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 첫째날과 둘째날 오전까지는 강정에서 그렇게 보내고, 그 다음은 서귀포 뮤직페스티벌 공연장엘 갔다. 마침 뮤페가 열리는 자구리공원 앞 자구리국수에서 신부님이랑 같이 국수를 먹었으니 바로 그리로 가면 되었어. 하하, 그리하여 감자네는 땡땡이 둘째날부터 시와 이모야랑 함께 ^ ^
와아아, 이모야다, 시와 이모 ^________^
자구리 국숫집에서 신부님과 헤어질 무렵부터 빗방울이 똑똑똑 떨어져. 이걸 어쩌나 안 그래도 날이 차가웠는데, 비를 맞으며 감자를 업고 공연을 볼 수가 있나. 이미 다른 팀 공연들도 시작하고 있었지만, 시와 이모야 무대까지는 두어 시간이 남았어. 아무래도 어디엘 좀 들어가 비를 피하고 쉬어야겠다 싶어 들어간 커피숍.
하하, 감자는 어쩜 이럴까. 마치 엄마아빠 스케줄을 꿰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커피숍에 들어가자 마자 깊은 잠에 들었네. 그래, 감자야. 여기에서 두 시간만 자고 나가자. 푹 자고, 맘마도 먹고 그래야 좋은 컨디션으로 이모야 노래부르는 거 보며 놀 수 있지 ^ ^ (정말 감자는 커피숍에서 일어날 때까지 뒤척임도 없이 그대로 깊은 잠을 쿨쿨.)
앗, 늦겠다 하면서 자는 감자를 깨워 기저귀를 갈고, 맘마를 주고 나서는 파빌리지 스테이지가 마련된 서복 전시관으로 달려가. 이미 공연이 시작했고, 맨 첫 순서로 아솔 이모야가 첫 곡을 시작하고 있었네. 다행히 빗방울도 잦아들어 우산 없이도 괜찮은.
감자도 아솔 이모야 노래 많이 들었지? 민이 삼촌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솔 이모야의 노래들. 아빠도 정민이 삼촌이 소개해주어서 찾아듣곤 했는데, 얼마 전엔 제라진 영화 씨가 강아솔 1집 음반을 선물로 주기까지. 그땐 제주에서 음반을 내었다는데, 당시 제작자 분과 잘 아는 사이여서 이제는 희귀 음반이다시피 한 그 앨범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가까이에서 직접 듣기로는 처음이었는데, 좋았다. 음반으로 들을 때보다 훨씬. 달래가 먼저 그 말을 했나, 내가 먼저 말을 했나, 직접 들으니까 정말 좋단 말을 함께 해. 개인적으로 나는 <엄마>라는 노랠 듣다가 울컥하기도 했어. 귤을 보내니 맛나게 먹거라... 잠시 쉬라 하셨지... 잠시 울라 하셨지... 하는 노랫말이 나오는 대목들에.
그렇게 다섯칸의 맞배 한옥 건물 앞마당에서 아솔 이모야 노랠 들을 때 시와 이모야가 왔어. 이야아아아! 지난 팔월 부산 북콘서트 때 만났으니, 두 달하고 반만에 다시 만나는 거 ^ ^
엄마도 오랜만에 공연장에 나와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 게다가 조용히 가만 앉아 있어야 하는 실내 공연이 아니라 마당에서 공연이라 감자에게도 아주 좋은. 실내공연이었다면 감자 옹알이 소리가 음악에 방해될까 싶어 조마조마였을 텐데, 감자도 맘놓고 노랠 따라불러도 되고,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즐길 수 있었으니, 감자네 식구한테는 아주 딱 좋은 ^ ^
아솔 이모야 다음 순서엔 아립 이모야가 무대엘 올라.
감자야, 아솔 이모야한테 씨디에 싸인 받자 ^ ^싸인도 받고, 기념 사진도 찍고, 정민이 삼촌한테 보내줘야지 ㅎㅎ (사진찍은 거 몇 장을 정민에게 보내니, 약올리지 말라며 얼마나 부러워하던지 ㅜㅜ 안 그래도 이 축제 보러 제주에 오라니까, 지금 한참 석가탑 보수 준공 심포지엄을 준비하느라 바쁘다던가.)
와아아, 벤치가 있는 데크 목책 너머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네!
