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소길에서 첫 여름을 보낼 땐 감자네 식구가 난장이공 카페를 막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난장이공 카페에서 보내었으니, 땡볕 그대로의 여름은 이번이 처음이라 해도 좋은.
1. 감자네 농장 ㅋ
농장은 무슨 ㅎㅎ 기껏해야 토마토 모종 셋, 고추모 여섯, 가지모 셋, 호박 셋을 심었을 뿐인, 텃밭이라기에도 부끄러운 채소 모종 몇 주. 하지만 고마웁게도 그 모종들에서 감자 팔뚝만한 가지와 감자 허벅지보다 굵은 호박이 열렸고, 고추랑 토마토는 차마 다 따다 먹지도 못하게 자꾸만 자꾸만 열리고 있어. 하하하, 감자는 아빠가 훑어온 방울토마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날 뜨겁고, 모기는 얼마나 뜯어대는지, 솔직히 아빠는 그 일이 귀찮기만 하지만, 감자가 좋아하니 모기야 뜯어라, 방울토마토를 훑어오는 일은 즐겁기만 해 ㅎ
우아아, 아빠가 농사지어 온 거야 ㅎㅎㅎ
뽀로로 안경까지 머리에 걸쳐놓으니, 몬가 제주도 관광객 같은 포쓰를 하고선 ㅎ
풋고추를 따다 먹을 때는, 감자가 고추장 찍는 거를 자기가 하겠다고! 매워서 감자는 못먹어, 그건 아빠꺼, 그러니 그 매운 걸 입에는 넣질 않지만, 쉬지 않고 고추를 찍어주는 통에 얼마나 매운지. 고추장을 찍어주고는 빨리 먹으라고! 먹고 나면 고추장 찍게 얼른 내놓으라고! 밥 한 술 뜨기도 전에 또 찍어주고, 또 찍어주고 ㅠㅠ 감자야, 아빠 밥 좀 먹자. 고추만 먹으니까 너무 매워, 엉엉엉~
2. 옷가게 미로놀이.
어느 날 하루는 엄마 옷을 사러 시내엘 나갔네. 저 멀리 차를 대놓고 옷가게를 찾아드느라 시내를 걷는데 얼마나 더운지. 길바닥에서는 열이 훅훅 올라와,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간 어느 옷가게. 여기엘 들어가자마자 감자는 완전 신이 나 버렸네. 감자 키보다 두 배는 높은 옷걸이들, 진열되어 출렁출렁이는 옷들 사이를 마치 미로처럼 뛰어다니며, 아무 옷이나 잡아 얼굴에 대어보고 제 몸을 휘휘 감고. 그러다가 옷갈아입으라고 설치해놓은 거울이 나오면 그게 또 재미있어서 웃음이 터져. 안돼, 감자야, 그거 만지면 안 돼. 아무리 쫓아다녀도 감자는 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저 골목으로 빠져나오며, 숨바꼭질 놀이라도 하듯이 얼마나 멈추지를 않는지.
휴우, 아빠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더니 ㅠㅠ 감자 쫓아다녀야지, 품자 봐주어야지, 엉엉. 그래도 감자가 즐거워했고, 몇 년 만에 달래가 티셔츠 몇 장 살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ㅎ
여기가 감자에겐 옷걸이들로 이뤄진 미로, 완전 신나는 놀이터가 될 줄은 몰랐네 ㅠㅠ
처음엔, 저 눈 없는 사람들은 모지? 하면서 마네킹들 앞에서 사뭇 경계를 하며 탐색을 하더니 ㅎ
엄마가 거울 앞에서 옷을 대보고, 고르고 하는 사이에 감자도 옷가게 옷들을 촤르르촤르르 ㅠㅠ
그 뒤로 시작한 감자의 나자바바라~ 옷가게 레이스 ㅎ (감자는 완전 신났네 ㅋ)
감자야, 품자 혼자 두고 달아나면 어떡해 ㅠㅠ 엉엉엉, 했더니 "품자야, 괜찮지?" 하는 얼굴로 품자를 들여다 보고 있어 ㅠㅠ (말귀는 다 알아듣는단 말이지, 헐)
3. 감자네 수영장.
물 좋아하는 감자에게, 마냥 물놀이를 해주고 싶어서 마련한 튜브 물통 ㅎ 굳이 이런 거까지 있어야 할까, 그냥 김장용 고무다라이 하나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했다가, 할머니와 달래로부터 찌질한 아빠 소리를 듣고는, 한 발 물러나, 그래 기왕에 살 거면 그러지 모.
