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네 식구랑 만날 때면, 들이 아빠와 들이는 언제나 그림그리기 시합을 해. 지난 번 감자 백일날 함께 밥을 먹다가는 갑자기 감자할머니 그리기 시합을 하자면서 슥삭슥삭 그림을 그리더니, 이번 설날 저녁 들이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는 감자 그리기 시합을.
아, 이번에는 처음부터 시합을 하자고 그런 건 아니고, 충희 형님이 펜과 종이를 꺼내어 감자를 그려주고 싶다며 슥삭슥삭 그리고 나니까, 갑자기 들이가 나도 종이 좀 주세요, 하면서 또다시 시합 구도가 된 거. 아빠가 그림 그리는 걸 가만히 보고 있던 들이가 "나도 종이 좀 줘봐요!" 하고 앉은 자세를 바꿀 때는, 으어어 뭔가 말할 수 없는 포쓰가 느껴져 ㅎㅎ
먼저 충희 형님이 감자 그림을 그려. 나를 상 위에 앉혀놓고 몰 하나, 하고 감자도 열심히 쳐다보네 ㅎ
이번엔 들이가 종이랑 펜을 달라 하고는 감자를 그리기 시작 ^ ^
짜잔, 형님이 그린 감자와 들이누나가 그려준 감자. 으하하, 두 그림 모두 뽀인트는 감자의 윗머리가 서있는 거 ㅋ
딸에게 지기 싫어하는 ㅋㅋ 충희 형님은 이번엔 질 수 없다며 감자의 판정을 기다려. 지난 번 감자할머니 그리기에서는 할머니가 들이 그림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하여 상처받은 아빠 ^ ^ 나중에 마당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을 때 형님 왈, "정말로 들이 그림이 내 그림보다 더 좋수까?" ㅋㅋ
신기하게도 감자는 이쪽 저쪽 그림을 번갈아가며 한참이나 두리번거리기를. 그러더니 나중에는 충희 형님 그림에 눈길이 머물면서 싱긋벙긋 웃는 걸로 판정을 ㅎㅎ 이번에는 충희 형님 승! (하하하, 그러나 할머니는 이번에도 역시 들이 그림이 더 잘 그렸다고 한 마디를 ㅋㅋ)
아무래도 감자는 충희 형님의 만화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언제더라, 지난 번 감자 옆에 누워 충희 형님 책을 보는데, 감자가 저렇게나 재미있게 보더라니까, 이게 웬일 ㅋ
감자에게 이상한 물건이 생겼어.
남지 이모야가 보내준 바퀴달린 노란 푹신 걸상.
들이누나네 집에는 골마루 바닥에 들이누나가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 그림 액자들이 놓여져 있으니, 감자 눈높이에 딱 맞는 미술관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