감자는 신이 났습니다 ^ ^ 잠도 푹 자고 나왔지, 이 벤치에서 맘마도 한 번 더 먹었지, 이모야들의 맑고 깊은 노래들에 엉덩이와 어깨를 들썩들썩 ㅎㅎ
이날 무대에서는 부르지 않았지만, 아립 이모야가 부른 <그리스의 오후>라는 노랠 몹시도 좋아했더랬다. '당신이 얼마나 어린지, 당신이 얼마나 서투른지 솔직하게 말해줘요' 하고 가만히 건네오던 노랫말에 위로를 받던. 물론 이젠 이미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성숙하지 못함으로 치자면 여전히 어리기만 하고ㅗ,, 여전히 서툴기만 한 내 모습에, 가만히 건네주는 따뜻한 말.(다음다음 날 이모야들이 감자네 카페에 찾아와 다시 만났을 때, 그 얘길 했더니, 그 노랜 프로포즈 곡으로 만든 거라 했던가 ^ ^ 아아, 그럴 수 있겠구나, 아직 그 곡을 들려줄 사람을 만나진 못했다지만, 훗날 그 곡을 선사받는 사람은 참 좋을 것 같아!)
와아아, 드디어 시와 이모야가 무대에 올라! 감자네 식구는 얼굴이 모두 ^__________^
우리도 좋은 사진기가 있다면 좋을 텐데 ㅜㅜ 그래도 달래가 용감하게 무대 가까이에 다가가 찍어온 사진 ㅎ
감자도 시와 이모야를 알아보고 팔을 흔들어. 이모야 곡 가운데에서는 그나마 경쾌하고 템포가 빠른 <처음 만든 사랑 노래>를 부를 때는 감자도 두 팔을 씽씽씽 흔들며 춤을 추며 신나해.
아참! 시와 이모 공연 중간에 깜짝 놀란 일이 있었지 뭐야. 노래 중간에 이야기를 하다가 관객들에게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카페를 소개하는 거야. 거기에다 이모야 씨디를 맡겨둘 테니, 씨디를 사고 싶은 분들은 애월 소길리 난쏘공 카페에 가면 된다면서 ^ ^ 순간 깜짝 놀랐지만,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좋던지 감자네 식구는 만세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네 ㅋㅋ 거 왜 그런 기분이었달까. 아이들 가득한 교실에서 좋아하는 교생 선생님이 내 이름만 불러주었을 때 기분 같은 거. 그것보단 백 배 쯤 더 좋은. 히히.
이모야들 공연을 모두 마치고 헤어질 무렵. 시와 이모야는 아직 무대에 있고, 아립 아솔 이모야들이 감자 손을 잡아주며 인사를 나누는데. 한 손은 아립 이모, 한 손은 아솔 이모. 이야아, 어쩜 좋아~~! 감자 양손에 아립아솔 이모야 손을 다 잡았네 ^ ^
깜깜할 때 찍은 거라 너무 어둡기만 해서, 사진을 밝게 해봤더니 이제야 얼굴들이 보인다. 이래야 인증샷이 되잖아 ^ ^
서귀포 자구리 공원에서 감자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통방통하게도 감자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우리는 어둡고 고단한 길이었지만 가득 차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왔다. 일박이일의 강정, 그리고 이튿날 저녁 이모야들의 공연. 강정을 생각했고, 신부님과 두희 누이, 유민아빠를 생각했다. 그리고 제주에서 다시 만난 시와 이모야하고의 기쁜 인연까지.
이번 땡땡이는 정말 좋았다며. 어떤 때는 땡땡이를 쳤다가도 어떤 의미도 즐거움도 찾지 못할 때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기만 하기도 한데, 이번 주말 이틀동안의 땡땡이는 요만큼도 버릴 것없이 좋기만 했다는.
그랬다. 그렇게 이틀 동안의 강정과 서귀포 땡땡이를 치고 돌아와.
2. 다다음 날
시와 이모야가 아립아솔 이모야들이랑 함께 난장이공 카페엘 찾아주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노래를 찾아들으며 좋아하던 뮤지션을, 그렇게 함께 만나고, 인연을 맺고, 가까워지고, 이제는 정말 친구처럼 되어가고 있다니.