목욕하러 들어가면 물에 퉁퉁 불어, 발바닥이 쪼그라들 때까지 나오려 하질 않아. 바다 앞에만 서면 입을 쫙쫙 벌리고, 바닷물에 함께 들어가면 좋아라 첨벙첨벙. 하지만 목욕통은 너무나도 좁고, 바닷가는 집에서 가깝다지만, 한 번 몸을 적셔 놀다 오기에는 번잡한 일들이 너무 많아. 그래서 그 좋아하는 물놀이를 실컷 시켜주지도 못하는 게 미안했는데, 아하! 이거면 되겠구나. 마당넓은 집에 살게 되었고, 마당에 수도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 ㅎㅎㅎ
감자의 개인 풀장 ㅎ
감자는 물퍼내기 놀이에 바빠 ㅋ
엄마도 품자를 안고 함께 풍덩!
이건 또 그 며칠 뒤였나? 그때부터는 옷이 무슨 필요있나, 그냥 다 벗고 들어가면 되지 ^ ^
아빠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같이 들어가서 푸하푸하 ㅎ
4. 제주에서 제일 시원하다는 ㅎ
칠월 어느 주말이었나, 아빤 새벽에 한라산에 올라갔다 왔을 때, 무슨 일로인가 엄마가 또치 이모야랑 연락을 주고 받아. 그랬더니 또치 이모, 나명 삼촌이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더위를 피해 피난을 갔다던가. 그래서, 우리 감자네도 따라가도 되냐며, 물어보고는 짐을 챙겨 그리로 ㅎㅎ 아마 작년에도 나명 삼촌이 여기 얘길 했던 거 같아. 제주에서 제일 시원하다는 곳, 아무리 섬 전체에 폭염주의보가 떨어지더라도 여기만은 서늘하다는.
어딘지 모르고,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다 보니, 이게 웬걸, 아빠가 날마다 출근길로 삼는 한라산 어리목 등반로를 지나 영실 등반로를 넘어 내려가는 곳. 새벽에도 왔던 이 길을 다시 오르고 있어 ㅋ
또치 이모야랑 나명 이모는 평상 하나에 자리를 펴놓고, 책을 몇 권씩 쌓아놓고 읽고 있어. 아, 정말 더위를 피해 피난 나온 거 맞구나 ㅎㅎ 오랜만에 이모야랑 삼촌을 만나러 오는 거라, 그럼 막걸리에 파전을 부쳐먹자며 파전거리를 준비해 가겠다고 했는데, 가고 나서 짐을 풀어보니 딴 건 다 챙겼는데 파를 빠뜨린 거라 ㅠㅠ 감자야, 아빤 도대체 왜 이럴까 ㅜ 할 수 없이 파전은 없이 막걸리만 들이켜 먹는데, 또치 이모야가 토마토랑 달걀만을 가지고 뚝딱 볶음 요리를 해주어. 암튼 아빠는 나명 삼촌만 만나면 왜 늘 술을 먹다가 떡이 되고 마는지, 이 날도 떡이 되고 말았지 모야 ㅠㅠ
숲의 시원함, 그 안에 들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아질.
물론 감자도!
5. 엄마랑 치과에
스무 달을 지나고 있는데, 아직 감자는 이닦는 걸 하질 못해. 감자가 못하는 게 아니라 엄마아빠가 못하는 거겠지만 ㅠㅠ 이 닦는 거야 모, 어차피 지금 있는 이빨 다 빠지고 새 이가 나올 텐데, 새 거 나오면 그때부터 잘 닦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만 있었던 거. 그런데 요사이 언젠가부터 감자가 버릇처럼 손을 입에 넣고 이를 만지곤 했는데, 혹시 이가 아파 그러는 건지.
아빠도 저 침대에만 앉으면, 그러다가 등받이가 지이이이잉 눕혀지고, 불켜진 등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자면 오들오들 겁이 나는데, 감자는 오죽하겠니? 그건 그렇고,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이 아, 하고 입 벌려라 하면 그거나 잘 할 수 있겠는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감자는 아, 하고 입 벌리자, 하면은 입을 벌렸고, 한 동안 울거나 보채는 것 없이 가만히 잘 있어.
