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 가운데 병진이 엉아네도 있었다. 가까스로 식구들은 먼저 비행기로 올려보내고, 혼자 남아 회사 앞으로 찾아왔어. 십 년도 더 지나, 제주에서 얼굴을 보았네. 공항으로 가서 밤을 새며 대기표를 기다릴 거라기에, 시내에서 막걸리를 한 잔. 그러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 막걸리에 취해 피네 아저씨에게, 낮은산 아저씨에게 징징대었다.
다시 아침이 되었고, 마치 주문이라도 외듯이.
마음 편안히 먹자.
감자를 생각하자.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해보자.
이 몇 가지 주문들 가운데 가장 약빨이 좋은 거는 뭐니뭐니 해도 감자. 일을 하다가, 가슴에 시커멓게 먹구름이 메어있다가도, 달래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어주는 감자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이나마 반짝, 마음이 환해지곤 해.
어서 봄이 오면 좋겠네. 감자 손잡고, 마당 풀밭을 아장아장.
요술 지팡이라도 되는 것처럼, 파리채 하나를 들고 감자는 신이 났나봐.
감자야, 아빠 얼른 갈게. 끝나자마자 달려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