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뒷산, 별마로 천문대가 있는 봉래산 꼭대기, 관광객이 많을 때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날개 단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걸 보곤 했다. 그동안에는 그저 무심히 바라보기만 하였는데, 얼마 전 그걸 타고 하늘을 날았다는 란의 자랑자랑에 급흥분이 되면서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이번 주말은 장모님의 생신이었고, 그래서 울진에서, 서울에서 달래의 언니형부들이 어른들을 모시고 모두 영월로 모이기로 해. 그러고는 이번에 영월에서 모이면 다 같이 봉래산에서 뛰어내리자! 약속을.
예약을 한 건 토요일이었지만, 난데없이 하늘에 구름이 가득, 비까지 흩뿌려대니 어쩔 수 없이 다음 날로 연기. 일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동강 둔치에 기다렸지만, 봉래산 꼭대기는 안개에 꽉 막혀버려. 그렇게 두어 시간을 기다렸을까, 하필이면, 억울하다, 를 연발하며, 아무래도 우린 이런 거 탈 팔자가 못되나 보다 하면서, 돌아서려는데 글라이더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준비하세요!
그렇게 하여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 / 이한철