거의 다 끝날 때까지 울음 소리 하나 내질 않아 놀래키더니, 막판에 지이이이잉 하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나니까 그때서야 으아아아앙! 그렇지, 그것마저 하질 않았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 뻔 했잖아 ㅎ
감자 다음으로 엄마가 누웠을 땐, 그 옆에 서서 숨을 죽이고 엄마를 바라봐. 엄마 입 안에다 몰 하는 건가, 나한테도 저렇게 했나, 왜 이렇게 입 속에다 몰 집어넣고 그러나, 하는 얼굴로 ㅎㅎ
6. 빵칼을 받아랏!
강릉에 있다는 <빵짓는 농부>라는 빵집. 거기 빵돌이 삼촌 얘기는 건너건너서만 듣고 있었거든. 감자품자를 예뻐하는 OO 큰아빠네 ☆☆ 누나야랑 짝꿍이 되어 지낸다 하여 듣게 된 삼촌. 지난 번 OO 큰아빠가 감자네 집에 다녀간 뒤로 ☆☆ 누나야가 빵돌이 삼촌이 만든 빵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정말로 빵빵한 상자 한 가득 빵돌이 삼촌의 빵이 바다 건너에서 날아온 거.
안 그래도 아빠도 궁금해하던 차였다. OO 큰아빠가 감자품자를 예뻐하듯이, 아빠도 ☆☆ 누나야를 예뻐하고 있는데, ☆☆ 누나야에게 짝꿍이 생겼다니, 그것도 멀리 강릉에 있는 빵집 청년이라니, 어떤 사람일까, 궁금할 수밖에. 그래서 ☆☆ 누나야더러 빵돌이하고 같이 제주도에 놀러오라, 꼬셔보기도 했지만, 일단 빵부터 보낸다며 보내온 빵.
이야아, 이렇게나 빵을 한 가득 보냈어 ㅎ 빵 이름이 예쁘기도 하지, '보들빵', '홍국빵' 그리고 '어부의 노래'.
감자네가 맨 처음 잘라 먹은 빵은 보들빵 ^ ^
빵돌이 삼촌, 그리고 결이 누나 고맙습니다~~~!
그런데 감자가 빵보다 더 좋아했던 거는, 바로 빵을 썰어먹는 빵칼!
이야앗, 감자의 빵칼을 받아랏! ㅋㅋ
7. 배들이 길 잃어버리지 말고 이리로 오라고!
도심도 아니고, 육지의 내륙도 아니건만, 열대야는 제주섬의 바닷가 마을도 피해가질 않아. 한밤중, 감자를 안고 달구경을 하러 마당엘 나가도 후욱, 하고 덥고 습한 공기가. 더위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만, 얼마 동안 감자가 밤에 잠에 잘 들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달래랑 감자, 품자 셋이 하루종일 지내는 동안, 바깥에도 나가질 못하고 집안에만 있어 그런가 싶어,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을 하면 어떻게든 가까운 바다로 나가.
감자네 집에서 최단 거리에 있는 고내 바닷가.
엄마아빠는 바닷길을 걷고 싶었는데, 계단 매니아인 감자는 계단을 보자마자 그리로 내달려.
감자야, 그만 가! 감자야, 내려와! 하고 밑에서 소리만 치다가 결국은 할 수 없이 아빠도 쫓아올라 ㅠㅠ 유모차를 밀고 있는 엄마랑 품자는 계단을 오를 수가 없잖아.
잠깐 편의점에 들러 요거트를 먹을 때였나, 흰수염고래 아닌 흰수염감자가 되어 ㅋ
어라? 이 방파제 바닥에 언제 이런 그림이 그려져 있었더라? 그동안엔 바다만 보느라 이 바닥그림은 그냥 지나쳐버리고 그랬는지. 우와아아, 바닷속이다!
좀 전에 엄마랑 둘이서 빨간 등대 앞엘 갔다 오면서, 엄마가 가르쳐준 '등대'라는 거. "멀리 나간 배가 불빛을 보고 이리로 찾아오라고, 길을 잃지 말라고." 이 말을 몇 번 해주었더니, 감자도 손짓으로 등대를 설명해. 손가락으로 발밑을 가리키면서, 이리로 오라고, 불빛 따라 오라고! 옳지, 맞아. 이리로 잘 찾아오라는 거. 등대야, 등대.
그러고는 한참도록 등대에 꽂혀 있었네. 몇 번이고 손으로 발밑을 가리키면서, 이리로 오라고, 길을 잃지 말라고! 손짓으로 얘기를 하면서.
