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신부님이 난장이공에 헛걸음을 한 다음 날, 감자네 식구는 강정으로 달려. 평화센터에 닿아 전화를 드리니 작가들과 함께 강정천에 작업 준비를 하고 계시다고. 거기엔 석 자 열 치가 넘는 칠레송들이 세 덩어리나 놓여 있었다. 내일 아침부터 바로 작업에 들어갈 거라며 두희 샘이 급하게 크레인을 수배해. 새해가 시작하는 첫날 마을 앞에 세울 장승을 깎으러 이윤엽, 박재열, 나규환 같은 파견미술가들과 신유아 씨를 비롯한 문화연대 활동가들이 그 자리에 함께.
자리를 옮겨 평화센터 4층에서 저녁을 먹는 시간. 감자는 신부님이 떠주는 잣죽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 먹어. 신부님도 재미가 나시는지, 주는대로 받아먹는 감자에게 넙죽넙죽.
신부님 웃는 얼굴을 오래 봐서 좋았다. 그리고 강정 사정에 대해서도 두희 샘께 좀 더 속깊게 들으며 따뜻하게 함께 했던 동그란 밥상. 감자는 아빠엄마한테만 약인 줄 알았더니 할아버지한테도 약이었구나. 이젠 강정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아. 감자야, 다음 번엔 새해 인사하러 할아버지한테 가자!
다행히도 감자는 다 낳았다. 하지만 그 담부터 시작된 아빠의 감기몸살기관지염은 좀처럼 나을 기미를 보이질 않아. 조금이라도 쉬어야 나을 텐데, 거의 날마다시피 뭍에서 손님이 다녀가거나, 평소 없던 일들마저 계속 놓여 있어. 그래도 감자가 아프지 않으니 다행야. 몸뚱이는 불덩이, 얼굴은 숯불덩이가 되었지만 감자가 싱긋싱긋 살아나. (만세!)
이제는 진짜로 아빠에게 감자 약이 필요할 때. 아프고 난 다음의 감자 얼굴들 ^ ^
하하, 필순 언니가 선물한 청카바를 집에서 입어보며 인증샷을 짤깍.
아프고 났더니 감자는 따라장이가 되었네.
엄마가 면봉으로 코딱지를 묻혀내었더니, 저도 하겠다고 콧구멍에 넣었다뺐다.
마굿간이 고향인 아기예수님 생일날, 들이네 큰엄마가 감자도 먹을 수 있을 거라며 유기농우리밀로 만든 케잌을 가져다 주었더니 ^ ^
한 번 맛을 보고는 감자는 이런 얼굴이 ^ ^ 그러고는 어서 또 내놓으라고 물개짓을 퍼덕퍼덕.
성탄 다음 날에는 비행기를 타고 슈우웅 인천으로. 감자는 이게 벌써 열한 번째 하늘을 날으는 거.
감자네는 인천에 있는 또다른 고향, 기차길옆작은학교엘 갔습니다.
와하하하, 드뎌 울음보가 터졌다!
그러곤 큰삼촌이 재미있게 해주니까 금방 또 뚝.
감자가 좋아하는 예나 누나 곁에서.
집에선 맨날 엄마아빠를 붙잡고 책을 뽑아다가 넘겨달라고, 읽어달라고 그러더니,
공부방 형아누나들이 조로록 벽에 기대어 책을 읽는 걸 보더니, 감자도 슬그머니 그리로 기어가 형아누나 사이에 끼어 앉네. 그러더니 책 하나를 빼내들고는 혼자서 읽는 시늉을.
집에서처럼 엄마아빠 읽어달라고 그러지도 않아. 이래서 애기들은 형아누나 곁에서 함께 자라야 하는 건가 봐. (아, 이 때 감자가 팔을 쭉 펼쳐셔 읽는 책은 <<운수좋은 날>>이라나 모라나 ㅋㅋ)
공부방 일층에서 삼촌들은 삼촌들대로, 이모들은 이모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한참을 놀고 있을 때 재양이모가 어디선가 가져온 크리스마스 안경 ㅋ
예준이와 감자, 하준이는 동갑내기 말띠 친구들.
친구들, 형아누나들이랑 함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제주에 돌아와 엄마아빠 배고프다며 짬뽕집으로.
요 녀석 전에 없던 표정이 늘고 있어.
몰 달래는 거니 ㅎ
할아버지 신부님 만나러 강정에 간 길, 평화센터에서 유아 이모야가.
감자야, 이건 또 무슨 포쓰 ㅋ
이제는 감자가 카페에 잘 올라오질 않아, 그래서 밤이 되어 가게 문을 닫고 내려가면 엄마 휴대폰에 있는 사진첩을 뒤져보는 게 일. 오늘 하루 감자가 오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