나갔다 올게! 라고 했을 거고, 그랬으니 이렇게 감자랑 둘이서만, 그 밤에 바다엘 나갔겠지 ㅎ
지난 번, 그때도 삐돌이가 된 아빠랑 둘이서 연못에 나가서 놀 때, 정자 기둥 뒤로 숨으며 숨바꼭질하는 걸 시작하더니, 이날도 구엄리 돌염전 앞 정자에 올라가더니, 감자는 기둥을 잡고 놀아. 기둥 뒤에 숨으면서 "아빠, 감자 찾아라!"를 하더니, 기둥을 붙잡고 뱅글뱅글이거나, 기둥을 끌어안고 한껏 기꺼워하는 얼굴을. 그러더니 난간에 매달려 정자 아래를, 먼 바다를 내다보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