이 모든 건 아마도 감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야. 물론 그 전부터도 가장 즐겨듣는 노래였지만, 달래가 감자를 낳던 순간 시와 이모야를 노래를 듣고, 그 사연으로 하여 인연이 닿아지고, 그 뒤로도 제주에 내려와 감자네 집에서 함께 지낼 때도, 군포로 부산으로 북콘서트를 다니며 함께 지낼 때도(아! 이번 달에는 천안에서 북콘서트가 또 있어 ^ ^ 시와 이모랑 같이 하는) 어색함이나 머뭇거림없이 행복한 시간을 함게 보낼 수 있던 거는, 그야말로 감자가 있기 때문. 감자가 아니었다면 그렇게나 쉽게 그 거리가 가까워지기는 어려웠을 거. 좋아는 한다 하지만, 쑥스럽고, 민망하고, 난감하고, 어색하고, 할 말없고 ;; 하하하, 암튼 감자가 이래저래 복덩이 ^_______^
시와 이모 뿐 아니라 아립, 아솔 이모야들이 함께 찾아온 날, 이 날도 감자가 있었으니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내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어.
아립, 아솔 이모야들이랑은 물론 그 전날 공연장에서 인사를 나누기야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라. 시와 이모야랑 함께 온다고 해서 막 좋고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색하거나 불편할 거를 걱정하기도 해. 우리보다도 이모야들이 편치 못해하고 그러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면서.
그러나 그런 걱정은 뚝! 들어오자마자 이모야들은 감자야~~~! 를 부르며 까꿍까꿍까깍꿍부터 시작을 해 ^ ^ 그러더니 어느새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니라 몇 차례 만난 친구의 친구라도 되는 양, 그렇게 편안하고 따뜻하고 즐겁게 함께 할 수가 있었어.
셋 가운데 막내인 아솔 이모야는 아주 쾌활에 발랄. 노래로만 들을 때는 상상하지 못한 밝은 모습. 노래를 들을 땐 깊고 고요한, 바닥에 가닿는 듯한 목소리. 그런데 얼마나 재미있게 얘기를 하던지 몰라.
아립 이모야는 그냥 얘기를 하는 데도 노래를 들을 때 같은 기분이 들어. 그냥 말을 해도 심야 라디오 디제이 방송을 귀에 꽂고 듣고 있는 것처럼.
눈을 맞추네. 감자야, 시와 이모야 오니까 좋지? 우리 11월 23일엔 천안에 가서 또 만날 거다 ^ ^
다 같이 기념사진도 찰칵 ㅎㅎ
아립 이모야도 아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가봐.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이모야들은 카페 안에 있는 투표소에도 ^ ^
모두들, 고맙습니다아아!
공항으로 나가는 택시를 기다리면서, 시와 이모야가 선물을 뜯어 보드민턴을 꺼내 ㅎㅎ (지난 봄, 제주에 왔을 때 이모야가 가방 바깥으로 삐죽, 배드민턴 채를 찔러넣고 왔거든. 제주에서 배드민턴을 치면 좋겠다, 하면서 ^ ^ 그 모습이 귀엽고 좋아보였는데, 우연히 보드민턴이라는 게 눈에 띄어서 이모야 주려고 사두었던 거 ㅋ 탁구 채보다 조금 큰 정도라서 가방에도 쏙 들어갈 수 있으니, 비행기 타고 멀리 갈 땐 이거 갖고 다니라고 ^ ^)
택시 기사 아저씨가 오시고, 다 같이 기념사진을 ^ ^
그날 찍은 전화기 속 사진들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옮겨놓고 있자니,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신기하기만 해 ^ ^ 그리고 그날 또한,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던 건 모두 감자 덕이었다는 걸 알겠으니, 하여간 감자 이 녀석이 복덩이지 뭐야 ㅎ
3. 이모야들이 가고 나서
열어보질 않았으면 그대로 폐지함에 들어갈 뻔 했지 뭐야 ㅜㅜ 카페에 들어설 때부터 빈손으로 왔다며 감자에게 미안하다 하더니, 미안하긴 무슨. 이렇게 이모야가 찾아와주고, 다정히 눈맞춰주고, 예뻐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자한테는 커다란 선물인 걸. (그러고보니 만날 때마다 인형들을 선물해주곤 했구나.) 암튼, 이모야가 가고 나서 보게 된 쪽지. 쪽지 안에 든 것보다 이 쪽지가 더 고마워. 이모야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어 들려주는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