그런 다음에는 방파제 바닥에 그려진 바닷속 그림을 보며 물고기를 찾으며 뛰어다녀.
엄마랑 감자랑 물고기 찾기 놀이 ^ ^
한참 놀고 있는데, 감자보다 두어 살은 많아 보이는 아이와 아빠가 가까이로 왔어. 달래가 소근거려 말하기를, 배우라는 거라. 배우 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 배우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비정상회담인가, 하는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오고, 다음에서는 히프노버딩 출산과 육아를 연재했다던. 아! '양꼬치엔 칭따오'로 더 유명하다던데, 그건 어디에서 들어본 거 같기도 한. 그래서 그 배우에게, 이 애도 히프노버딩 자연출산으로 낳았어요, 하고 얘기하려다 말았네 ㅎㅎ
어디서나 감자는 형아들이 있는 데를 궁금해하고 쫓아다니더니, 이 형아한테도 슬금슬금 쫓아다녀. 그러더니 양꼬치엔칭따오 아저씨를 따라 어느 고기잡이 아저씨 곁으로 가더니 낚싯줄에 고기가 매달려 오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기도 했네. 그 뒤로 감자는 '물고기'란 말을 들으면 손을 뒤집었다 폈다 하면서 팔딱팔딱거리는 걸 흉내내. 으응, 그래. 물고기가 낚시 바늘에 물려서 팔딱팔딱 몸을 뒤집었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랬지?
엄마아빠가 조금만 더 부지런히 준비했더라면 갈아입을 거, 씻을 거, 입을 거, 먹을 거, 햇볕 피할 거 같은 준비들을 해서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놀았을 텐데. 그렇게는 못했지만, 그래도 감자는 며칠만에 바다에 나가 한참을 뛰어놀았네.
정말 실컷 뛰어놀았나 보다. 차를 타고 집까지는 십 분도 되지 않는 길, 신호등에 걸렸을 때 뒤를 돌아보니 감자는 이미 이렇게 깊은 잠에 들어 있어.
8. 이번엔 진짜 해수욕
감자 혼자였으면 시간이 날 때마다 바다로 나가 홀딱 벗겨놓고 놀아라! 를 했을 텐데, 아직 젖먹이인 품자가 있으니, 품자를 안고 젖을 물려야 하는 달래에게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 아무리 그늘막 텐트를 친다 해도 그 안으로는 후끈후끈, 바닷물에 담갔다가 모래에 뒹굴다 하는 감자에게 먹을 거라도 챙겨 먹이기는 쉽지 않은 일. 물론 아빠가 일을 나가야 해서 주말밖에 시간이 없긴 하지만, 생각만큼 자주 바다에 나가 물과 모래에 몸을 뒹굴리진 못해 ㅠㅠ
어느 주말이었더라, 이 날은 힘들더라도 나가서 놀자, 하는데 마침 라다 이모야랑 빵군 삼촌이 같이 가자, 하고 연락이 닿아, 달래로선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 (아빠가 바다에 나가자 할 때마다, 아기 봐줄 손이 하나라도 더 있지 않으면 달래는 자신없다 그러거든 ㅠ)
그리하여 짐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달려나간 곽지해변!
라다 이모야가 품자를 안고 봐주니 엄마는 한결 여유로워.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하고 나와 이제껏 재활치료로 몸이 불편한 빵군 삼촌까지 함께 나오니 감자는 더 신이 났네 ^ ^
땡볕이 뜨거운 줄도 모르고 감자는 모래놀이 삼매경. 아빠가 밭에서 삽질하는 걸 볼 때마다 저도 삽질이 하고 싶다며, 열심히 삽으로 흙을 뜨는 흉내를 내더니, 얼마 전 선물받은 모래놀이 장난감 세트에 들어있는 삽을 들곤, 미끄러운 장판 위에서만 삽뜨는 흉내를 내더니, 드디어 모래를 푹푹!
