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미친개

그꿈들 2015. 8. 15. 06:28

 

 

1. 짱돌의 전화 

 

 

 엊그제 짱돌에게 전화.

 

 

형, 소식 들었어요?

   - 뭐?

영덕군에 형 책이랑 사진이 막 걸려 있고 그래.

   - 뭔 소리?

영덕에서 북크로싱 운동 하는 거를 형 책으로 한대요.

   - 몰라, 첨 듣는다.

 

 

  검색해보니 그와 관련한 기사 몇 개가 보이기는 해.

 

 

 북크로싱은 또 뭔 말인가 했더니 아마 예전부터 각 지역에서 있어온 한 도시 한 책(원씨티 원북) 운동이랑 비슷한 그런 건가 보다.

 

'북 크로싱(book crossing)' 프로그램으로 독서생활화를 정착시켜 온 경북 도립영덕공공도서관(관장 김후성)이 30일 올해의 책으로 '미친개(박기범 글, 김종숙 그림)'를 선정하고 선포식을 가졌다.

북 크로싱은 지난 2001년 미국에서 시작한 "책 돌려보기 독서운동"으로 영덕공공도서관에서는 올해를 "책 읽는 영덕 만들기 원년"으로 선포하고 책 읽는 사회 만들기의 일환으로 이번 선포식을마련했다.

 

 (전문 링크 -  경북교육청 공식블로그)

 

 지난 2004년에는 <<문제아>>가 서산시 '한 도시 한 책 읽기' 로 선정되었더랬고, 2008년에는 <<엄마와나>>가 대전시의 '우리 대전 같은 책 읽기'로 선정되었으니, 이름이야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그 비슷한 걸로는 이번이 세 번째가 되는가 보다. 글쎄, 짱돌이 전화를 주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났을 테니, 어쩜 모르고 지난 어떤 게 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2. 영덕, 신규 원전

 

 

 영덕은 지금 소리없는 전쟁 중이다. 세상 소식들을 촘촘히 찾아 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모든 걸 다 놓고 영덕 핵발전소 싸움을 하러 들어가 있는 짱돌이 보내오는 소식으로 상황을 들어오고는 있었어.

 

(6월 12일 텔레그램으로 보내온 메시지)

 

 

 

내 짱돌
내 영덕에서 핵발전소 반대 투쟁 하고 있는데,위웹자보 보고 도와 줄수 있는것 있으면 도와줘

영덕 신규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성공개최를 위한 <영덕을 위한 행동!> by. 영덕 탈핵 지지 모임

1. 현수막 연대
가격 : 1장당 2만원
신청방법 : 현수막 내용, 단체 or 개인이름 적어 ddangi0@greenkorea.org 로 발송
계좌 : 우리은행 1005-201-310960 녹색연합
기간 : 6월 15일 까지!!
문의 : 010-5151-6391

2. 서명전 동참하기
장날마다 주민투표 서명부스 함께 운영!
장은 다음과 같이 열립니다. 강구(3,8일) 영덕(4,9일) 영해(5,10일)
동참하실 분은 박혜령에게 문의 (010-2012-5109)

3. 활동가 필요
농사와 생업을 다 팽겨치고 주민투표 만을 위해 활동하는 주민들의 활동에 함께 해주세요.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다면 010-2012-5109 로 연락!

4. 후원금 보내기
보내주신 후원금은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를 위해 소중히 쓰입니다.
계좌 : 농협 352-0957-6800-93 손성문

 

 

 

 

이 연락을 받아, 감자네 식구도 현수막 연대에 함께 했더랬어.

 

 

 

 

 

 

 지난 번 강정평화대행진 때 제주에 내려온 짱돌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지금은 주민투표를 준비 중이라던데, 군수 및 군의회의 분위기는 겉으로는 반대를 얘기하고 있지만, 예산을 얻어오기 위한 제스쳐, 거의 짜고치는 분위기라던.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있다는 말들을 들었다. 이 싸움은 또 얼마나 가게 될까. 오래 전 부안에서처럼, 또는 최근의 밀양처럼 주민들의 절규와 저들의 폭력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 있어야, 그제서야 안타까운 마음으로 행정집행을 원망하고 규탄하는 소리를 높이게 될까. 그러나 그땐 너무도 늦었을 때.

 

 영덕은 지금 소리없는 전쟁 중.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의 위험은 언제라도 예견된다. 이천십오년, 남한만큼이나 핵발전을 숭상하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시급히 가동을 멈추어도 모자랄 판에.

 

 

 

 

 

 

3. 영덕, 미친개

 

 

 그 영덕에서 올해의 책으로 <<미친개>>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작가로서는 고마운 일이고,  영광스럽기까지 한 일. 굳이 따지자면 영덕에 핵발전소를 유치하고자 하는 이들과, 군민들과 함께 책읽기 운동을 꾸리는 이들은 아주 별개일 거. 

 

 그러나, 영덕군민들이, 그리고 그 가운데 더 많은 독자는 아마 아이들일텐데, 그곳 영덕의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내가 쓴 책을 읽어주고 있을 텐데, 나 또한 어떤 식으로든 그곳 군민들, 아이들의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나 싶어. 

 

 이미 감자네 식구 이름으로, 영덕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현수막 한 장을 보내놓고는 있었지만, 이젠 정식으로 발언을 해야. 

 

 

 

 저는 영덕군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미친개>>를 쓴 작가입니다 …… 저는 영덕에 핵발전소를 짓는 걸 반대합니다. 영덕 뿐 아니라 한반도 어느 곳이라도, 지구 어느 구석이라도 핵발전소를 새로 짓는 일을 반대합니다…… 제가 쓴 책을 읽는 군민들과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제가 쓴 책을 선정해준 영덕 지역사회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이번에 선정한 그 작품이 간절히 그리워한 것은 삶의 평화였고, 미친개가 끝내 돌아갈 곳은 자연의 품이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문장 몇 개를 뚝딱,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본 거. 아마 시간을 내고, 집중을 해서, 무언가를 쓰게 된다면 아마 이 정도 얼개를 두고 쓰지 않을까 싶어. 대책위로 보내든, 지역 언론으로 보내든, 어디로든 보내야지. 아니, 짱돌에게라도 보내야지. 대자보에라도 써서, 영덕에 있는 북크로싱 행사장에라도 붙여달라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응답해야 할 때가 있다면, 이런 때일 거다.  

 

 응답하라, 영덕에.

 응답하라, 미친개.

 

 

 

 

4. 오늘 아침 카톡

 

 

 블로그에 글을 올려놓고 카페로 나올 준비를 할 즈음, 짱돌에게 까까까까 깟똑 하며 카톡 메시지가 들어왔다. 영덕 도서관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라나. 

 

 

 

 

 현수막에 붙은 날짜를 보니 적어도 넉 달은 행사를 진행하는가 보았다. 원래 이렇게 긴 기간을 두고 했던가. 그리고 짱돌 얘기로는, 영덕군에 있는 각급 학교마다 저 현수막들을 모두 내걸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기간도 길어 보여.

 

 그렇담, 급할 건 없겠다. 어차피 그 싸움은 훨씬 더 길어질 테니, 아이들 개학도 하고, 군에서 어느정도 그 행사가 무르익어 갈 어느 시점을 보는 게 더 좋을 것도 같아. 지역 현장에 투신하여 활동하고 있는 이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며 삶으로 겪어야 하는 이들에게 그렇게나마 손을 잡을 수 있어 다행이다. 우선 짱돌이 알려준 페이스북 페이지(영덕 핵발전소반대 범국민 연대')에 들어가 공부부터 꼼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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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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