감자를 모래에 파묻기도 하고, 감자 좋아하는 달님이랑 별님이랑, 사랑해요 하트를 함께 만들기도 하고, 감자는 그 위를 두 발로 저벅저벅 ㅎㅎ
모니모니 해도 바다에서 제일 좋았던 건 아빠랑 함께 들어갔던 저 바닷물 속. 곽지 파도는 또 얼마나 높고 거친지, 감자는 파도가 제 얼굴까지 덮으려 할 때마다 놀란 눈을 치켜 떠. 어쩌면 아빠가 더 신났을까? ㅎㅎ 아쉽게도 바다에 들어가 놀 때 사진은 없지만, 사진보다도 더 또렷하게 남아있는 기억. 그 뒤로 감자는 바다에 갈 때마다 파도가 자기 한테 몰려왔다고, 손짓으로 설명해. 으응, 그래, 그랬지이? 파도가 감자한테 막 밀려왔지, 밀려오고 또 오고, 이렇게 높은 파도가 감자를 막 밀어댔지이?
그리고 한 번 더 나간, 이번에는 금능 해변 ^ ^ (바다 한 번 나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달래는 달래대로 아가들 챙길 거 생각에, 품자를 안고 그 땡볕에 있을 거며, 불편한 자리에서 수유할 거 생각에, 바다로 물놀이 가자는 걸 반기질 않아 ㅠㅠ 아빠는 바다로 물놀이 가자고 노래를 하고, 엄마는 그게 부담스럽고, 그러다보면 아빠도 삐치고, 그러다가 반반씩 양보하듯이 맞춰주면서, 한 번 더 다시 나가게 된 해수욕장! ㅎ )
본격 피서철이 가까워지고 있어 그런지, 그 한적하던 금능 해변에도 차 세워둘 자리를 찾기가 힘들어, 텐트 칠 자리도 찾기가 어려워, 겨우 자리를 잡고나니 감자는 벌써 모래놀이가 한참 ^ ^
처음엔 달래가 많이도 힘들어했다. 폭염주의보라며 긴급재난문자가 들어오는 땡볕이었으니, 품자를 안고서 땀을 뻘뻘. 아빠가 품자를 안을테니 감자랑 물에 가서 놀다 오래도 품자를 꼭 안고는 텐트 안에서 땀을 뻘뻘. 그랬으니 어쩔 수 없이 감자랑 아빠 둘이서만 물에 들어가 신나게 첨벙첨벙을.
달래가 너무 힘들어하기에, 억지로라도 물에 들어가게끔 잡아 이끌었다. 옷 좀 젖으면 어때, 집이 바로 코앞인데, 이런 거 저런 거 신경쓰지말고 그냥 놀자고, 꼬시고 꼬셔 달래를 물에 빠뜨려놓으니 그제서야 달래도 신이 나. 이렇게 좋은 거를, 굳이 텐트를 지키면서 땀만 뻘뻘 흘리고 있을 게 뭐람 ^ ^ 그리하여 나는 품자를 안아 바다에 둥둥 띄우며 놀았고, 감자는 엄마 손을 잡고서 저 멀리까지 첨벙첨벙을.
"감자가 이렇게 신나 하잖아!" 그제서야 달래도, "진작에 물에 들어와서 놀껄 ㅎㅎ"
해저물녘이 되면서 해수욕장에서도 물에서 그만 나오라는 방송이 나오고, 우리도 짐을 쌌다. 이번에는 정말 딱 감자품자달래냉이 네 식구 뿐이었으니, 달래는 품자를 안아야지, 아빠는 텐트를 걷고 짐을 챙겨야지, 감자를 보아줄 이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던. 아빠가 텐트를 접고 짐을 챙겨 차로 옮기고 하는 삼십여분 동안 감자는 엄마아빠를 찾지도 않고, 어디 멀리로 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모래놀이를. 세상에냐, 모래 하나만 있어도 이렇게 좋아하는 거를, 이렇게나 넋을 놓고 노는 것을.
짐을 다 정리하고 자리를 털고 나서려 할 때, 옆 텐트에서 놀던 아기를 만나. 감자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보이지만, 감자는 늘 같은 띠 아가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으니, 아마도 또래 친구가 아닐까 싶어.
감자 눈빛에 가끔은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그러기에 일찍부터 '응시라는 걸 할 줄 아는 아기'라는 말을 들어오고 있겠지.
감자품자 모두 젖은 옷도 갈아입히고, 몸에 묻은 모래도 털어내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해님도 바다 너머 집으로 돌아가려나 보네. 감자야, 재미있었지이? 다음 번에 또 놀러오자, 그때는 엄마도 오자마자 옷을 다 적시게 해서 물에 들어가서 놀자. (그런데 다음에 다시 오려면 엄마를 잘 꼬셔야 해. 바닷가 물놀이 가자, 하면은 엄마는 처음엔 못들은 척, 두 번짼 이런 저런 핑계, 그럴지도 모르니 말야 ㅎㅎ)
9. 이렇게 감자알은 굵어가고 있어.
이렇게 뜨거운 여름 볕 아래에서, 감자알은 단단히 굵어가고 있다. 아쉬움이라면 한참 뛰어다니고 싶고, 한참 보고싶은 게 많고, 뭐든지 궁금하고 신기해할 때인데, 바깥으로 나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지 못하는 거. 제주살이에 예정도 없고 계획도 없으니, 언제나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 하는 마음이 늘 있으니,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더 많아.
내년 여름을 다시 이곳에서 보낸다면, 그땐 품자도 감자처럼 놀기를 좋아해, 갓난쟁이라서 걱정인 거 없이, 둘이서 더 재미나게 뛰어놀게 될까? 그동안엔 감자를 품에, 품자를 품에 안느라 맘껏 다닐 수 없었지만, 그때가 되면 달래도 좀 더 자유롭게 될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ㅎ
늦은 시간까지 잠에 들지 못한 밤, 할머니 계시던 방에 세워놓은 튜브 풀장에 들어가서는.
감자야, 위험해, 뒤집힌다니까! ㅎㅎㅎ
여름이 되면서 엄마아빤 차갑게 국수를 말아먹곤 했는데, 그때마다 감자는
쪼물락쪼물락,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목욕하러 가보면은 볼록배에도 면발이 붙어 있어 ㅋ
엄마 발을 타고 앉아서는 모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터져.
아무래도 발 좋아하는 거는 아빠를 닮았나 보다 ㅋ
점점 엄마아빠가 하는 거라면 모든지 자기도 하겠다고. 부침가루 개는 것도 자기가 휘휘 저어.
감자 앞에선 전화기를 감추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이게 되는 때엔, 전화기를 달라고 이렇게 서럽게 울어. 하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모르니 ㅠㅠ 미안해, 감자야. 그건 안돼. 전화기 말고 딴 거 하고 놀자, 응?
어우우우 서러워라 ㅜㅜ 그런데 웬만해서는 스마트폰을 이기는 게 없네 ㅠㅠ 딱 하나 전화기를 이기는 건 바깥으로 나가는 거. 이럴 땐 무조건 아빠가 안고 마당으로 나가야해. 감자야, 밭에 가서 놀을래? 달님 떴나 나가 볼까? 아빠랑 둘이 바닷가에 갔다 올까?
사내 아이 아기 둘. 그래도 집에 다녀가는 손님들 하는 말은, 남자 애 둘 있는 집 같질 않다고, 남자 애들 둘이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며, 거 참 신기하다며.
용담 쪽 바닷가에 있는 놀이터. 이날 드디어 감자도 미끄럼틀을 거꾸로 혼자 기어서 올라갔네 ^ ^
다른 형아 누나들이 이렇게 올라가는 걸 부러워만 하던 감자가,
마지막 걸음이 힘겨워보였지만, 그것도 성공!
이야아, 감자가 혼자 올라왔다!
이것도 아마, 전화기 내놓으라고 땅을 치며 우는 거 ㅋ
달래가 처음으로 미용가위를 들고 감자 머리를 자르고는, 감자 얼굴을 자석칠판에 그렸는데, 그 사진 한 번 찍자고 전화기를 꺼내었다가 ㅠㅠ
그래서 이젠 감자 앞에선 사진도 쉽게 찍지를 못하겠네 ㅎ 암튼 감자 머리를 이렇게 잘라놓으니, 신영식 아저씨 만화에 나오는 짱뚱이를 닮아가는 것 같아 ㅎㅎ
아, 이거는 육아용품 대여해주는 곳에서 빌려온 터널놀이 장난감.
그런데 감자는 터널놀이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사색에 잠기곤 하네 ㅋ
하루는 퇴근을 하고 들어왔더니, 달래가 안쓰런 얼굴을 하며 감자 바깥에 좀 데리고 가 주라고. 하루종일 집 안에서만, 그것도 엄마는 품자 젖을 먹이고 재워야 하느라 감자 혼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너무 길어. 울먹이는 얼굴로 감자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그래서 땀투성이가 된 채로 퇴근하자마자 감자를 안고 집 아랫밭으로! (감자는 잘 때 입는 옷 그대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